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내 소중한 귀걸이 하나가 떨어졌어. 지금 당장 찾아와!" 

    추운 겨울날 차가운 연못에 들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귀걸이를 찾아오라니.
    말이 연못이지, 바닥 깊이로 보아 거의 수영장 수준이다.
    그러나 너무 착한데다 '유유'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지아'는 마다않고 그 얼음장같은
    차가운 물 속에 몸을 기꺼이 던진다.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높은 계급의 후궁인 '유유'는 타세계(현대 세계)에서
    온 '지아'가 '주작의 무녀'라는 이유로 황제의 총애를 받자 심술을 부린다.
    '지아'는 긴 풀에 발이 걸려 겨울 연못 속에서 익사냐 동사냐 뭐가 먼저랄 것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귀걸이를 찾지만, '유유'의 거짓말인 것을 알게 되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게 주인공 '지아'를 못잡아 먹어 안달인데다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데도 쿨하고 건방진 성격의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좋아했었다.
    이쁘긴 또 얼마나 이쁘고. 정작 주인공보다 조연이 더 이쁘고 더 멋지게 나오는 것은
    일본만화의 대표적인 공식.  

   
      유유, 그리고 젊은 황제-♡

    이 만화의 원제목은 [판타스틱 게임]으로, 현대 세계에 있는 평범한 여학생 '지아'가
    우연히 친구와 함께 중국의 고문서를 열면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날아가면서 생기는
    환상적인 모험의 이야기다. 이 만화를 본지가 벌써 17년 된 거 같다.
    그 때는 어찌나 내용에 흠뻑 빠져들었던지. 탄탄한 시나리오에, 긴장하게 만드는 적당한
    액션과 흥미진진한 사건들의 전개, 인물들간의 감정 표현 등.
    어느새 나는 인물들과 하나가 되어 웃고, 화내고, 흥분하고 그랬었다.
    꽤나 장편이었는데, 거의 후반부에 나는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건, 너무나 예쁜 (성질은 뭐 같지만 -_-) '유유'가 사실은 남자였다는 충격적인 커밍아웃을
    제외하고, 결국 모험단의 일행이 된 '유유'가 물심양면 '지아'를 도와주다가 나중에는 목숨을
    희생하는 장면에서 나는 엎어져서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태성통곡을 했다.  

   
     분홍색 남자옷을 입고 있는 유유-♡    그리고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지아-♡

    제길슨, 내가 제일 좋아하던 캐릭터를 죽이다니. ㅡ.,ㅡ^
    나 뿐만이 아니라 함께 보던 친구도 같이 태성톡곡을.... 아, 놔~ 일본만화의 잔인한 점은
    주인공이나 혹은 주인공보다 더 멋진 조연을 가차없이 죽여버린다는 것이다. 

    아서 도난 코일이 셜록 홈즈를 어떤 사건에서 죽였을 때, 수 많은 팬들이 그가 소설을 연재하던
    신문사나 출판사에 '홈즈를 살려내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 다음 회에서 홈즈가 구사일생
    한 것처럼 나도 친구들과 함께 그랬어야 했나? 그 때는 너무 어려서 그저 슬퍼할 줄 밖에 몰랐다. 

     

 

    두 번째로 좋아했던 캐릭터는 [고스트 바둑왕] (원제 : 히카루의 바둑)에 나오는 천재 기사
    '후지와라노 사이'가 혼령으로 있다가 마지막에 성불하면서 저세상으로 갈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바둑의 '바'자도 몰랐던 '히카루'를 바둑의 신동으로 만들어놓고 자신의 억울했던
    과거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버린 후지와라노 사이.
    실존했던 인물을 모델로 한 것 만큼 더 애착이 갔던 천재 기사...
    한국과 일본에 바둑붐을 일으켰던 엄청난 만화 아니었던가!  

