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메이드 9
오토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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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란 상상력의 산물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법하지 못한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만화가 인기인 나라는 억압되었다는 뜻도 된다. 그만큼 살아가기가 팍팍하다는 말이다.

 

<소년 메이드>는 발칙한 만화다. 한동안 하녀를 주제로 한 메이드 만화가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는 남자아이까지 이 대열에 동참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서구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하인이나 하녀 스토리의 아동 버전인 셈이다. 과거의 메이드가 세습으로 이루어졌다면 현대는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다. 딱히 자랑스러워할만한 직업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만화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아니 훌륭하다는 것을 역설한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현대판 노예라고 할 수 있지만 돌려 말하면 다른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것이야말로 숭고하다고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과 메이드의 관계다. 겉보기에는 수직적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등하거나 도리어 하인이나 하녀가 위인 경우도 많다. 주인의 메이드에 대한 의존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관계의 역전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헤겔의 주인 노예 반전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뭐 그렇다고 심각하게 이 만화책을 볼 필요는 없다. 어린 남자아이가 생계문제에 부딪쳐 낯설고 생소한 하인 생활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말

 

실제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에서 최싸가 권력서열 1위 운운하는 풍문이 드는 것은 둘 사이의 의존이 강해 관계 역전이 이루어진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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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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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는 한통속이라는 말이 있다. 검사건 판사건 변호사건 사사건건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리그에 속해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검사나 판사를 하고나서 변호가가 되는 건 상식이고 거꾸로 변호사를 하다 다시 검사나 판사를 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황당해보이지만 꼼꼼이 따져보면 타당한 점이 많다. 상대의 처지가 되어보아야 법의 전체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이다.

 

할러 변호사가 검사로 활약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마이클 코넬리도 소재가 슬슬 바닥이 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속물이면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할러가 검사 역할까지 맡다니. 아무튼 할러는 24년전 사건을 다시 들추어보게 되는데 이상한건 아동 살해범으로 이미 복역하고 있는 죄수가 항소를 한 것이다.  대체 지금에 와서 왜?

 

할러는 검사측 대리인이 되어 밤죄험의를 굳히기 위해 막판까지 몰아붙이는데 결말에 이르러 뜻밖의 사건이. 사실 조금 실망했다. 이야기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여기서 그만하고 외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섭이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는 미스터리에 빠트리고 말이다.

 

예상대로(?) <파기환송>은 할러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었다. 검사까지 하게 된 마당에 더이상 소재를 확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할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코넬리에게는 다행스러운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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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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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당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기억하는 어른은 한명도 없다. 어른이 아이에게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망각 때문이다.

 

마틸다는 우리가 상상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그저 생각없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기에 바쁜게 아니라 속물인 엄마 아빠를 경멸하고 책을 사랑하고 선생님이 진짜 엄마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하니 라고 경악하는 건 어른들뿐이다. 누구나 아이 때는 자신의 부모을 원망한다. 아무리 자상하더라고 예외가 없다. 자신은 분명히 다리밑에서 주워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틸다는 아이들이 보는 어린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잘난 줄 알고 어른들의 세계를 하찮게 여긴다. 진리탐구와 본질추구에 목숨을 건다. 왜 거짓말을 하며 살지, 왜 남을 속이며 돈을 벌지, 가난한 사람을 왜 업신여기지?

 

옳고 그름은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들 자기 살길이 바짜 정의나 상식은 통하지 않게 된다. 고 가르치는 어른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단 한명 예외가 있다면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도서관 사서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도서관에 찾아온 마틸다에게 아이들이 볼만한 책을 권하지만 그림없는 책을 요구하자 직접 리스트를 작성하여 체계적인 독서를 돕는다. 폐관시간까지 남아 있는 마틸다를 보고 순간 데려다 줄까 하다가 지나친 관심과 배려가 독이 될 것을 염려하여 그저 지켜보기로 한다. 그렇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켜보기다. 우호적인 무관심을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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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와 보리스 비룡소의 그림동화 44
윌리엄 스타이그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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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었어.

물에 빠질 때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시간이 오래 걸릴까?

그저 무섭기만 할까?

내 영혼은 하늘나라로 올라갈까?

 

때로는 뜻밖의 인물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전혀 도와줄 형편에 처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데.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전혀 일면식도 없었는데 평소의 내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그는 내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 때는 어디 손 뻗을 곳 없어 하루하루가 괴로웠던 때였다. 어쩜 이렇게 다들 외면하지? 내가 그토록 도와주었는데. 그들은 모두 나를 외면했지만 예기치 못했던 사람이 내민 손길 덕에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아모스와 보리스>는 우리는 모두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으며 상부상조야말로 가장 큰 미덕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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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야 고맙다
오승환.이대호.추신수 지음, 이영미 글, 조미예 사진 / 하빌리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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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 흥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프로야구는 디비전 시리즈를 포함하여 월드시리즈까지 약 한 달에 걸쳐 이어지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러나 내 리즈 시절은 중학교 때였다. 프로야구가 막 시작하고 온 국민의 관심은 매일매일 벌어지는 야구경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아이들은 연일 야구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건 거의 매일 라디오로 중계를 끝까지 듣고 전 경기의 스코어보드를 작성한 일이었다. 어른이 되어 야구에 대한 열기는 줄어들었지만 만약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면 서운해할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승환, 이대호, 추신수 선수의 화보집이다. 한국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형태지만 일본에서는 흔하디 흔하다. 예를 들면 특정 팀만을 소재로 한 월간 야구 잡지까지 나올 정도니까. 내용이야 이미 다 알거나 혹은 뻔한 이야기였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들중 이대호 선수는 올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잘 한 결정이다.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성적 유무를 떠나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또한 박병호 선수는 부진으로 강정호 선수는 불미스러운 일로 화보에서 빠진 듯 한데 조만간 할기찬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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