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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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을 오르다보면 길 한쪽으로 돈가스 집이 죽 늘어서 있다. 점심시간이면 식당 앞에는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팔을 힘껏 휘두르거나 발을 높이 차올리거나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거야 나같이 한가한 인간이나 할 소리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식당 주인들은 필사적이다.

 

어느날 티브이를 보다 살짝 놀랐다. 돈가스 집 앞에서 양손을 펄쩍 펄쩍 펼쳐 올리던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독 깡마르고 나이 들어 보여 기억에 남았는데 그의 진짜 직업은 권투선수였다. 돈가스 식당 알바는 생계를 위해 하는 거였다.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점원의 얼굴은 자주 바뀐다. 대부분 알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짜 일은 무엇일까? 학생, 취준생에 그친다면 당신의 상상은 빈곤한 것이다. 그중에는 화가, 운동선수,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 직원이 평생 직업이라면, 관리자가 아니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이코도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진짜 일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직업도 알아보고 심지어 그만두어 보기도 했지만 몸과 마음이 이미 편의점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그래,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뭐 어때? 평생 직업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그 때 그 때 알맞게 성심성의껏 제공하는게 잘못인가? "

 

그녀의 항변 아닌 항변에서 우리는 성큼 미래사회가 다가왔음을 느낀다. 미래 사회는 그야말로 직업의 높고 낮음이 사라지고 어떻게 시대에 맞게 서비스를 잘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편의점을 출근하는 게이코를 보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거창하게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에게 단 한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책을 읽고 내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해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덧붙이는 말

 

일본 문학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는 후광보다 작가인 무라타 사야카가 여전히 현역으로 편의점 일을 하고 있다는 데 감탄한다. 그래서인지 글 전체에서 작가 특유의 허무와 권위가 뒤섞인 묘한 우월감이 없어 좋았다. 일하는 사람의 싱싱함과 건강한이 절로 전해진다.

 

다만 번역은 아쉬웠다. 김석회 선생은 빼어난 번역가임에 틀림없지만 영어 소설 전문가다. 직독직해식, 곧 스트레이트로 옮기는 바람에  일본어 특유의 꼬리를 감추는 듯한 울림이 사라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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