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자꾸, 주변 아는 사람들의 어르신들이 2010년 봄꽃을 보지도 않고 떠나버리신다.
    그 추운 겨울 이겨놓고... 왜 봄의 문턱에서, 뭐가 그리 급하다고, 누가 부른다고.... 

    친구의 부하 직원 중에 E부장이 있다.
    그 사람의 처 되는 분의 어머님이 암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고,
    친구가 오늘 아침에 문상 갔다 온다고 문자를 보냈었다.
    미리, 며칠 전부터 귀띰했던 거라,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답문했다.
    외동딸이니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임시상사의 어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라고 한다.
    오늘,내일 하기에 며칠 자리 비울지 모르겠다며, 오후에 내게 말했다.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해주는 것 외엔.
    이 분은 얼마 전에도, 친척 중에 한 분이 돌아가셨다.
    나이가 있는 어른이라 이 분은 크게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지금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할까. 

    나는 문득, 평소 집에 찾아갈 때 말고는 그다지 연락 안 하던 보호자들이
    떠올랐다. 낮에는 S에게, '이번 일요일에 갈 거야' 하고 전화했는데,
    1시간 전에는 C에게, '사정이 이래서 일요일에 못 가게 됐어'하고 전화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 쑥쓰러웠지만!) 평소 해본 적 없던 질문을 해봤다. 

    "어디 아픈데 없어? 요즘 운동은 계속 해?" 

    그들은 아직 60도 안 된데다 나보다 더 건강관리 잘 하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오늘처럼 연달아 아는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묻고 싶어지는 법이다. 

    의문이 들었다.
    환절기에는 평소보다 우주로 가는 자들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특히 노인들.
    갑자기 추워지는 가을-겨울 사이면 이해하겠는데,
    따뜻해지는 겨울-봄 사이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요즘이 꽃샘추위긴 해도. 

    하기사 젊은 사람들도 방심하다가 환절기 감기 잘 걸리지 않는가 하는 일반론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고 근원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예를 들어, 지구의 생태 흐름 혹은 우주의 법칙 등에 의한 움직임은 아닐까 하는.
    물론 수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타당한- 

    가신 분들이야 그 다음 생을 살면 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엔 얼마나 큰 구멍이 생길까 싶은 생각.
    나도 남아 있어봐서 안다. 그 큰 구멍. 

    그래도 살아지더라. 

    잊혀지지는 않지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weetrain 2010-03-1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새벽에 외할머니 발인 지켜보고 출근해서 지금 일하는데...
오늘 몇번이나 실수를 했는지 몰라요.
다행히 오늘은, 제가 정줄을 좀 놔도 남들이 이해해 주네요.
(어제 그 소식 듣고. 펑펑 울면서도, 중요한 서류는 마무리 해서
넘겨주고, 사람들이 물어본거 다 해결해주고 조퇴한 덕분인지는 몰라도요...)

수능 150여일 전에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었는데,
그래도 멀쩡히 살아서 수능치고 대학가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잘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엄마를 묻고 오던 그 때의 기억들은,
아직까지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잔인한 기억이네요.

몇년 전, 제가 암환자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할때도, 딱 지금 이맘때가...
부고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하루에 세 번이나 문상을 간 적도 있어요.
(이 장례식장에서 점심을 먹고 저 장례식장에서 저녁을 먹고
또 다른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고...)
이렇게나 좋은 하늘, 너무 좋은 계절이라 그런가봅니다.

L.SHIN 2010-03-19 19:16   좋아요 0 | URL
어제 스위트님이 마무리를 잘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더라도 모두 이해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슬픈 일을 겪은 사람이 실수 몇 번 했다고 야박하게 구는 사회는 없으니까요..
많이 힘드시지만 힘내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네요.

좋은 계절이라, 그런다...확실히 봄에 많이들 떠나더군요.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니까,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야죠,뭐.
그래도 슬픔이 지워지거나 구멍이 메워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살아야죠. 그쵸?

후애(厚愛) 2010-03-2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시아버님이 암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시고 3개월쯤 지나서 시외할머님이 돌아가셨지요.
작년에 웃어른 두분이 돌아가시니 집안이 많이 조용하고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주위에 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세요..

L.SHIN 2010-03-20 10:52   좋아요 0 | URL
'모든 생물은 죽는다'라는 정설 때문에 어찌할 수 없다 쳐도, 한꺼번에 어른들이 가시면..
아무래도 사람이 가라앉게 되죠.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그렇게 죽음이 많이 일어나면
그 속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기에 그런 상황이 온다고 생각하므로, 남아 있는 자들은 더 잘 살아야
합니다. 먼저 가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

마녀고양이 2010-03-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돌아가시는 분들이 남은 사람을 배려해서 봄에 가시는거라 하지요.
겨울에 돌아가시면 장례 치르는 사람들이 너무 고생하니까,
편안하게 치르라고 따뜻한 봄에 가시는거래요.....
저도 금빛 햇살 맞으며 '아.. 봄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때 죽고 싶어요.

L.SHIN 2010-03-20 10:53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들에 대한 어른들의 그 깊은 마음을 당해낼 수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