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있고, 이제는 전화 문자 메시지도 있고, 이메일도 있고, 심지어 동영상 편지까지 있지만.
그래도 역시 비뚤거리는 글씨일지언정 펜으로 틀린 글 벅벅 지워가며 쓴 편지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건...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당연한 거였던가요?
내 책장 어느 구석에는 지금도 신발상자 세개가 먼지를 수북이 쌓아놓으며 처박혀있네요.
그걸 들춰보면 폴폴 떠오르는 먼지뭉치보다도 더 강하게 추억이 뭉턱뭉턱 떨어질겁니다.
고등학교 때 힘든 집안사정과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들의 편지도 있고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선배를 따라 데모를 하러 나가고 철거지역의 집에 들어가 부서지는 집안에서 목숨을 걸고 철거반대를 외치던 선배의 모습에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던 친구의 수십장에 걸친 편지도 있고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며 가출한 후 십년이 넘게 소식이 없는 형소식이 궁금해지고 있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던 후배녀석의 기나긴 편지도 있고....
그리고 또... 인생의 고비와 갈림길에서 주고받았던 편지들. - 하, 뭔가 거창해지려고 하지만, 어쨌거나 지극히 사적이며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한 것들이어서 내용을 밝히기는 힘든.
갑자기.
그냥 생각났어요.
오늘은 그래서 집에 처박혀 옛편지들을 읽고 싶지만..... 퇴근하면서 바로 성당 교리교사 피정준비를 하고 저녁부터 프로그램 진행을 해야돼서 시간이 없군요.
대신 저한테 손편지 한 통 보내시면, 무지 기쁘게 읽을 수 있겠는데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