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참 골치 아픈 존재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아니 요즘은 노트북 혹은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다. 세성에 글쟁이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이 있을까? 문맹만 아니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정받기가 더욱 어렵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를 열명 꼽으라고 물어본다면 단숨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그 증거다. 

 

 

몇몇 슈퍼스타를 제외하고는 대접도 박하다. 괜히 우리나라 시인의 월 평균 수입이 30만 원인게 아니다. 아무리 잘나간다고 하더라도. 그나만 시인이라는 직업이 아직도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정으로 뭉친 이들도 가끔은 있다.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 풀어놓지 못하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원칙은 딱 첫번째 소설에만 작동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문학상을 받고 소설가 대접을 받으면 연재원고를 쓰며 글로 막고 살게 되면 처음의 참을 수 없는 열정은 이내 사그러진다.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짜고 또 짜며 버티는 것이다. 만약 더이상 비틀어도 물기 하나 없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온갖 상상으로 자판을 두들겨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작가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세상에는 소설가 말고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 차고 넘친다. 어떤 미친 놈이 컴퓨터를 켜놓고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세시간 동안 바라볼 수 있겠는가?

 

 

한가지 확실한 건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물론 그 열기는 많이 줄었다. 앞으로도 글쟁이의 일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말로 답을 대신한다.

 

"인간이란 참 골치 아픈 존재죠?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소설가라는 직업도 성립하는 것이겠구요."  

 

사람이란 어리석기 짝이 없으며 때로는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싫어하는 남의 사소한 약점을 알게되면 기어코 파멸로 이끌기 위해 집단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글쓰기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반면 문법에도 맞지 않는 예쁜 말, 고운 글로 감상에 젖어 쓸데없이 위안만 일삼는다면 제발 부탁이니 사기꾼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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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모(弔問帽)

 

 

 

평소처럼 모자를 챙겨 외출하려는데 없다. 잊어버린 것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마크가 음각으로 새겨진 멋진 야구캡이다. 멋도 멋이지만 머리에 잘 맞아 늘 즐겨 쓰곤 했다. 아무래도 어젯밤 산책을 하다 어디선가 흘린 것 같은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하고 공원을 다시 가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3년 이상 쓴 낡은 모자라 누가 훔쳐갈 일도 없을텐데. 

 

누구가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늘 곁에 있어 피부처럼 익숙한 대상이 사라졌을 때 겪는 낭패감은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시대 또한 초월한다. 조선시대 유씨 부인은 바느질을 하다 부러진 바늘을 애도하는 조문을 쓰기도 했다(규중칠우쟁론기 중 조침문). 

 

어떤 사람에게는 하찮은 물건에 불과했을 바늘에 이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는 무엇때문일까? 이성적으로 보면 전혀 쓸모없는 짓이다. 아무리 오랜 동안 함께 했어도 이미 없어졌거나 고장난 물건에 집착하는 건 매몰비용을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곧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란게 어찌 시계침처럼 째각째각 움직이기만 하겠는가? 익숙한 대상과 결별하는 건 마치 내 몸 한 조각을 떼어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눈과 귀에서는 멀어졌지만 심장은 사라져버린 사물과의 기억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새 모자가 하나 더 있어 딱히 어려운 점은 없다. 그러나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같은 걸로 하나 더 사볼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옛날 모델이라 지금은 구할 길도 없다. 설령 똑같은 물건이 있다고 해도 그 모자에는 추억이 없다. 언젠가 새 야구모자와도 친해지겠지만 당분간은 그냥 다닐 것이다. 그것이 나와 이별한 모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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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doing what you are doing

 

 

모든 일은 순식간에 닥친다. 그것도 한꺼번에 연달아. 아버지가 말기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고 회사에서는 잘리고 아내와는 극도로 사이가 나빠져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똑같지는 아닐지라도 이와 비슷한 일은 어느 가정에나 일어난다.

