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페이퍼에 한 번 소개했던 귀여운 강아지의 이야기다.
  N의 집으로 입양온지 1주일이 채 안되었을 때, 결국 N의 투정을 들어야만 했다.
  '혹시 조증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성격이 너무 밝아서 문제인 이 아기는
  자기 집에서 밤새 울어대서 N의 눈에 다클서클 삼겹을 만들어 버린 것... 

  N은 지금 조금 아프다..
  다음 달에 수술 계획이 잡혀 있을 정도의 아픔.
  그럼에도 매일 열심히 일을 하며 힘차게 살아가는 그가 '개가 있으면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
  이라는 생각에 개 입양을 하게 된 것이다.
  워낙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심정을 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인간의 오랜 친구,
  태어날 때 부터 인간을 따르는, 인간을 좋아하는 것이 본능인 사랑스러운 친구, 개.
  인간에게 사랑받고 인간을 사랑하고 지키며 사는 것이 숙명인 그들.  

  이라지만...아직 어린 아기였을 때는 반대로 인간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것임을...-_-

  결국, 모처럼 스스로에게 휴가를 줘서 마침 쉬고 있던 내가 문제 해결을 위하여 투입.
  N과 이런 저런 분석(?)을 해봤다.
  아기가 잠시도 사람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자기 집에서 밤새 우는 이유는,
  선천적 혹은 분양하는 애견집에서 받지 못한 관심과 애정 결핍이 주 원인인 듯 하다는 결론.
  그럴 것이 그 집은 개가 수십 마리라서 일일히 한 마리 한 마리 다 보살펴주지 않은 듯 하다.
  게다가 생후 3개월이 될 때까지 얼마나 굶주려 있었으면, 그렇게나 식탐을 낼까.
  처음 데려올 때,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했었다.
  지금은 워낙 잘 먹고 잘 싸서..건강해졌지만. 

  강아지들을 전에 키워본 경험이 있는 N의 말에 의하면, 

  "저렇게 많이 울고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강아지는 처음이다" 

  나는 강아지 변호 한답시고, 

  "개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그렇지. 애정결핍에 굶주린 상태가 가장 중요한 생후 3개월 안에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이제, 늘 밥이 있고 늘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
  괜찮아질거야." 

  예상은 맞았다.
  며칠 동안 N의 집에 머물면서 아기랑 하루종일 있어주고, 똥.오줌 정리해주고, 밥 자주 주고..
  우리가 잘 때, 자기 집에 혼자 있어도 울지 않고 얌전해 졌으며.
  이젠 밥을 줘도 미친 듯이 허겁지겁 먹지 않고
  조금씩 자기 집의 화장실에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만세-! 

  강아지 화장실의 패드를 매일 갈 때마다 기저귀 가는 느낌이 나고..
  강아지 낑낑 투정을 받아주고 그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사고 치는거 잡을 때마다
  '인간이나 개나 아기는 다 똑같이 손이 많이 가고 정성스런 보살핌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육아 일기-人아기와 강아지의 공통점> 

  1. 뭐든지 일단 입으로 가져간다.

  2. 하루 종일 먹어대고 하루종일 싼다. 

  3. 보호자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운다. 

  5. 너무나 순수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 약해진다. 

  6. 피부가 보드랍고 몸이 유연하다. 아기 특유의 냄새가 온 집안에 벤다.

  7. 자기 패드(기저귀) 혹은 집에 자신의 배설물이 가득차면 운다. 

  8. 어느 게 위험한 물건인지 아직 모른다. 

  9. 아무 생각 없다. 

  10. 세상의 중심이 온통 보호자에게 집중돼 있다. 

 

  <차이점> 

  1. 잠이 없다, 이 눔의 자슥은. ㅡ.,ㅡ
     보통은 이 나이 때 하루종일 자더만..이 자슥은 눈에 충혈이 날 정도로 잠을 안 잔다.
     그 역시 보호자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기 위한 자기 방법인 듯? 

  2. 방금 전에 혼나고도, 1초 후면 또 까분다.
      이건 낙천적이다 못해...조증이다. 주말에 병원 가면 의사에게 필히 물어보고 싶다.
      그냥 밝은 성격이면 문제가 안되지만, 나중에 커서 밖을 나돌아 다닐 때 이렇게 조심성 없는 성격은
      사고나기가 쉽다. 심히 걱정 된다.. 

  3. 손.발을 시도 때도 없이 깨무는데...어린 것이 이빨이 꽤나 날카롭다.
     보호자가 '아퍼!' 하고 비명을 질러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잘근잘근 씹어주신다. ㅡ.,ㅡ 

  4. 도망쳐 봤자 느려서 잘 잡힌다. 그리곤 자신이 왜 그렇게 빨리 잡혔는지 영문을 모르는 표정 작렬.ㅋ 

  5. 신발을 좋아한다.
     새신발이든 헌신발이든 일단 씹어보고 본다. 

  6. 안아달라고 뗑광을 부리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바지 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7. 자기 똥.오줌을 밟고 다닌다. 

  8. 까불다가 자기 머리 무게 못 이겨서 발랑 자빠지고도 순식간에 일어나 또 까분다. 

  9. 매일 매일 눈꼽을 떼어줘야 한다. 

  10. 너무 새까매서 가끔은..이 자슥 눈,코.입이 안보일 때가 있다. -_- 

 

 

  새삼, 지금 아기를 키우고 있는 모든 엄마들이 존경스럽다...-_- 
  어제 새로 산 강아지용 방석에 보기 좋게 소변들로 색칠해주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2개 살걸..
  이 부근 애견센타를 찾아서 장난감이나 사줘야지,
  내 발 살점이 다 떨어지겠다. ㅜ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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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5-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윙크에 연재 중인 박희정 작가의 마틴&존의 주인공이 강아지 둘이었어요. 항상 '마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 '존'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사랑 이야기였는데 이번엔 견공들이 주인공이 된 거지요. 표정이 어찌나 다채롭고 재밌고 예쁘던지, 읽으면서 엘신님 생각이 났어요.^^

L.SHIN 2009-05-14 18:33   좋아요 0 | URL
아, [마틴&존] 새로운 시리즈인가 보군요!
6권까지 너무 재밌게 봤는데~^^ 단편집 나오면 꼭 봐야지~ㅎㅎ
박희정은 참 감수성도, 연출력도 좋은 작가지요.(웃음)

프레이야 2009-05-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점에서, 자기 똥오줌 밟고 다니다뿐인가요.
그거 주물럭거리며 좋아라하는 게 아이에요.
우리집 큰딸 어릴 적^^

L.SHIN 2009-05-14 18:34   좋아요 0 | URL
억-!! 주물럭.....-_- 고거 참..ㅋㅋ

푸른신기루 2009-05-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사진은요............. 보고싶은데..ㅡ_ㅜ

L.SHIN 2009-05-16 00:41   좋아요 0 | URL
강아지 사진, 얼마 전 제 페이퍼 보면 있답니다. ^^

이리스 2009-05-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육견 -_-;; 중이시군요. ㅋㅋㅋ
저는 몇마리의 개를 키우면서 그나마 철이 조금 들었다고 할까요?
나만을 의지하는 연약한 생명체를 보면 저절로 책임감이 들어버립니다요.. ㅎㅎ

L.SHIN 2009-05-18 09: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서 동생이 있는 자 혹은 동물을 키우는 자에게는 책임감이 생겨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