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떨어지는 빗소리
(지금 비가 온다. 자동차 와이퍼가 앞 창에 떨어진 빗물을 좍좍 쓸고 가는 모습도 좋아)
맨 바닥에 슬리퍼 끄는 소리
(내가 자취를 남기며 걷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목 관절 움직일 때 나는 두둑 소리
(웬지, 삐뚤어진 뼈가 제 자리 찾아가는 기분이 느껴져서?)
책 종이 넘기는 바스락 소리
(한 장 한 장 내용을 먹었다는 만족감과 나무의 냄새를 느낄 수 있어서)
낙엽 밟는 소리
(어릴 때는 미친듯이 공원의 모든 낙엽을 밟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유리 잔 부딪히는 맑은 소리
(어떤 잔이든 좋다. 그 얇은 유리가 서로를 부딪혀 내는 소리가 좋다)
구두 소리
(특히 타일 같은 맨들맨들한 곳을 걸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가 좋다. 남자 구두든 여자 구두든)
바둑 알이나 체스 말을 판에 놓을 때 나는 소리
(신중하게 생각해서 한 수를 놓을 때이기 때문일까)
코르크 마개를 딸 때의 퐁- 하는 소리
(새 병을 딴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저 그 소리가 이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기 굽는 소리
(빨간 고기가 노랗게 익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주 원인은 '먹을 때 맛있다' 라고 기억하는 뇌 세포 때문일까,
아니면 몇 년 전 했던 '고기 굽는 게임' 때문일까.긁적)
눈 밟는 사박 사박 소리
(약간 얼었을 때, 발 밑에서 나는 그 뽀득, 사박 소리가 너무 좋다)
얼음 깨먹는 와그작 소리
(나는 그렇게 먹지 않지만, 누가 옆에서 얼음을 맛있게 먹으면 그 소리가 너무 좋다)
총각무 콰작 깨무는 소리
(나는 깨무는 소리 때문에 통째로 먹고 싶었는데, 누군가 친절하게도 3등분 썰어 주면
그 작은 녀석이라도 많이 씹어서 기어코 소리를 듣고 만다)
세상엔, 멋진 소리가 참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