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세트 - 전4권 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조지 R. R. 마틴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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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북이지만 한 번 잡으면 절대 놓지 않는다, 는 신조로 살아온 나다. 조지 마틴도 그랬다. 대체 그가 누군지 관심도 없다가 왕좌의 게임 시즌 7회 마지막회를 그것도 재방송으로 보고 나서 불을 당겼다. 알고 보니 그가 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 판타지에 관심이 없는 나인지라 시큰둥했는데 우연히 그의 걸작선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 대충 허황되게 쓴 글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지 마틴 걸작선>은 왕좌의 게임 골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시대를 잘 못 만나(?) 에스에프 작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는 원래부터 판타지를 쓰고 싶어했다. 그 결과 사이파이와 환상이 결합된 희한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게임으로도 유명한 <아이스 드래곤>도 원래는 그의 단편이었다. 뒤늦은 유명세로 초기 글들을 볼 수 있게 된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정직하게 말해 나는 <바람과 별의 노래>보다는 단편들에 구미가 더 당기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읽고 환장하지(?) 않을 책벌레가 어디 있겠는가?

 

"최상의 판타지는 꿈의 언어로 쓰인 것들이다. 그것들은 꿈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고, (적어도 한순간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 잠에서 깨기 직전의 그 긴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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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재는 단위 이야기
호시다 타다히코 지음, 허강 옮김 / 어바웃어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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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참 아기자기한 걸 좋아한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예쁘지만 나쁘게 보면 본질은 잊은 채 강박적으로 모양에만 신경을 쓴다고 볼 수 있다. <별걸 다 재는 단위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라마다 심지어 한 국가에서도 달리 쓰이는 각종 단위들을 싹 정리해서 기원과 측정기법을 모두 다루는 책은 일본 아니면 출판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시도는 할 수 있겠지만 책으로까지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책을 사서 볼 독자들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가능한다. 호기심 대국이니까.

 

여전히 헷갈리는 단위가 있다. 평이다. 노무현 정부시절 일제의 잔재라며 죄다 제곱미터로 바꿨는데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다. 특히 아파트먼트의 평수를 제곱미터로 바꿔 부르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머리속으로는 평하면 어느 정도 공간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제곱미터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의도하고 해도 오랫동안 몸에 밴 규칙을 깨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짓이다. 논란이 되었던 우측보행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만나면 왼쪽으로 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오른쪽으로 바꾸라니 얼마나 황당한가? 주소지 변경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어떤 장소도 찾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발음하기도 어려운 '~로'로 변경하는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단위에 얽힌 이야기가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위정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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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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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말해 스티븐 킹의 작품은 들쑥날쑥하다. 어떤 작품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지만 그렇지 않는 글들도 제법 있다. 아무래도 다작이 원인이다. 곧 소재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글로 옮긴다. 실제로 킹 스스로 일생동안 두세권의 소설을 남기도 전설로 추앙받는 작가들을 시샘 밤 부러움 반섞인 말을 하곤 했다.

 

<파인더스 키퍼스>는 중간에 해당한다. 특유의 장면설정과 은유는 여전히 돋보이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 일부 서평을 보니 번역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원본과 비교해본 결과 단지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유명 작가가 남긴 유작원고를 둘러싼 소동이 시대를 뛰어넘으면서 긴장감은 사라지고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미저리>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한심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킹의 팬들이라면 놓치기 아깝다. 특히 호지스 시리즈에 열광하는 독자라면 절대 건너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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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어때, 근사하지?”

글쎄... 살아봐야 알지.”

슬쩍 눈치를 보니 내심 마음이 누그러져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사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화를 내서 뭐하냐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새삼 아내가 고마웠다.

뜻밖에 맞이한 조기 퇴직. 퇴직금과 모아놓은 돈으로 호기 있게 프렌차이즈 가게를 열었지만 돌아온 것은 피곤과 짜증뿐. 결국 본전만 겨우 건지고 발을 뺐지만 본격적인 불행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더 이상 사업은 하고 싶지 않아 친구와 함께 맡긴 펀드가 반 토막 나는데는 석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때라도 그만두었다면 서울은 힘들어도 경기도 끄트머리에서 연금이나 저축으로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성질이 발목을 잡았다. 친구는 앗 뜨거라하고 발을 뺐지만 나는 오기가 생겨 있는 대로 조각난 돈을 긁어모아 주식에 올인했다. 정말 죽고 싶었다. 왜 한강다리를 서성이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다. 군대에서 갓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큰 아들과 아직도 고등학생인 딸을 쳐다볼 면목도 없었다. 그 시절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다행히 자식들은 앞가림을 잘하고 있다. 아들은 직장을 잡고 제 몫을 다하고 있고 딸도 프리랜서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와이프가 숨겨두었던 돈이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고작 사업 하나 망하고 주식에서 실패했다고 폐인처럼 지내며 밥이나 축내는 남편이 얼마나 꼴보기 싫었을까? 자식들 때문에 참은 건가?

