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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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쓰레기장에서 디브이디 박스를 발견했다. 복사본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가득이다. 혹시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그런 상자가 네개 더 있다. 교육방송, 영화, 미드, 애로틱 시리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볼만한 디브이디를 챙겨 집에 돌아온다. 과연 이 사람은 왜 이다지 열심히 복사하고 또 내다 버렸을까? 게다가 본 흔적은 어디에도 없이 깨끗한데. 엄마가 냅따 버려버린 것일까?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곧 책은 잔뜩 쌓아놓았으면서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책을 보면 사고 싶어져 손이 근질거린다. 그러다보니 책만 늘어가고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도서관에서 빌려읽기였다. 어차피 대여기간내에 읽어야 하니까, 또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책만 사면 되니까.

 

다치바나는 이런 내 방식을 비난할 것이다. 그는 일단 관심이 가는 주제라면 당장 읽지 않아도 사야만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책도 다른 소유물과 마찬가지로 내 것이 되야 애착이 생긴다는 논리다. 또한 책은 함부로 버려서도 안된다. 당연히 책탑이 쌓일 수밖에 없고 그는 책으로 이루어진 빌딩을 짓기에 이른다. 마치 출구를 막어버린 입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다카시는 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기도 한다. 그것도 지독히. 그리고 쓴다. 책 수집가이지 집필가로서의 삶을 일치시킨 셈이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는 판단하지 않겠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책의 향기로 둘러싸여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의 삶이 은근히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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