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끔씩(요즘은 한,두 달에 1번? -_-) 가는, 책과 영화를 빌려주는 대여점에
가서 10,000원을 충전해달라며 세종대왕을 건네줬었다.
어차피 내가 안 가도 C가 남은 충전금을 부지런히 소모할테니까, 하면서.
(그러나 내가 건진 건 맛없는 초코 애니영화라니.쯧)
그런데 알바하는 젊은 학생? 그냥 젊은이? 가 갑자기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왜 그런가 하고 모니터를 쳐다봤더니, 아이구 이 사람, 충전금을
1,000,000 원 입금하셨다.
새해 선물이요?
990,000원은?
아무래도 '0'이 2개 붙은 자판을 실수로 한 번 더 쳤나 보다.
문제는 수정이 안된다는 거. 나는 잠시 쳐다보다가, 내가 있어서 더 긴장해서
못하나 보다 싶어 유유히 빌린 것을 들고 나왔다.
아마 혼자 꽤나 땀 흘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전의 신은 그런 실수를 안할까?
내 자산에 '0'을 실수로 서너 개 붙여준다 해도 난 불만없는데. ㅋㅋㅋ
6년 전이었던가.
무심코 은행 볼일을 보다가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았었다.
"만약 내가 잘못 송금하면 어떻게 다시 돌려봤나요?"
"아, 그건 그 통장주가 되돌려주어야 하는데요, 그 분이 안 돌려주면 못 받아요."
뭐시라? ㅡ.,ㅡ"
물론, 1차적인 문제는 '송금을 잘못 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2차적인 문제는 '통장주가 되송금해주는 번거로움을 만든 것'이다.
실수를 했는지 올바로 했는지 컴퓨터 전산은 알 길도 없고 관심도 없다.
게다가 엄연히 아무개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그건 아무개의 소유가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통장'이라는 사유지 안에 굴러 떨어진 사과 아니겠는가.
내가 '그 사과는 내꺼요' 하고 주우려고 들어갔다가는 '사유지 침범'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땅에 실수로 떨어진 사과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안 주고는
사유지 소유자의 양심과 자율에 따른다는 것이 현재 한국법.
몇 만원이라면, 억울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현행법으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대체로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욕지꺼리를 내뱉고 삭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돈이 만약 몇 천만원 혹은 몇 억원대라면?
아마도 법정싸움을 하고 싶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젠 인간들의 법들은 모두 돈과 관련되어 개정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과거에는 인간 사회의 규범을 정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즉 문화적으로 필요해서
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한' 법들이 태반인 것 같다.
그 개념없고 돈만 허벌나게 많은 인간들이 저런 것과 같은, '잘못 송금된 돈을
다시 돌려받는 법'을 안 만들었을리 없을텐데. 아니면 그들은 실수를 안 하는가?
어쨌거나, 대여점의 그 '0' 2개짜리가 한 번 웃게 만드는구나.
PS : 외국의 Funny video를 보면 '가짜 복권'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장난의 희생양이 된 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기쁨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고작 1만 달러 당첨으로.
그러다가 누군가 '장난이었어' 하고 말하면 대체로 웃으며 넘어가곤 한다.
장난이 일상화 되어 있는 문화 속 사람들의 관대와 여유 아닐까.
만약 한국에서 그런 장난을 쳤다면?
신발로 맞을지 모른다. -_-
그럼에도 나는, 매번 그것을 보면서 그런 장난을 한 번은 쳐보고 싶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