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문자가 왔다. 당초 예정했던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모두 좋지 못한 기분이었다. 사실 얼마나 말도 많고 탈도 있있던가? 어렵사리 동의를 얻어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렸는데. 화이자 부족 소식을 들었을 때 설마 했는데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원인은 백신부족. 보다 구체적으로 2차 접종 물량을 댕겨 쓰는 바람에 1차 접종 예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


현 정권에 다시 환멸을 느낀다. 약속을 어긴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기 이번엔 생명과 직결되는 백신이다. 확보가 어렵다면 예약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 설령 그랬더라도 사정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마땅했다. 접종 일주일을 앞두고 중단해버리다니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어떤 지역 분들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는데, 왜?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 모름지기 정책을 펼 때는 사전 검토는 물론이고 사후 검증은 필수다. 


문재인 정부는 이 모든 과정에 실패했다. 우선 백신확보를 섣불리 발표했다. 마치 바로 들여올 수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했다. 둘째, 부족한 상황을 정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당장 접종할 백신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자신감만 내비쳤다. 허장성세다. 셋째, 지도자의 사과가 없다. 이점이 가장 짜증난다. 현 정권은 자신들이 잘못 판단한 정책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과거 보수정권은 형식적이나마 고개를 숙였다. 왜 차이가 나는가? 사죄가 곧 자신들의 몰락이라는 두려움이 큰 탓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무능하다는 말이다. 실력 있는 사람은 모든 조건을 검토하고 실행했더라도 잘못이 발생하면 사과하고 바로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할 줄 안다.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한다. 기대하지 않는다. 미리 내놓은 자화자찬 자료를 보면 안 봐도 뻔하다. 또 희망고문만 하겠지.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지만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또 어떻게 설득할까? 나 스스로도 자신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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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원의 대표메뉴 


제대로 된 볶음밥을 먹으려거든


비오는 날은 짬뽕, 이라는 공식은 없지만 국물 음식이 당기는 건 사실이다. 구름은 짙게 깔려 있었지만 다행히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는 참아주었다. 자리에 앉아마자 삼선짬뽕과 볶음밥을 시켰다. 이 두 메뉴는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말에 신뢰가 가서다. 특이한 건 짬뽕이 백짬뽕이다. 곧 흔히 연상하는 붉은 색이 아니다. 얼큰하게 해달하고 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짬뽕을 내준다. 왠지 은근한 고집이 느껴져서 좋다. 재료도 아낌없이 들어가 좋지만 무엇보다 국물 맛이 일품이다. 개운하면서도 은은하다. 굳이 백짬뽕을 밀고 가는 이유가 있다. 


한편 볶음밥은 일단 밥이 고슬고슬하다. 사실 중국집 볶음밥은 다소 성의가 없는 메뉴다. 찬밥을 그냥 센 불에 볶아 준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사실 제대로 된 중국음식을 맛보려면 볶음밥을 먹어봐야 한다. 그래야 주방장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춘장과 계란탕을 함께 준다. 물도 그냥 생수가 아니라 엽차다. 일종의 정식 개념인데 실제로 다 먹고 나면 포만감이 장난 아니다. 


신원은 내게도 추억의 장소다. 근처에 이대병원이 있을 때 병간호하다 가끔 들러 식사를 하곤 했다. 지금은 병원도 사라지고 아버지도 돌아가셨지만 식당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혹시 하고 물어보니 예전에 운영하셨던 분은 은퇴하고 지금은 친척이 하고 계시다. 음식 맛은 변함이 없다. 다만 가격만 살짝 올랐다. 볶음밥은 7천 원, 삼선짬뽕은 8천 5백 원. 


사진 출처 : [신신원 ①] 종로 6가 화상 중국집 신신원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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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극적인 경험이 오래 뇌리에 남아 신경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말한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겪고 있는 질병(?)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 치유방법은 회피다. 곧 거슬리거나 짜증이 날만한 상황이나 사람을 피한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가 노출이다. 다시 말해 반복적으로 접함으로써 불안 증세를 누그러뜨린다. 내게는 이 조치가 잘 맞지 않는다. 공포가 더 극대화되고 다른 분야까지 옮아가게 마련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트라우마를 마치 자신들만 겪는 양 과장하는 이들이 있다. 범죄자들이 그렇다. 상식 이하의 범행을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을 내세운다. 동시에 어렸을 적 상처를 들먹인다. 대학 다닐 때 그런 친구가 있었다. 머리도 좋고 행동도 빨라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같이 어울리다 보면 꼭 막판에 꽁무니를 뺐다. 이를 테면 중간고사를 앞두고 함께 스터디를 하자고 모아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빠져버린다.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다. 그런 일이 잦아지자 하루는 날을 잡아 이유를 물었더니 집안이 어려웠단다. 이런 황당한 변명이.