남들은 철이 들어도 벌써 들었을 나이인 예순이 되어서야 나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건 귀농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시골이라고는 여행이나 연수 말고 가보지 못한 내게는 정말 낯선 도전이었다. 어쩌면 도피였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귀농학교를 다니면 차근차근 준비하기를 5, 드디어 장소를 선정하고 집까지 마련하여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아내는 죽기 살기로 막았다. 정 가겠다면 혼자 가라고. 몇 번이나 함께 가보자고 졸라도 소용없었다. 아이들도 죄다 말렸다. 정말 이러다가는 이혼이라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구. 그렇게 반대하던 아내가 서너 번 내려와보더니 혼자 사는 모습이 꼴사나워 인다고 말하곤 했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아내가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함께 살기로 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였다. 딸은 아들내외 집에 잠시 얹쳐 있기로 했다. 며느리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아침부터 기분이 들떴다. 아내에게 이것저것 보여줄 생각에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퇴직이후 단 한 번도 기를 펴보지 못한 내 어깨도 한결 우쭐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들어 드디어 농사유통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내심 자신이 있었다. 농사의 문제는 작물이 아니라 유통에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곧 중간마진을 없애고 직거래처를 잡으면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도 한몫했다. 일종의 재테크 상담을 해주면서 거래처를 늘려나갔다. 사실 시골에서 변변한 은행상담 한번 받기 어려운 처지에 나 같은 사람은 단비같은 존재였다. 한번 물꼬를 트자 타지인이라고 대놓고 싫어하던 태도가 확 달라졌다. 마누라와 애들 버리고 혼자 도망친 탕아취급에서 구세주까지는 아니어도 믿고 의지할만한 한동네 사람이 된 것이다.

어제만 해도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데 보일러를 봐주겠다고 왔다. 배기통에 문제가 있는지 가스가 가끔 스며들어 아예 떼지 않고 대신 난로를 피웠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오기 전에 에이에스 신청을 해두었는데 시골이라 그런지 기사가 제 때 오지 않았다.

뭘 기사를 기다려. 내가 기술자여, 기술자.”

내심 찜찜했지만 하라는 대로 두었다. 시골에서는 남이 베푸는데 거절했다가는 완전 의절이다. 일단 고치게 하고 따로 센터 사람이 보게 하면 되지 뭐. 우리 마을에서는 만능 손으로 통하는 김 씨 아저씨는 한때는 잘나가는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던 중소기업 사장이었다고 한다. 아이엠에프로 한순간에 가세가 기울자 에라 모르겠다 싶어 고향으로 낙향하여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다. 

, 다 고쳤으니까 오랜만에 마누라 궁뎅이나 두들기면서 단잠 자보더라구.”

아이구,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딴 방 쓴지 오래돼서.”

그럼, 쓰나. 아무리 원수 같아 등을 맞대더라도 부부는 한 방에서 자야지.”

, 네네

아내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래도 이젠 사람 사는 집 같기는 하네.”

나는 반색하며 대답했다.

그렇지?”

정말 이제는 더 이상 와이프 고생시키지 말고 대접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오늘 저녁은 기념으로 읍에 나가서 먹자구, 아주 고기 잘 굽는 집이 있어.”

뭐 쓸데없이 돈을 써요. 집에서 해 먹어요, 오다가 농협에 들러 장도 다 봐왔어요. 이젠 정말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지.”

아니 뭐 매일 살 건데 오늘은 그냥 바깥에서 ...”

아내는 딱 잘라 말했다.

이제 제가 왔으니 집주인은 당신이 아니라 나예요. 여기 명의도 당장 내 이름으로 바꿔요, 알았어요?”

나는 기뻤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차갑기만 하던 방에 보일러를 떼니 잠이 솔솔 왔다. 그날 밤 신혼이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팔베개를 해주며 이대로 죽으면 진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었다. 정말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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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 앤서니 헤드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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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예전에도 한두마리쯤 있었지만 대우는 하늘과 땅차이다. 막말로 과거에는 잡아 먹을려고 기르는 개들이 많았다. 고양이는 길가에는 널려 다녔지만 집안에 들이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지금 내게 개나 고양이중 어떤 동물과 함께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고민이 된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무조건 고양이였다. 주인만 보면 좋아 죽는 개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고양이가 내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서도 좋은 기억이 많다. 그러나 어미니께서 키우는 개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어떻게 된게 이 개는 다른 개들과 달리 주인에게 엉기지 않고 마치 고양이처럼 혼자 우아함을 뽐낸다. 도도한 기운이 몸 전체에서 흐른다고나 할까?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실화를 근거로 만든 영화다. 집을 나와 노숙을 하며 버스킹으로 먹고 사는 젊은이가 주인공이다. 사회보호센터의 도움으로 집을 얻게 되었는데 어느날 고양이가 들어오면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히 함께 노래부르는데 따라간 고양이가 인기를 끌면서 제임스는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고 급기야 책까지 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워낙 동화같은 상황이라 믿기지 않는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실제 이야기 속의 고양이가 직접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마치 시나리오를 주고 배우들과 호흡까지 맞춘것처럼 신들린 표정과 동작을 보여준다. 아니 컴퓨터 그래픽도 아닌 진짜 고양이라고 해도 반신반의하는데 진짜 밥이 영화에 나왔다니. 정말 고양이가 열일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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