   

    물론, 이미 한 번 죽었던 혼령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잘 가세요~' 라고 쿨하게 보내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말이쥐...ㅜ_ㅡ 

    아, 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꼭 죽어버리는거야.  

   
     아아~ 한때 나의 로망이었던 후지와라노 사이-♥
     덕분에 체스를 집어던지고 바둑에 미쳐서 날뛰다가 이창호 기사와 악수도 해봤다지~ 우후후.

 

 

    18년 전이었던가? [OZ]라는 일본만화였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간과 너무 똑같은 아름다운
    사이버노이드들이 나오는데, 그 중 내가 좋아했던 건 '1019'라는 사이버노이드.
    감정이란 것이 없어야 맞을 것인데,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서 그런지 인간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가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나는 그런 결말이 싫어... 내 '1019'를 살려내라고!! 우어어어엉...ㅜ_ㅡ 

    아쉽게도 이 만화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사진자료가 없다.
    박스에 처박아둔 책을 찾아서 직접 인증샷을 올리기엔 난 너무...게을러터졌..;;;; ( -_-)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죽는 건가, 아니면 내가 죽을 것들만 골라서 좋아하는 건가!!!! 우어!!!

 

    P.S
    어릴 때 환장하고 좋아했던 영웅은 당연 [후레쉬맨]의 5총사다.
    특히 1호 '진'을 좋아했는데, 아아~ 그 빨간 전신슈트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ㅎㅎ
    4호였나 5호였나? 여자 맴버 중 1명이 우연히 어느 가정집에서 미소(된장국)을 먹고
    외계 악당들한테 이상한 주문을 혼자만 안 걸려서 무사했던 장면이 있다.
    나는 그 후로, 착하게도 된장국을 열심히 먹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외계인이었을 줄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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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2-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봤습니다.ㅎㅎ 뭔가를 이렇게 좋아할수 있다는것도 참 멋진 일이죠.^^

L.SHIN 2010-02-06 16:59   좋아요 0 | URL
네, 하지만 이젠 새로운 주인공을 좋아하기가 갑나요...ㅜ_ㅡ

순오기 2010-02-0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오다가 마지막에서서 뿜었어요~ 외계인이라는 걸 그렇게 아셨군요.ㅋㅋ
보내주신 선물 잘 받았어요. 마시멜로와 캔디는 삼남매와 더불어 맛나게 냠냠~ 먹어 치웠어요.
등에 대고 문질러 주니 아주 시원하고 좋군요. TV보면서 애용하게 될 거 같아요.^^

L.SHIN 2010-02-06 17:03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슬픈 사실이랍니다.( -_-)ㅋ
아, 잘 도착했군요.^^ 사탕이 너무 길어서 손잡이를 자를 때, 커터칼로 톱질했다눈...ㅋㅋ

Mephistopheles 2010-02-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던 애니 그 이름은 후.시.기.유.기.....

L.SHIN 2010-02-06 19:58   좋아요 0 | URL
네, 일본에선 후시기유기... 한국에 처음 나왔을 때는 [판타스틱 게임]..
아아, 손 발이 오그라들었던 건 나 뿐만이 아니었군요.ㅋㅋ

라로 2010-02-07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궁금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ㅎㅎㅎㅎㅎ

L.SHIN 2010-02-07 21: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제서야 아셨다니! 나에 대한 애정도가...? -_-

메르헨 2010-02-0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가면...<판타스틱 게임>을 들춰볼거 같습니다.^^
사실...저는 요 시리즈보다 <하늘은 붉은강가>를 더 사랑하지만 말입니다.^^
주말에 출근한 메르헨 출석도장 찍구 가요.ㅜㅜ

L.SHIN 2010-02-07 21:56   좋아요 0 | URL
오옷, <하늘은 붉은강가>... 아, 이런 무슨 로망스런 제목인가!
나중에 찾아봐야겠다눈...^^
그런데 주말에 출근이라뇨! 지금쯤이면 집에서 편히 쉬시겠죠? ㅜ_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