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을 찾아서 - 상 - 京城, 쇼우와 62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3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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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재능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영영 사라지기도 한다. 복거일이 그렇다. 지금은 보수 우파 논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소설가였다. 그것도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겼다. <비명을 찾아서>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만약 광주의 참상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전두환 일당의 후예들이 여전히 독재를 하고 있고 이른바 양심 세력은 해외에서 임시정부를 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의 반대 집단은 험한 산속에 들어가 게릴라 활동을 할지도 모른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동남아시아 국가와 남미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명을 찾아서>는 해방이 되지 않고 일제가 여전히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쓴 소설이다. 매일같이 데모가 벌어질 것 같지만 뜻밖에 세상은 평온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독립이 아니라 출세와 하루하루의 일상이다. 주인공 또한 이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조선반도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는 불만이 있었지만 그것이 일본제국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깨트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연히 독립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혼돈에 빠져든다.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조화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영영 조선인의 영혼이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 어떠한 결말로 치닫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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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죠(내일의 죠) 2 : 극장판 - 플래닛 애니메이션 할인행사 [초특가판]
대주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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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에게 애증의 나라다. 일제강점기는 분명히 증오였다. 그러나 해방이후 값싸게 들여온 모든 콘텐츠는 애정이었다. 만약 엄혹한 70년대 일본으로부터 로열티를 제대로 지불하지도 않고 마구 방영한 애니메이션이 없었다면 아이들마저 삭막한 시대를 보냈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만화는 세계 넘버원이다.

 

<허리케인 죠>는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만화를 보기 위해 소년중앙을 구독하고 티브이를 끌어안다시피하고 보았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이건 보통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렬한 커트, 적절한 스톱 모션, 다소 과장되어 보이지만 극적인 처리가 돋보이는 클로즈업 등, 나중에 이 모든 것이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역설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신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더욱 돋보이는 건 내용이다. 빈민가 출신의 복서가 챔피언의 꿈을 행해 나아가지만 결국 링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비극적 결말은 충격이었다. 일본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의 좌절을 투영한 만화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 다시 봐도 명작은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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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 [초특가판] 애니메이션
쿠로다 요시오 감독 / 플래닛 엔터테인먼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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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는 순전히 만화로 알려진 명작이다. 네로, 알로라, 파트라슈를 우리나라에 널리 알린 일등 공신이다. 안타깝게도(?) 일본 애니메이션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렸을 적 방송으로 보면서도 가장 위화감이 적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다른 만화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일본풍 거리나 상품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일장기나 국기를 변영한 욱일승천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겨라 승리호>가 대표적이다.

 

플란다스의 개는 아예 벨기에를 배경으로 함으로서 왜색논란을 빗껴갔다. 게다가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심의를 신경쓸 필요도 없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했으니 더 바랄게 뭐 있겠나?

 

이 디브이디는 전체 연재를 압축하여 하나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내용을 따라가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할아버지와 함께 우유배달을 하며 생계를 잇는 네로. 어느날  버려진 개를 데려오며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된다. 네로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 루벤스 탄생을 기념하여 열린 대회에 그림을 출품하지만 1등은 다른 아이에게 뺏긴다. 할어버지마저 돌아가신 네로는 삶의 희망을 잃고 눈길을 헤매다 성당에서 루벤스의 걸작을 보며 파트랴슈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

 

신파도 이런 신파가 없을 것 같은데 다시 보며 어처구니없게 울고 말았다. 단지 옛 기억이 떠올라서인가 아니면 진짜 명작이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왜 주제가는 또 명랑한거야? 랄라라 랄라라 랄라라라라라라라~  그래서 더 울컥한다.  허걱 가사가 의미심장하네. 하늘과 맞닿은 이길이라니 이미 죽음을 예감한 것 아닌가?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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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 극장판
동서엔터테인먼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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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티브이 방송채널은 딱 5개였다. KBS, MBC, TBC EBS, AFKN. 이중 AFKN은 미군방송이었고 TBC는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상업채널이었다. 가장 인기있는 곳은 동양방송이었다. KBS눈 완전 관영매체였고 MBC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마치 지금처럼.

 

오로지 TBC만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중에서도 만화는 넘버원이었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을 거의 실시간으로 더빙하여 보여주었다. 물론 제목과 등장인물은 우리 말로 바꾸고. <블랙잭>도 그중하나였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얼굴에 칼자국이 난 천재의사가 뭔가 으스스한 일을 벌이곤 했다. 어린 마음에도 섬뜩했다.

 

<블랙잭 극장판>은 올림픽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사실은 신체개조를 했음을 밝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누구나 상상해보았음직한 이야기라 금세 감정이입이 된다. 그러나 워낙 이야기를 꼬아서인지 선뜩 이해하기가 어렵다. 동시에 나치나 일제의 만행이 떠오르는 장면들도 있어 왠지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영화뺨치는 역동적인 장면 전환은 감탐을 자아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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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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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준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장기는 물건에 대한 설명에서 정점에 달한다. 잘 쓰여준 상품설명서같은 문장이 겉치레가 지나치게 화려하여 지저분한 소설보다 훨씬 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윤광준의 신생활명품>은 신자만 빼고 같은 제목으로 낸 책의 후속작이다. 물건은 넘쳐나고 신제품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니 당연히 소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많은 상품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소개하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 직접 써보고 요모조모 따져본 후 이제 됐다 싶을 때 써야 한다.

 

이 책에는 윤광준이 심형을 기울여 선택한 물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평소 전자제품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당장 그 부분을 찾아 읽었다.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당장이라도 사고 싶어졌다.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한가지 아쉽다면 그가 알려주는 상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제값을 다하는 물건에는 다 이유가 있지만 형편상. 이렇게 책을 읽는 것으로나마 매리만족하고 싶다.

 

참고로 값싸게 누릴 수 있는 명품으로틑 파버 카스텔 문구를 들고 싶다. 연필 한 자루에 천 원정도니 부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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