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율동공원* 


내게 분당은 낯설고 멀고 황량한 곳이었다. 하나둘 친구들이,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 부모님들이, 그곳으로 떠난다고 할 때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이후 몇 차례 놀러가보았지만 내 선입견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주말(2020년 8월 8일) 분당에 다녀왔다. 판교 계절밥상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이나 할 겸 들렀다. 내친김에 율동공원에도 갔다. 간간이 비가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소강상태라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녹음이 우거질 대로 우거진 호수공원을 걷는 맛은 꽤 운치가 있었다. 지난 세월동안 자리를 잡아서인지 아늑한 느끼마져 들었다. 몇 십 년 전 추운 겨울 우연히 갔다가 단두대처럼 매달린 번지 점프대를 보고 가졌던 섬뜩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결국 번지까지만 가보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다가 돌아왔다. 참고로 점프대는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사고 탓이다.


공원이 자리 잡은 도시는 삭막함이 덜하다. 분당은 설계 당시부터 녹지를 대규모로 확보하여 쾌적함이 남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kw5069/30166982019


* 저 멀리 번지점프대가 보인다. 분당 율동공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점프대가 돋보이는 이유는 주변의 자연 덕이다. 곧 별다른 인공시설없이 최소한의 설비들만 있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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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장에 비해 넓고 쾌적하고 게다가 2층에 


싸고 맜있게 양껏의 정석 


우리나라에서는 호텔에 들어서면서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원래 뷔페는 싸고 맛있게 그리고 양껏 먹는 음식이다. 코스가 아니라 한꺼번에 차려놓고 먹기에는 한식이 최곤데, 이 두 조합이 결합된 곳이 계절밥상이다. 자연별곡과 더불어 한식뷔페의 전성기를 이끌었는데 최근 들어 시들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뷔페 자체를 그다지 즐기지 않게 된 것은 분명하다. 제대로 된 단품요리를 먹겠어. 배달도 가능하니. 게다가 팬데믹까지 겹쳐.


8월 8일(토요일) 판교 계절밥상을 들렀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시설이 마음에 들어서다. 다른 곳이 지하나 후미진 곳에 있는 데 반해 매장이 널찍하고 2층에 있어 쾌적하다. 안내해주시는 분도 친절하고 서버들도 다 먹은 접시들을 제 때 잘 치워주어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음식은 늘 느끼지만 비빔밥을 푸짐하게 먹고 싶을 때는 좋지만 정직하게 말해 구색 맞추기식 메뉴들도 좀 보였다. 떡볶이나 메일, 꽈배기 같은 것들. 개인적으로 삼치가 만족스러웠고 고기류는 쏘쏘였다. 특선으로 내세운 장어나 등갈비 모두 별로였다. 망고빙수도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일반예약이 되지 않아 채끝살을 스페셜로 따로 시키고 예약했는데 (주중 만 원. 주말 8천 원 추가)이게 의외로 맛있었다. 싼 가격에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고 감자나 아스파라가나 당근 등도 괜찮았다. 쿠폰이 생겼거나 주중에 부담 없이 점심 드시고 싶을 때 추천한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hi_mirim/221005230196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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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은 분명히 있다


한 후배가 급하게 전화를 했다.


“선배, 오늘 저녁 때 시간 좀 되세요?”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예술의 전당에서 클래시컬 음악 공연이 있는데 함께 가줄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평소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라고 나는 순진하게 생각하고 “응”하고 답했다. 연주회를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 그녀는 말했다.


“오늘, 고마워요”


나는 “뭘, 그런 걸”하고 쑥스럽게 말했다.


후배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드레스 코드도 센스 있으시고”


그날 나는 바지는 편한 캐주얼이었지만 구두에 셔츠, 그리고 윗도리는 정장차림이었다. 클래시컬 공연이 있으면 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나만의 규칙을 그날도 적용했다. 그러고 보니 후배의 드레스는 꽤 화려했다. 자칫 청바지에 점퍼를 입고 갔다면 영 아닐 뻔 했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그녀는 아마도 남자친구와 뭔가 어긋나는 일이 생겨 곤란한 상황에 처한 듯싶었다. 그렇다고 비싼 표를 버리거나 갑자기 남을 주기도 어려워서 나를 떠올린 게 아닐까? 나한테 조금이나마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라구요? 글쎄, 나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날 공연 연주자와 레퍼토리만 궁금했을 뿐이다.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이 화제다. 국회에서 무릎이 드러난 원피스를 입었다고 해서다. 기자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누군가 옷차림이 그게 뭐냐는 식의 댓들을 달았다. 가벼운 설전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기사화되면서 도리어 일파만파 커져갔다. 옳다, 그르다, 꼰대냐 등등. 개인적인 의견은 국회위원의 품위를 떨어뜨릴만한 의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걸맞은 옷이라고도 판단하지 않는다. 클래시컬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연습을 할 때는 어떤 의상을 입어도 상관이 없다. 반바지도 오케이. 그러나 정작 본무대에서는 보기에도 답답한 연미복이 의무다.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짧은 머리도 없다. 남자건 여자건 모두가 다 그렇다. 왜 그럴까? 행여 옷차림 때문에 감상이 방해가 될까봐서다. 곧 시선이 음악이 아닌 다른 곳에 쏠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 아닐까? 본인 사무실에서야 어떻게 입든 상관이 없지만 적어도 본회의에서는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누구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한번쯤 고민해봐야 마땅하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특정인의 옷차림에 시선을 빼앗기면 안 되지 않겠는가? 굳이 여성의원이라고 해서 차별하는 건 아니다. 과거 유시민 의원의 유명한 백바지 사건을 보라. 그건 일종의 항거였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었다. 국회의 권위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도발한 셈이기 때문이다. 드레스코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늘 있어 왔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야말로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의미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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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먹고 떠들 뿐인데'라구요?


