2004년경 이었을 것이다, (내 기억력을 그다지 믿지는 않지만...-_-)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우나에 가 봤다.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 일 끝나고 다짜고짜 사우나에 가서 자잔다.
    나는 원래...대중 목욕탕도 안 간다.
    애시당초 모르는 사람들이랑(아는 사람들하고는 더더욱!) 함께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문화가 ..... 그 뭐시냐, 받아들이기에는 내겐 너무나 어려운 성역(으잉?). 
    그런데 그 날, 마가 꼈나 보다. ( -_-);
    아무 생각 없이 쫄래쫄래 따라갔다. (사실, 선배들의 온갖 설득에 KO 당한 것도 한 몫 해서..)
    어떻게 씻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시간도 늦었고 하니 졸리다고 하니까 나보고 수면실에 가서 자잔다.
    따라갔다.
    어두운 실내에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나 딱딱한 나무 베게. 아니, 도대체 이걸 어떻게 베고 잔담?
    이불도 없이 딸랑 수건 덮고 누워 있으려니,
    기분 참 머시기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10분?
    난 문득 공포스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잠을 자는게 아니라고.
    어떤 거대한 거인이 나중에 먹으려고 우리를 냉장실에 보관 중인 것이라고.
 

    덜덜덜덜덜...
    그런 미친 상상 하기엔 너무나 안성맞춤일 정도로 그곳은
    더럽게 추웠다.
    냉장실에서 자고 있는 고등어의 기분이랄까. ㅡ.,ㅡ 

    너무나 따뜻한 봄에, 나는 냉장실...아니, 사우나 수면실에서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내 인생 첫 경험(?)인 사우나는 정말 좋지 않았다.
    다시는 사우나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 가을 이었을 거야.
    웬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전라도로 단풍 구경 가자고 했었다.
    글쎄, 10월이었는지 11월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기억에 남는 것은 무슨 절 앞에 놓인 황토자갈로 만든 100m 지압길 위에서 악악 비명 지르며
    전사 했었다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어떤 절로 향한 가로수 길이 참
    좋았다는 것. 단풍도 멋졌고.
    밤이 되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사우나에 가서 자자고 한다.
    아,놔....왜 모두들 사우나, 사우나, 사우나 ! ㅡ.,ㅡ
    난 사우나에서 얼어죽을 뻔 한 적이 있어서 못 간다고 버텼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또 다시 그들에게 설득 당해('그렇지 않다. 사우나는 따뜻하다'는 말에..;;)
    시골 읍내 수준의 어딘가에서 사우나를 찾아 함께 들어갔다. 

    시골의 작은 규모라서 그런지, (아니, 실은 원래 목욕탕이었던 것을 개조한 듯한 느낌...-_-)
    수도권의 그 사우나들처럼 시설이 화려하지 않았다.
    그 차가운 냉장실..아니, 수면실도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런데 자려고 누운 홀은 그야말로 거대한 하나의 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 누워서 자는데, 누가 옆에 있으면 못 자는 나는 그냥 쉬기라도 하자고 누웠다.
    그렇게...10...20분 정도 지났을까? 

    여기는 또 다른 거인이 살고 있었다!!
    우리를 뜨거운 온돌에 구워서 먹을 작정인.
    너무 뜨거웠다. 미치도록 뜨거웠다.
    도대체 여기서 편하게 자고 있는 사람들이 의문이었다.
    아니,그들은 이미 황천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곧 거대한 손이 그들을 꼬치에 끼워 먹을지도 모른다. 

    난 그 뜨거운 곳에서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침에 그곳을 나오면서 나는 이를 바득 갈고 또 한 번 다짐했다.
    다시는 사우나에 가지 않겠다고. 

 

 

    2009년 늦여름,
    몸이 안 좋다는 친구를 위해....나는 또...그 젠장할 사우나에 따라갔다....(털썩)
    시설은 최고급이다.
    실내 수영장에, 헬스장에, 마사지실, 한정식 식당 등등 없는게 없다.
    친구가 소금방인가 뭔가에 들어가잔다.
    문 밖에서 벽에 설치해 놓은 온도계를 보자 몸 안의 혈관이 수축하는 기분이었다.
    65도 

    "난 여기서 기다릴게" 

    내 말은 싹둑 잘렸다. 친구와 함께 들어가야 했다....ㅜ_ㅡ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소금돌들 위에 타월 깔고 누운 친구가 옆에 누우란다.
    난 거인한테 잡아먹히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다미 바닥에 앉아 있었다.
    친구한테 계속 '얼마나 있어야 돼?'를 묻기만 되풀이. 

    씻고나서 위층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나무로만 만든 테라스 바닥이 좋았다. 아뿔싸, 담배가 없다. 안 가져왔다...
    그 때 부터 나는 친구에게 언제 가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친구가 날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리고 난 발견했다.
    승마 기계 운동.
    나는 잠시라도 그 위에서 꺄아꺄아 하며 신나게 놀았다.
    그 재미라도 없었으면 사우나복 그대로 입고 문을 박차고 도망갔을게 틀림없..;;; 

    세 번째 사우나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나를 냉동 고등어로 만들어 먹을 거인도, 나를 바짝 구워 먹을 거인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사우나가 싫었다. -_- 

 

    사우나에 대한 경험으로, 세 번은 충분하지 아니한가? 

 

    누군가 그랬다. 

