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블라인드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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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죽은 계절이다. 그것이 잠깐의 쉼일지 아니면 영원한 안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춥지 않은 겨울에 대한 우려가 나올쯤 역시나하며 한파가 몰아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초봄날씨라며 언론에서 호돌갑 떤게 고작 몇주전인데 영하 10도를 밑도는 맹추위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늘밤 눈이 오고 나면 또다시 추워진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는 겨울잠을 자야 한다. 무민 가족처럼. 잠도 지겨워 잠깐 눈이 뜨였다면 따뜻한 코코아 한 잔 하며 북유럽의 추리 소설을 읽어야 한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기억>을 읽으며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핀란드의 풍경이 떠올랐다. 창밖은 눈세상, 홀로 방안에 갇혀 책갈피를 넘긴다.

 

<스노우 브라인드>는 눈외에는 볼 것이 없는 아이슬란드. 그중에서도 깡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눈 앞에 보이지 않을 지경의 눈보라가 일상인 동네. 그 어떤 강력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장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도시에 살다 직장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온 주인공은 뜻하지 않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자, 여기까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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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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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출간하지 않으면 죽는다. 영미권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그만큼 열심히 연구하고 글을 쓰라는 말이다. 그러나 채 영글지 않은 글을 마구 써내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하나마나한 글을 교수라는 권위를 내세워 윽박지른다면 더더욱 더.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참 글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만 해도 수십 권이니 오죽하겠는가? 일본에서는 놀라지 마시라. 무려 백 권이 넘는다. 세상에. 막 쓰는 거다. 당연히 글의 깊이와 질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어떤 때는 약이지만 또 다른 때는 약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은 결국 남들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 혹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끼리 의논하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 아닌가?

 

교수 스스로 글을 많이 쓰겠다는데야 뭐라 할 말 없지만 외국 교수의 글이라고 해서 별 내용도 없는 책을 마구잡이로 번역헤서 내는 짓거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오직 이 평을 쓰기 위해 꾹 참고 끝까지 읽고 나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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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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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을 오르다보면 길 한쪽으로 돈가스 집이 죽 늘어서 있다. 점심시간이면 식당 앞에는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팔을 힘껏 휘두르거나 발을 높이 차올리거나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거야 나같이 한가한 인간이나 할 소리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식당 주인들은 필사적이다.

 

어느날 티브이를 보다 살짝 놀랐다. 돈가스 집 앞에서 양손을 펄쩍 펄쩍 펼쳐 올리던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독 깡마르고 나이 들어 보여 기억에 남았는데 그의 진짜 직업은 권투선수였다. 돈가스 식당 알바는 생계를 위해 하는 거였다.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점원의 얼굴은 자주 바뀐다. 대부분 알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짜 일은 무엇일까? 학생, 취준생에 그친다면 당신의 상상은 빈곤한 것이다. 그중에는 화가, 운동선수,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 직원이 평생 직업이라면, 관리자가 아니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이코도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진짜 일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직업도 알아보고 심지어 그만두어 보기도 했지만 몸과 마음이 이미 편의점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그래,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뭐 어때? 평생 직업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그 때 그 때 알맞게 성심성의껏 제공하는게 잘못인가? "

 

그녀의 항변 아닌 항변에서 우리는 성큼 미래사회가 다가왔음을 느낀다. 미래 사회는 그야말로 직업의 높고 낮음이 사라지고 어떻게 시대에 맞게 서비스를 잘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편의점을 출근하는 게이코를 보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거창하게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에게 단 한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책을 읽고 내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해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덧붙이는 말

 

일본 문학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는 후광보다 작가인 무라타 사야카가 여전히 현역으로 편의점 일을 하고 있다는 데 감탄한다. 그래서인지 글 전체에서 작가 특유의 허무와 권위가 뒤섞인 묘한 우월감이 없어 좋았다. 일하는 사람의 싱싱함과 건강한이 절로 전해진다.

 

다만 번역은 아쉬웠다. 김석회 선생은 빼어난 번역가임에 틀림없지만 영어 소설 전문가다. 직독직해식, 곧 스트레이트로 옮기는 바람에  일본어 특유의 꼬리를 감추는 듯한 울림이 사라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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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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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글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어떻게 끝가지 읽기는 했는데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 영화를 보았다. 티브이에서. 얼핏 보다 졸려 잠이 들었다. 재미있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봣겠지?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 운명(?)처럼 이 영화의 디브이디를 빌렸다. 왠지 모를 죄책감 혹은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왜 나는이라는 의구심이 작용해서가 아닐까? 역시 신파였다. 소재 자체의 파격성이 억지로 눈물을 자아낸다. 게다가 송혜교와 강동우라니. 소설 속에서 묘사한 주인공들과 너무도 먼 설정 아닌가?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책을 들었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 그래, 이 소설은 별게 아니야. 그러나 별 것이었다. 작가는 소재에 매몰되지 않고 특유의 겅정 겅중 뛰는 문학적으로 말하면 시적 표현으로 매우 함축성있게 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초반에 글에 익숙치 않았던 건 소설 특유의 설명이나 묘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첫 작품의 어설픔때문인지 아니면 작가 특유의 문체인지는 정직하게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참신하다는 것이다. 참신함은 첫 소설로 족하니 또 어떤 주제와 소재, 그리고 문체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피츠 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가 그의 대표적이 아니듯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첫 장편소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말이다.

 

* 소설을 읽는 내내 떠올린 작품이다. 늙음과 젊은은 비가역적이다. 그러나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면? 소설가는 이 지점에 주목하여 글을 써나갔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김애란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부모보다 더 늙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은 이른 죽음이겠지만 똑같을 수는 없다. 불행하게도 김애란은 달리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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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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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두렵다면 그건 삶이 괴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을 즐겁게 바꾸는 게 해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고 하면서도 죽음 앞에 벌벌 떤다. 

 

소설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장렬히 죽음을 택한 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말미에나 나올법한 내용이 초반에 등장하는 셈이다. 그러자 진짜 작가라면 처음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스티븐 킹도 그랬다. 이도 저도 안 먹힐 때는 주인공부터 죽이고 보라.

 

주인공이 죽었으니 이야기는 끝나야 하지만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암투가 살벌하게 펼쳐진다. 죽고나면 더 이상 삶이 이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람? 주인공은 또다른 선택에 맞닥뜨린다. 죽기보다 싫은 죽음의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다시 죽어야 한다. 설령 그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른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일단 죽어야 한다.

 

삶속에서도 많은 죽음을 경험한다.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그만두거나, 원컨 원치 않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 사람들은 죽음을 떠올린다. 정말 죽는다면 이런 기분이겠지. 그렇다. 죽음의 기분은 바로 그런 거다. 돌려 말하면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 이어져 있다. 죽음 가운데에서도 살아야 하고 삶 속에서도 죽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린드그렌 여사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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