하루에 평균 한 시간은 유튜브를 본다. 어떤 때는 그 이상 눈길을 주기도 하지만. 주로 구독하는 컨텐츠는 야구, 음악 관련 채널이다. 희한한 게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쑥불쑥 먹방이 꺼어든다. 화면이 뜰 때마다 무시하곤 하는데 언제부턴가 푹 빠져버렸다. 참 놀라운 투시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인 요리사가 주인공인 코우지 티브이다. 일식 요리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한식, 중식, 전문식당, 뷔페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돌아다닌다. 얼핏 까다롭게 평가할 것 같은데 늘 점수는 후한 편이다. 그러나 날카로운 지적도 골잘 하는데 온화로운 표정과 겸손한 말투 때문에 거북하지 않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먹방 유투버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간접광고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구입하여 먹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폰서가 있었다. 해당 영상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아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시선이다. 정직하게 말해 그게 큰 문제인가? 물론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영상을 기획하고 음식을 구입하고 찍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돈이 들고, 그 돈을 누군가 대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드라마 속에 광고가 버젓이 노출되기도 한다. 도움을 받은 게 핵심이 아니라 알리지 않은 게 괘씸하다는 지적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이토록 과도하게 비난하고 급기야 영상촬영을 그만두기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 고 나는 생각한다.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텐데. 아마도 분노하는 이유는 낮은 진입장벽때문이 아닌가 싶다. 곧 그저 먹고 떠들 뿐인데. 사실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건 외면하고. 큰돈을 버는 게 아니꼬워서는 아닐까? 물론 일부 먹방 유투버도 문제다. 아무래도 지원을 받게 되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날카로운 분석으로 신뢰를 얻은 유튜버라면 배신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먹방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유는 대리만족이 크기 때문이다. 음식을 복스럽고 맛있게 먹는 건 큰 행복이다.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의외로 자의반 타의반 잘 못 먹는 분들이 많다. 나 또한 그렇다. 설마 그리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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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올해는 이상하다. 100년에 한번 일어날 까 말까하다는 전염병이 돈 것을 보라. 내게도 특이한 사건이 연거푸 일어났다. 내 가방 속을 뒤져 지갑을 꺼낸 도둑을 맞을 뻔 한 일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지난 주 토요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다른 점이라면 지난번이 밤이었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훤한 오후 6시 무렵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대담하게. 다행스럽게도 바로 발견하여 좋게(?) 마무리했지만. 여기서 좋게란 그것도 두 번 겪은 일이라고 흥분하지 않고 빠르게 처신했다는 뜻이다. 물론 사과도 받아냈다. 


이쯤 되면 내 잘못이 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가방관리를 잘 못 한거니까. 참고로 가방은 근처에 잘 보이는 곳에 내려놓았고 인근 20미터 정도의 거기를 왕복하면 빠른 걸음으로 왕복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살면서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2020년에만 연달아 두 번 겪었다는 건 뭔가 동네에 변화가 있었다는 걸 의미란다. 과연 어떤 일이?


그는 러닝셔츠 사람의 중늙은이였다.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섣부른 변명을 하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구차한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아 바로 경찰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가 유복한 상태가 아님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내게 걸린 택시 운전사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비루한 인간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서장훈은 젊어서 빚까지 얻어 흥청망청 사는 젊은이를 따끔하게 혼냈다. 너 그렇게 살다든 오늘 같이 온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너 혼자만 남아 비루하게 살다 죽게 될 거야. 그 청년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한 때 갑부였던 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풍비박산이 나고 급기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한 달 후 거짓말처럼 어머니도 떠났다. 고아가 된 그는 자포자기 심정에 내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마구 소비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었다, 서장훈은 또 말한다. 내가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이유는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서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 보면 젊어서 실컷 놀다가 돈이 없어 쩔쩔 매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만약 내 지갑에 손을 댄 두 사람이 돈이 여유가 있고 풍족했다면 그런 짓을 했을까? 물론 순간의 충동에 못 이겨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과연?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까짓 돈 몇 푼 다 써버리고 말텐데. 비루해진 자신이 창피스럽지는 않을까? 여하튼 앞으로 가방과 지갑 단속은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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