물론 트라우마가 병으로 커져 심각해지는 일도 많다. 그러나 그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인간의 뇌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방어벽을 칠 뿐이다. 같은 일을 경험하고도 선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어미와 아비를 잃고 왕이 된 연산군과 정종을 보라. 누구의 트라우마가 더 끔찍했겠는가? 나중에 알게 된 비극과 직접 눈앞에서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가운데 누가 진짜 괴롭겠는가?


과장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들어줄 이가 필요하다. 그마저도 힘들다면 나처럼 글을 써라. 쓰다보며 신경이 누그러지고 세상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걸 저절로 느끼게 된다. 진짜다. 행여 나쁜 마음이 들거들랑 당장 연필을 들어라. 혹은 노트북을 펼치고 한글이나 워드 프로그램을 클릭하라. 당장 쓸 거리가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커서가 깜빡이는 걸 보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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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 식사는 식빵이다. 구체적으로 세 개 쯤 토스트기에 데운 다음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볶음자리 딸기잼이나 필라델피아 크림을 발라 먹는다. 여기에 비알레띠로 끓인 원두커피를 곁들인다. 사과와 함께.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이 중 한 가지만 빠져도 하루가 어그러진다.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늘 그 자리에 있어 당연히 영원한 줄 알았는데. 딱히 유명한 맛집도 아니고 그저 그런 프랜차이즈였지만 장사를 그만한다고 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당장 매일 먹을 빵을 구하지 못하니 낭패다. 다행히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체인 빵가게가 있어 큰 수고는 덜었다. 물론 매일 먹던 빵은 아니겠지만.


프랑스에서는 베이커리가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한다.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빵집이 없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들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야 마땅하다. 우리에게는 그 정도 위상은 아니겠지만 동네 빵가게가 없어서 허탈해하고 힘들어하는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스벅권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웃었다. 한낱 커피숍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러나 이제는 이해가 좀 된다. 그곳은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일종의 거점역할을 한다.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고 무엇보다 잠시 들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고 리프레시가 된다. 만약 그런 장소가 사라진다면 상실감은 상당히 클 것이다.


나의 빵집 순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평소 눈여겨보았던 가게들을 두루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츄리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거리며 갈 수 있는 빵집의 운치와는 바꿀 수 없다.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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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바흐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유안 쉥의 파르티타 모음집


사치의 정의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사치하면 떠오르는 삶이란 멋진 고층 아파트먼트에 고급 승용차, 그리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식사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생을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진짜 사치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거다. 아무리 럭셔리하게 꾸몄더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해야만 한다면 그것이 지옥도다. 그렇다면 하기 싫은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최소한 먹고 살 돈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일이란 생계와 관련이 되어 있다. 막말로 땅을 아무리 파도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얻기 힘들다. 이 말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분모를 늘리거나 분자를 줄이거나. 곧 돈을 많이 벌어 최대한 하기 싫은 일에서 벗어나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돈으로 만족하며 살거나. 둘 가운데 정답은 없다. 그러나 기한을 정하면 선택이 편해진다. 곧 어느 정도 나이까지는, 최소한 먹고 살 돈을 마련하기 전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되 그 이후에는 마음먹은 대로 산다. 윤여정도 60이 넘어 겨우 이 경지에 이르렀고 필립 글라스도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다. 문제는 조절을 하지 못할 때다. 돈을 차고 넘치게 벌면서도 노예처럼 일하거나 당장 굶어죽을 지경인데 찬밥 더운밥 가리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인간들은 사치의 정의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저 겉모양이나 남들이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치가 아니라 진짜 사치, 곧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사치는 유튜브로 유안 쉥이 연주하는 바흐 파르티타를 들으면서 누구의 방해 없이 이 글을 쓰는 거다. 이런 사치를 누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간의 전기료뿐이다. 물론 다른 돈버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 시간의 값어치는 엄청나게 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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