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있고, 이제는 전화 문자 메시지도 있고, 이메일도 있고, 심지어 동영상 편지까지 있지만. 

그래도 역시 비뚤거리는 글씨일지언정 펜으로 틀린 글 벅벅 지워가며 쓴 편지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건...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당연한 거였던가요? 

 

내 책장 어느 구석에는 지금도 신발상자 세개가 먼지를 수북이 쌓아놓으며 처박혀있네요. 

그걸 들춰보면 폴폴 떠오르는 먼지뭉치보다도 더 강하게 추억이 뭉턱뭉턱 떨어질겁니다. 

고등학교 때 힘든 집안사정과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들의 편지도 있고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선배를 따라 데모를 하러 나가고 철거지역의 집에 들어가 부서지는 집안에서 목숨을 걸고 철거반대를 외치던 선배의 모습에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던 친구의 수십장에 걸친 편지도 있고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며 가출한 후 십년이 넘게 소식이 없는 형소식이 궁금해지고 있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던 후배녀석의 기나긴 편지도 있고.... 

그리고 또... 인생의 고비와 갈림길에서 주고받았던 편지들. - 하, 뭔가 거창해지려고 하지만, 어쨌거나 지극히 사적이며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한 것들이어서 내용을 밝히기는 힘든. 

 

 

갑자기. 

그냥 생각났어요. 

오늘은 그래서 집에 처박혀 옛편지들을 읽고 싶지만..... 퇴근하면서 바로 성당 교리교사 피정준비를 하고 저녁부터 프로그램 진행을 해야돼서 시간이 없군요.

대신 저한테 손편지 한 통 보내시면, 무지 기쁘게 읽을 수 있겠는데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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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몇 년만에 우편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답니다. 어찌나 설레든지 눈물이 찔끔났지 뭐예요. 그 편지를 쓰고, 보내고 받는 그 시간이 바로 그 설레임을 만드는 거 같아요. 별별별별별 ^^

L.SHIN 2009-02-08 07:02   좋아요 0 | URL
역시, 아무리 이메일이 있다 해도 크리스마스 카드는 아날로그가 최고죠! ^^
ㅋㅋㅋ 휘모리님, ☆을 하는게 얼마나 귀찮았으면, '별별..' 이라니.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센스 있는데요? (찡긋)

chika 2009-02-09 11:15   좋아요 0 | URL
별별별별별 댓글이 참 감사하군요.
그나저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사랑고백의 카드를 받으시기를 ^^

Mephistopheles 2009-02-0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나이 들고 나 손으로 직접 쓰는 글자조차도 하루에 백자를 안넘기는군요.
그런데 태그가..제주 소를 잡으셨나요..?? 고기라면 저도 좀 주세요.

L.SHIN 2009-02-08 07:03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
나는 소불고기!

chika 2009-02-09 11:17   좋아요 0 | URL
흠,흠흠,,, 다들 흑도새기가 맛있다던디...

어르신들에게 들은 얘긴데, 예전에 제주에 소가 귀할땐 소도 함부로 도축못했다다군요. 소 주인조차!
그래서 소 등록번호가 있고(우민등록증? ;;;;) 병들어 죽어도, 도축을 해야할때도 다 관청에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 했답니다. 흠, 흠흠;;;;

L.SHIN 2009-02-08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펜팔을 했었을 때, 한 번은, 1미터짜리 편지지에다 3장이나 걸쳐 장문의 편지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지로울 정도이죠. -_- 지금은 한 장만 써도 손이 마비될 것 같은..;;

저도 수기 편지들을 모아놓습니다. 언젠가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참, 저는 답장 안해주시면 편지 안보냅니다.(웃음) 주소는 비밀글로 남겨주세요.

자, 치카님의 아날로그와 치카님 과거의 용감했던 사람들을 위해 ☆☆☆☆☆

2009-02-0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2-08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때 촌에서 인천으로 전학한 제게 연서를 보냈던 녀석들의 편지를 아직도 갖고 있어요. 나이 마흔이 넘으니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만남이 시작되었고 카페가 개설되고...P군, K군이란 이니셜로 그 편지의 일부를 스캔받아 공개했더니 엉뚱한 녀석들이 자기 아니었나 하더라는~~~ ㅋㅋㅋ 그걸 보고 정말 손편지가 쓰고 싶다며 주소를 물어온 미국에 있는 친구가 여행하면서 휘날려 쓴 엽서를 보내며 10년 후에나 공개하라는 부탁을 했더군요. 이제 그 엽서를 공개하려면 몇년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ㅋㅋㅋ
하여간 1974년부터 1989년 첫딸 낳아 키울때 조카들과 주고 받은 편지까지 보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의 아니로그 편지는 1980대로 마감됐답니다.ㅜㅜ

L.SHIN 2009-02-09 05:06   좋아요 0 | URL
와~ 타임머신 엽서라니!
궁금할텐데도 잘도 참으셨군요! 몇 년 후엔, 어떤 내용이었는지 살짝 알려주세요.(웃음)

chika 2009-02-09 11:21   좋아요 0 | URL
오오~ 역시 순오기님은!!

근데 정말 그때 그 친구들의 편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궁금해하는 그 기분 아시죠? ^^

순오기 2009-02-09 11:28   좋아요 0 | URL
녀석들의 편지 뿐 아니라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 보낸 편지, 혹은 애낳고 산후우울증에 빠진 친구가 보낸 편지도 있답니다.^^동창회방에 공개했더니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