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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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첫 작품 <칼의 노래>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순신을 소재로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문체가 새로웠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부사와 형용사를 배제한 딱딱한 문장이 긴장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익숙한 양식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낯설수밖에. 이리저리 현란한 수사를 덕지덕지 바른 글을 써야 작가 대접을 받았으니 오죽했겠는가?

 

 

 

<공터에서>는 현대사의 질곡을 견뎌온 세대를 묘사한 글이다. 철저하게 김훈의 나잇대에 속한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소설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드라이한 문장 만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란 말이다. 무엇보다 딜레마와 아이러니가 철저하게 뿌리내린 가운데 암시와 은유로 독자들을 글에 몰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뻔한 결말과 극적인 요소나 반전이 없는 딱딱한 글은 소설로서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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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 - 아웃케이스 없음
페르난도 트루에바 외 감독, 에만 소르 오냐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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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하면 일본이라는 등식은 어느새 상식이 되었다. 다른 나라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왠지 촌스럽고 어색할 정도로. 참고로 우리나라는 수준이 높음에도 일본이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편견을 깨트리는 작품이 나타나곤 한다. <치코와 리타>가 그렇다.

 

쿠바에서 음악가의 꿈을 키우는 치코는 피아니트스이고 리타는 가수다. 둘은 약간의 밀당 끝에 연인이 되지만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다. 이후 리타는 미국에 건너가 유명가수가 되고 치코도 우여곡절끝에 뉴욕에 진출하여 다시 리타를 만나 사랑을 재확인한다. 이제 두사람 앞에는 행복만 차고 넘쳐야 하지만 그래서는 재미가 없다. 둘 사이를 고깝게 보던 리타의 제작사는 치코에게 마약밀매죄를 뒤집어쒸워 미국에서 추방해 버리고 리타는 자신의 부당한 처지를 항의하다 바로 짤려 남은 여생을 라스베가스의 모텔에서 쓸쓸히 보낸다.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는 쿠바 뒷골목에서 구두를 닦던 치코에게 어느날 미국의 유명 여가수가 찾아오면서 그의 진가가 다시 발휘된다. 천재 피아이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결국 리타를 찾아내 뜨거운 눈물을 나눈다.

 

<치코와 리타>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만화판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짝퉁이라고  놀리며 보면 큰 오산이다. 섬세한 스케치와 재즈 선율을 닮은 부드러운 등장인물의 움직임, 그리고 사이사이 유명 재즈 연주자들의 에피소드와 명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여 한여름밤에 꾸는 꿈을 떠올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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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세, 여기를 봐
야쿠모 사이지 감독, 하야미 아카리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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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우루과이의 20세이하 월드컵 경기를 보았다. 내심 특정 팀을 응원했다. 어디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기대했던대로(?) 기대했던 골이 터졌다. 희한한 건 이후 내 마음이 변했다는 점. 어떻게 된게 지고 있는대로 계속 횡패스를 해대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 아니 지고 있는데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지. 더 황당한 건 후반 끝나기 직전 추가골을 먹고도 또 공을 뒤로 보내는 거다. 대체 이건 뭥미?

 

<모모세, 여기를 봐>는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다.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어느 학교에나 있는 킹카, 퀸카. 누가 봐도 커플이 되어야 마땅하다.문제는 그런 우상을 흠모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 특히 남학생은 좋다고 쫓아오는 여학생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여자는 꾀를 낸다. 어린 시절 인연이 있는 다른 학생과 사귀는 척 하며 끈질기게 선배 커플을 추적한다. 과연 결말은? 아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뻔한 결과.

 

뻔한 이야기에 일본 영화 특유의 밋밋함이 전체를 지배한다. 골을 넣지 못하고 계속 공을 패스만 해대는 것처럼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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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니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혜영 옮김 / 콤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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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저력은 장르가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순문학은 물론이고 추리, 역사 등 각 분야마다 톱클래스 작가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독자가 많다. 곧 수요가 있으니 꾸준히 공급이 가능하다. 특히 하이틴이나 스릴러물은 대세중의 대세다.

 

<나를 기억하니>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갔다가 친구를 잃은 친구들이 나이들어 다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20년만에 만났으니 서로의 기억은 따로 놀고 전혀 다른 사실들이 속속 밝혀진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일상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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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남
가와무라 겐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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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나이가 되어 별 탈 없이 지내왔다고 느끼는 사람과 정말 뒤죽박죽 말도 안되는 부침을 겪으며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노인 중 누가 더 잘 살았을까? 정답은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작가에게는 당연히 후자가 이야기거리를 준다.

 

<억남>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희한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예를 들어 대박 복원에 당첨되었지만 빈털털이가 된 인간이라든가 한물간 코미디언이 병든 발레리나를 위로하는 식이다. 왠지 황당하면서도 그럴 듯한 사연이라 나도 모르게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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