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떨어지는 빗소리
  (지금 비가 온다. 자동차 와이퍼가 앞 창에 떨어진 빗물을 좍좍 쓸고 가는 모습도 좋아)

  맨 바닥에 슬리퍼 끄는 소리
  (내가 자취를 남기며 걷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목 관절 움직일 때 나는 두둑 소리
  (웬지, 삐뚤어진 뼈가 제 자리 찾아가는 기분이 느껴져서?)

  책 종이 넘기는 바스락 소리
  (한 장 한 장 내용을 먹었다는 만족감과 나무의 냄새를 느낄 수 있어서)

  낙엽 밟는 소리
  (어릴 때는 미친듯이 공원의 모든 낙엽을 밟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유리 잔 부딪히는 맑은 소리
  (어떤 잔이든 좋다. 그 얇은 유리가 서로를 부딪혀 내는 소리가 좋다)

  구두 소리
  (특히 타일 같은 맨들맨들한 곳을 걸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가 좋다. 남자 구두든 여자 구두든)

  바둑 알이나 체스 말을 판에 놓을 때 나는 소리
  (신중하게 생각해서 한 수를 놓을 때이기 때문일까)

  코르크 마개를 딸 때의 퐁- 하는 소리
  (새 병을 딴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저 그 소리가 이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기 굽는 소리
  (빨간 고기가 노랗게 익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주 원인은 '먹을 때 맛있다' 라고 기억하는 뇌 세포 때문일까,
   아니면 몇 년 전 했던 '고기 굽는 게임' 때문일까.긁적)

  눈 밟는 사박 사박 소리
  (약간 얼었을 때, 발 밑에서 나는 그 뽀득, 사박 소리가 너무 좋다)

  얼음 깨먹는 와그작 소리
  (나는 그렇게 먹지 않지만, 누가 옆에서 얼음을 맛있게 먹으면 그 소리가 너무 좋다)

  총각무 콰작 깨무는 소리
  (나는 깨무는 소리 때문에 통째로 먹고 싶었는데, 누군가 친절하게도 3등분 썰어 주면
   그 작은 녀석이라도 많이 씹어서 기어코 소리를 듣고 만다)

 

 

  세상엔, 멋진 소리가 참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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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묘하고 영롱한 소리가 많아요. 이 중엔 제가 좋아하는 소리도 많이 들어 있어요^^

L.SHIN 2008-11-28 06:03   좋아요 0 | URL
헤에~ 모두 느끼는 것이 비슷하군요.(웃음) ^^

Mephistopheles 2008-11-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기에 굳이 추가를 하자면 살짝 약올렸을 때 지르는 엘신님의 괴성이요.=3=3=3=3=3

L.SHIN 2008-11-28 06:03   좋아요 0 | URL
허업...ㅡ.,ㅡ
(그렇단 말이죠. 중얼중얼)

2008-11-2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11-28 06:04   좋아요 0 | URL
헤에~ 그렇군요!
멋진 소리가 그렇게나 또 있다니! ^ㅡ^ 정말 멋져~

레와 2008-11-2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배고플때 배에서 나는 "꼬르륵"소리도 좋답니다.

아직 내가 살아서 살아가고 있는거지.. 막, 이라믄서..^^;

L.SHIN 2008-11-28 06:05   좋아요 0 | URL
ㅋㅋ 사실, 저는 그 소리는 조금 민망하다는..( -_-)
하지만 역시 레와님 말씀 듣고 보니까 정말 그것도 멋진 소리군요.^^

302moon 2008-11-2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통했다!)
글에서 느껴지는 L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더불어,
L님의 괴성,
저도 좋아해요. (속닥속닥)

L.SHIN 2008-11-28 06:05   좋아요 0 | URL
커헙..여기, 나의 괴성을 좋아하는 또 다른 새디스트? ㅋㅋㅋ

2008-11-28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8 0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