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엘리자베스 뱅크스, 안나 켄드릭 외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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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어렸을 때 접해야 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불분명할 무렵 접해야 빠져들기 때문이다. 말로 해도 될 것을 굳이 노래로 주고 받는게 이상하게 여겨진다면 그건 이미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목소리라고 한다. 그러나 악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성악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카펠라는 그 벽을 뛰어 넘는다. 미국 아카펠라 경연대회가 1편이라면 2편은 국제대회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에 새로운 여자주인공까지. 당연히 더욱 익사이팅할 수밖에 없다.

 

조금 억지스럽지 않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은 원래가 비상식적이다. 핵심은 노래가 와닿느냐이다. 리믹스만 담당하던 답답함을 오리지널로 승부하는 대목에서는 감독의 고민이 절절이 느껴진다.

 

까메로로 출연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스눕 둑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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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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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장원삼에게는 징크스가 있다. 홀수해에는 성적이 죽을 쓴다. 이 말은 짝수해에는 잘 나간다는 뜻. 어쩌다보니 우연이 겹친 것 이겠지만 반복되다보면 스스로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스티븐 킹의 전작 <미스터 메르스데스>를 읽고 실망감이 컸다. 이거 또 약 먹고 쓴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횡설수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경험상 킹은 한번 망하고 나서 낸 작품은 기가 막혔기 때문에 <리바이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역시였다. 글은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스릴이 넘쳤다. 특유의 묘사도 여전했다.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표현들이다.

 

"방 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이 있잖니? 워낙 커서 못 본 척 할 수 없는 건데. 방이 워낙 길면 심지어 코끼리도 못 본 척 할 수 있다는 뜻이야."

 

"우리는 절대 모른다. 어느 날이라도 당장 쓰러질 수 있는데 우리는 그걸 절대 모른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아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로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_고린도전서 13장"

 

스토리 또한 난해하지 않고 간단하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젊은 목사가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고 나서 무신론자가 된다.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잃었던 형이 다시 목소리를 찾게 된 목사의 기적을 체험한 주인공은 약에 쩔어 지내다 다시 목사를 만나게 되는데.

 

자,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아니 직접 글을 써보시길. 킹 말마따나 글을 쓰다보면 기억이라는 깊은 우물의 뚜껑이 열리게 마련이니까. 그것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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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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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쓰레기장에서 디브이디 박스를 발견했다. 복사본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가득이다. 혹시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그런 상자가 네개 더 있다. 교육방송, 영화, 미드, 애로틱 시리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볼만한 디브이디를 챙겨 집에 돌아온다. 과연 이 사람은 왜 이다지 열심히 복사하고 또 내다 버렸을까? 게다가 본 흔적은 어디에도 없이 깨끗한데. 엄마가 냅따 버려버린 것일까?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곧 책은 잔뜩 쌓아놓았으면서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책을 보면 사고 싶어져 손이 근질거린다. 그러다보니 책만 늘어가고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도서관에서 빌려읽기였다. 어차피 대여기간내에 읽어야 하니까, 또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책만 사면 되니까.

 

다치바나는 이런 내 방식을 비난할 것이다. 그는 일단 관심이 가는 주제라면 당장 읽지 않아도 사야만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책도 다른 소유물과 마찬가지로 내 것이 되야 애착이 생긴다는 논리다. 또한 책은 함부로 버려서도 안된다. 당연히 책탑이 쌓일 수밖에 없고 그는 책으로 이루어진 빌딩을 짓기에 이른다. 마치 출구를 막어버린 입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다카시는 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기도 한다. 그것도 지독히. 그리고 쓴다. 책 수집가이지 집필가로서의 삶을 일치시킨 셈이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는 판단하지 않겠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책의 향기로 둘러싸여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의 삶이 은근히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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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부검 -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서종한 지음 / 학고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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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만큼 유혹적인 소재도 없다. 스스로 죽고 난 다음 돌아온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명적인 위험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자살을 하지 말자고 그렇게 외쳐대는 것이다.

 

자살은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적이다. 자신에게 죽음의 형벌을 내리지만 실제로는 집단동조 현상이 작용한다. 광신교 집단의 동조 자살은 대표적인 예이다. 왜 인간은 비주체적인 방법으로 가장 소중한 생명을 날려버리는 것일까?

 

<심리부검>은 자살을 포함한 죽음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왜와 어째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곧 그래서 대체 왜 죽었나? 죽음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죽음은 누구나 피하고 싶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살만큼 살았다고 해도 죽음 앞에서는 두렵기 마련이다. 오히려 죽음이 두려워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다. 이 책은 죽음을 기계적으로 분류함으로써 죽음의 심오한 세계로는 한발짝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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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터널 : 한정판 - 시나리오 포토 콘티북+스틸컷 엽서(4EA)+탱이 컵받침(1EA)+스티커
김성훈 감독, 배두나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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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는 돈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만들지 못한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발전했다는 증거다. 반면 배우들은 빛을 발하기 어렵다. 재난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 두 조건이 맞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터널>이 그랬다.

 

터널안에 갇혀버린 정수. 남은 건 휴대폰과 생수, 그리고 소소한 먹을거리뿐. 그는 과연 살아나올 수 있을까? 영화 <부산행>의 집단씬에 감탄했던 탓일까? <터널>은 거의 원맨쇼다. 터널안에서 생존한 여자를 한명 만나긴 하지만 이내 죽고 만다. 남은 건 강아지 한마리뿐.

 

뻔한 이야기는 관료의 권위주의와 소방관의 헌신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그럭저럭 볼만한 화면을 만들어내지만 그뿐이다. 재난인지 코믹인지 갈짓자를 걷더니 결국에는 헛웃음나오는 "다 꺼져 이 xx들아" 역시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영화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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