    "사우나에서 까먹는 계란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까짓 계란 따위, 우리를 살찌게 만들어서 잡아먹을 거인이 음흉하게 웃으며
    숨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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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4-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는 목욕탕에서 냉탕 온탕 번갈아 왔다리 갔다리 하는 풍경을 보며...
"사람들이 왜 담금질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라고 하더군요.

L.SHIN 2010-04-21 10:27   좋아요 0 | URL
흐하하핫, 거인이 최면을 건 겁니다.
라면을 탱탱히 먹듯이 인간의 육질도 탱탱해지라고. (아,쓰고보니 속이 메스껍네...ㅡ.,ㅡ)

비로그인 2010-04-2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탕에 들어갔다가 익사사고 당할 뻔 하고...
쬐금 커서는 심한 눈병을 옮아서 고생한 뒤로...
절대 가지 않아요.
엘님의 무서운 거인.... 저도 잘 알죠.ㅋㅋ

L.SHIN 2010-04-21 10:30   좋아요 0 | URL
아주 아주 커다란 냉탕이 있었습니다.
그 구석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죠. 그 곳은 감히 가까이 가질 못 했어요.
그 미지의 어둠과 곤청색의 물이 무서웠답니다.-_-

마녀고양이 2010-04-2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사우나예요, 찜질방이예요? 두개의 정의가 헛갈려염.
전..... 새벽 4시까지 팀 식구들 다 잡아놓고 야근시킨 뒤 자려고 찜질방 간 기억이.
그런데 그 중 여자는 저 하나였다는거 아닙니까. 여자 팀장 쫒아서 남자 팀원들 모두 쫄래쫄래 자러갔지요. 흐흐.
진짜 사악한 팀장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장이 밤샘 작업한 찜질방 대금 결제 못 한다고 해서 싸운 기억도 있습니다.
아마 그 회사 그만둔 이유 중 하나였던거 같다눈~ ㅋㄷㅋㄷ

L.SHIN 2010-04-21 10:56   좋아요 0 | URL
사우나와 찜찔방의 구분이 뭔지 몰라요..-_- (긁적)
그저, 외계인에게는 사람 많고 뜨거운 방 있는 곳이면 다 거인 사는 곳이에요.
목욕탕이 있는 건 인간들을 깨끗이 씻어서 먹으려는 거라구요.(불끈)
보아하니, 울 마녀님도~ 리더쉽이 대단했었을 거 같아요. 남자 팀원들 데리고 야근에, 단체 목욕까지.
ㅎㅎㅎㅎ

후애(厚愛) 2010-04-2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 번도 사우나에 가 본적이 없어요. 그리고 찜질방도 마찬가지고요.
어릴적에 대중 목욕탕 가기 싫어서 항상 할머니한테 야단 맞았어요.ㅎㅎ
그래서 집에서 할머니가 등 밀어주고 하다가 어느 날 일요일 아침 6시에 자는 저를 깨우더니 6시에 문 열어서 사람이 별로 없다고 목욕탕 가자고 저를 끌고 갔던 할머니였어요. ㅋㅋ
전 이상하게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해요. 작년에 언니가 목욕탕이나 찜질방 가자고 했는데 안 갔는데 귀가 따갑도록 잔소리 들었어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언니가 답답해 죽겠다고 하더군요. 거기다 큰조카까지 저와 똑같으니..ㅋㅋㅋ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머니따라 온천에는 가 봤어요.^^

L.SHIN 2010-04-21 21:30   좋아요 0 | URL
아아아~! 등 밀어주는 할머니라니! 할머니라니!
난...할머니란게 없어서...왠지 므흣한 장면에 부러움의 눈물만 한 웅큼...ㅜ_ㅡ
가끔은 상상해봅니다. 내게 만약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있다면 재롱을 잔뜩 피워댈 거라고..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독거 노인들이나 경로당 같은데 가서 나만의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들 거에요. 으후후후훗.

그러고보니...난 온천에도 가본 적 없군요....(난 뭐하고 산 건가!)

2010-04-21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10-04-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사우나 찜질방...별롭니다.
특히 자는건 절대 노노노노노노 죠.ㅡㅡㅋ
마구 마구 공감 됩니다.^^추천 한표~!!

L.SHIN 2010-04-21 21:34   좋아요 0 | URL
그쵸? 그렇게 사람 많은데서 어떻게 자냐구요!
누구는 코 골지...누구는 잠꼬대 하지...누구는 계속 옆에서 뭐 먹지..누구는 떠들지!
아...전 세 번 경험한 것으로 충분히, 추웅~분히 만족한답니다.-_-

2010-04-21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4-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경주에 여행 갔을 때는 묵을 데가 없어서 찜질방에서 하루 잤는데 땀 제대로 빼고 푹 쉬었어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몇 시간 동안 눈을 맞아서 온통 젖었는데 더운 물로 샤워하고 땀 빼며 잤더니 다음날 개운했어요.
그치만 그런 때가 아니라면 저도 찜질방 싫어해요. 일단 다녀오는 데에 모두 합해서 4시간 정도는 소모하게 되는데 시간이 아까워요..ㅜ.ㅜ

L.SHIN 2010-04-21 21:36   좋아요 0 | URL
저는...언젠가 조용한 온천에 가보고 싶어요.ㅎㅎㅎ
왠지 마노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사실, 요즘은 잠을 자려고 누울 때마다 그런 생각이 간절해요.
뜨거운 욕조에 몸을 편안히 담고 싶다고...상상만 해도 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