 

사람은 외부 상황에 민감하다. 평소 경험하지 못한 일을 당했을 때는 더더욱 당황한다. 아무리 준비를 했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문제는 패닉상태에 빠지면 빠질수록 문제는 수렁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엎친데 덮치는 격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일상의 회복이다. 곧 평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물론 힘들다. 나도 그랬으니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니까.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건 마음의 문제지 시간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상을 당해 삼일동안 장례식장에 있었다. 다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 나는 잠깐 짬을 내어 식장 근처를 30분쯤 걷듯이 뛰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식사후에 매일 하던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슬픔을 가누지 못해 정신줄을 놓았다면 나는 내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나는 확신한다.

 

실제로 평소의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아차피 내게 닥친 일은 당장 스스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반면 일상의 행동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밤을 새고 일을 했다고 해도 일주일에 한번 가는 등산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이상 쓸 소재도 없고 글을 쓸 마음도 들지 않지만 책상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커서가 껌뻑이는 것이라도 봐야 한다. 이 모든 일상은 두렵고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필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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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6일. 그날 나는 회사에서 파견나와 대학로 한 편집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보이는 거리는 로맨틱했다. 오후 늦게 잠깐 숨도 돌릴겸 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건물 테라스에 앉아 밀린 전화 문자를 확인했다. 김광석 죽은 거 아세요? 그녀는 일 때문에 만난 사이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건만 때때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업무가 아니라면 내가 먼저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티가 너무 나서 내가 도리어 미안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날은 달랐다. 짤막한 글귀에도 슬픔이 가득 베어 있었다. 그녀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나 또한 한동안 우울했다.

 

김광석이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극장에 들렀을 때 그의 이름을 단 다큐영화를 상영하고 있어 의아했다. 게다가 감독은 이상호 피디.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음악을 다룬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실체는 전혀 달랐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였다.

 

고 김광석은 일찍 죽었기 때문에 오래오래 남을 자격을 갖춘 가수다. 흔히 천재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요절은 신비감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자살이라면 더욱 더. 그런데 새로 밝혀진 사실은 그에게 딸이 있었고 그 딸이 죽었다는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전처가 있고,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김광석의 위엄을 받들며. 벌써 스토리가 꽉 짜인 느낌이 들지 않는가? 결과가 어떻게 밝혀지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순으로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 우상화는 더욱 강화되고 우리 세대가 다 죽은 다음에는 신화로 우뚝 솟을 것이다. 음악적 업적과는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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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특히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거나 일주일에 한번 오르는 산에서는 귀에서 이어폰을 떼지 않는다. 주로 즐기는 방송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음악 프로그램을 듣다가 뉴스로 바꿨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듣는 식이다. 아주 가끔 뜻밖의 채널에서 놀랄만한 내용을 접할 때가 있는데, 지난주 일요일 밤이 그랬다. 주인공은 <케이비에스 무대>. 제목만 들으면 무슨 트롯가용방송 같지만 사실은 라디오 드라마다. 세상에나 아직까지 이런 방송이 있다니? 인터넷을 찾아보니 첫방송이 1957년이었다니 정말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내용은 최근 트랜들를 그대로 쫓고 있었다. 남과 식사를 같이 하거나 산보를 해주며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왠지 황당하면서도 그럴싸해서 1시간 가량 내내 듣고 말았다. 수시공모도 한다니 드라마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뭐 떨어져봤자 밑져야 본전이니까?

 

kbs  무대 홈페이지

http://www.kbs.co.kr/radio/scr/stage/aod/aod/index.html

 

 

'KBS 무대'와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극본 집필 형식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안내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파일 제목: '작품제목(작가이름)' 
  * 제목 형식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파일제목에 '라디오극본' 혹은 'KBS무대' 등은 기재 금지. 작품제목과 작가이름만 들어가야 합니다.

- 파일 형식 : 한글
- 글자 크기 12, 줄 간격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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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과 대사 부분 구별이 선명하게 표기할 것을 권장함.
- 페이지수 반드시 표시.

* 수시 극본 제출 : radiodrama@kbs.co.kr

* 제출자의 연락처(휴대폰) 꼭 기재!

* 제작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극본의 경우, 별도 연락을 드립니다. (평균 한달 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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