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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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첫 작품 <칼의 노래>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순신을 소재로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문체가 새로웠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부사와 형용사를 배제한 딱딱한 문장이 긴장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익숙한 양식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낯설수밖에. 이리저리 현란한 수사를 덕지덕지 바른 글을 써야 작가 대접을 받았으니 오죽했겠는가?

 

 

 

<공터에서>는 현대사의 질곡을 견뎌온 세대를 묘사한 글이다. 철저하게 김훈의 나잇대에 속한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소설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드라이한 문장 만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란 말이다. 무엇보다 딜레마와 아이러니가 철저하게 뿌리내린 가운데 암시와 은유로 독자들을 글에 몰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뻔한 결말과 극적인 요소나 반전이 없는 딱딱한 글은 소설로서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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