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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넷플릭스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단 한편도 본 적은 없다.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유혹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티브이로 볼 수 없다. 아니, 무슨 소리? 셋탑을 연결하고 간단한 장치만 설치하면 바로 볼 수 있는데. 아, 다 귀찮아. 그냥 안 볼래. 


그러나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오동진 씨가 넷플릭스를 소개하는 내용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메시아. 예수라 칭하는, 정확하게는 칭송자들이 그렇게 부르는, 이가 재림하여 소외된 인간들을 이끈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금발 곱슬머리의 백인이 아니라 원래 태생지인 중동 사람 같은 외모를 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그 때 당시와 흡사한 상황을 재현하여 몰입도를 높인다. 예를 들면 강을 두발로 건넌다던가. 쉿,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 비밀.


신천지 사태와 맞물려 시청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는다. 오동진 씨의 말마따나 작가는 글쟁이들 중 최고봉이다. 사실을 편집하거나 자기 생각을 나열하는 기자나 학자에 비해 이들은 그 모든 사실과 생각을 이야기로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감동도 한 스푼 얹어. 일단 <킹덩 2> 출시일에 맞춰 한 달 무료 시청을 할 생각이다. 그 다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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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2년이 더 두렵다

 

토니 블레어가 영국 수상이 되자 진보진영은 만세를 불렀다. 도저히 깰 수 없을 것 같던 보수집권의 고리를 드디어 끊어냈기 때문이다. 대처부터 시작된 보수당 체제가 장장 몇 십 년을 끌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토니는 젊고 잘생겼다. 잘만 하면 한동안 노동당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


군사 독재정권 이후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는 사어가 되고 말았다. 1988년 민간 정부가 들어섰지만 진정한 전환은 김영삼 대통령 이후다. 그러나 그 또한 집권당에 들어가 당선된 것이기에 진짜 제대로 된 교체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곧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대를 이으면서 한국에서 진보세력은 그야말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절호의 찬사를 맞았다. 그러나 연이은 보수 세력의 집권으로 이제 더 이상 진보가 집권하기는 어렵다는 절망에 빠질 즈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 덕에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로 진보의 태두인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블레어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진보는 그래도 기대했다. 그래, 보수의 잔재가 이렇게도 강한데 처음부터 강하게 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토니 블레어는 보수의 공식을 그대로 아니 그들보다 더한 정책들을 펼쳐나갔다. 그 중에 대표는 친미였다. 곧 부시 대통령의 앞잡이가 되어 중동 침략의 첨병 노릇을 했다. 진보세력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지금까지도 왜 토니가 그런 정책을 펼쳐나갔는지 미스터리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보수도 좋아하지 않는 미국의 선본장이 되다니.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도 3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의 공과 과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당연히 진보는 더 세게 보수는 이미 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함없는 노선은 친중이다. 문제는 친중이 아니라 반미, 반일이다. 곧 중국, 일본, 미국과 골고루 잘 지낼 생각을 하지 않고 유독 중국에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 것이다. 아무리 상대 리더가 맘에 들지 않고 우리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고 해도 외교는 냉정한 실리의 세계다. 우리가 잘 대해주었다고 해서 더 잘해주는 것도 아니고 못되게 했다고 바로 배척하는 게 아니다. 서로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이익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중국에 목매달아서 얻은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일본을 패싱해서 얻은 성과는 어떠한가? 중국이 한국인 입국제한을 할 때는 아무 소리 못하고 일본이 14일간 격리 조치를 취하자 바로 발끈해서 우리도 그럼 하며 일본인 입국을 제한하는 건 형평에 맞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기괴한 판단을 하고 있다. 그것도 계속해서 거듭. 남은 2년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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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쓰지 않던 뇌 부위를 움직이고 싶으시다면 


일을 보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살짝 시간이 떴다. 예전 같으면 가까운 도서관이나 커피숖에 들어가면 되었는데 요즘은 그럴 수 없다. 다들 아실 것이다. 지난 주말 늘 사람들로 붐비던 동네 맥도널드에 손님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혹시 문을 아예 닫았나 싶어 살짝 밀어보았더니 열리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서 문을 바로 닫고 발걸음을 되돌렸다. 


다행히 날이 풀려 공원 벤치에 앉아도 되는 날씨였다. 문제는 휴대폰을 두고 와서 그야말로 볼 게 하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버스정류장 가판대에 가서 뭐가 없나 기웃거리다 문화일보를 샀다. 조간은 죄다 들어가고 석간만 있었기 때문이다. 참 오랜만이다. 귤색깔 종이니 뭐니 하며 선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도 많겠다 첫 장부터 꼼꼼히 보았다. 정부, 학원도 사실상 강제휴원. 흠, 예상대로군. 한 장을 넘기니 역시 코로나 19 초비상. 숭숭 뚫린 국민안심병원, 울산대 이어 분당제생병원서도 확진. 그렇다면 정치면은? 통합당 피의 일요일, 아, 이런 일이 있었나? 롯데백화점이 전면 광고를 냈네. 대한민국 의료진, 공무원 여러분, 힘이 됩니다. 든든합니다. 농협도. 함께의 힘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무슨 지령이라도 내렸나? 왜 갑자기 비싼 지면 전면 광고를. 여하튼 연이어 킹덤 2 소식과 김광현 선수의 시범경기 성적, 그리고 사설까지 보니 어느덧 40여 분이 훌쩍 지났다. 


새삼 깨달았다. 종이 신문은 정말 재미있구나. 인터넷 기사의 정보 양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내가 평소 쓰지 않던 뇌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곧 온라인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끔 만드는데 오프라인은 설령 관심이 없어도 중요한 사건을 빠짐없이 알려준다. 누군가는 종이 신문은 한 물 갔으며 조만간 없어질 거라고 한다. 글쎄? 전자책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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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환영


정부가 마스크 대책을 내놓았다(2020년 3월 5일). 농협, 우체국, 약국에서 한 사람당 일주일에 2매씩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마스크 한 매의 가격은 천 오백 원으로 고정시켰다. 구체적으로 요일을 정해 해당되는 사람들은 구입할 수 있고 주중에 여의치 않을 때는 주말에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요컨대, 등록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마스크가 돌아가도록 했다.


잘한 정책이다. 실제로 대만에서도 실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단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수요와 사재기가 줄어들 것이다. 곧 그동안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충동적으로 혹은 차익을 노리고 많은 마스크를 구입하던 사례가 사라질 것이다. 둘째, 정부의 마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실수요 파악이 가능하다. 셋째, 공적 마스크가 자리 잡으면 폭리를 취하던 업체들이 공적 마스크와 비슷한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마스크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마스크 구매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사라진다.


물론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소리가 나온다. 일주일에 2개는 너무 적다. 미성년자는 어떻게 하나? 사생활 노출 우려는 없는가?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정책 실시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마스크 정책을 마련한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말


이 아이디어는 현역 약사가 제안했다. 00씨는 '마스크판매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약국에는 약국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이라는 훌륭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원래 한 약국에서 특정 약을 조제 받으면 다른 약국에서 확인 할 수 있어 중복투약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이것을 마스크에 접목해서 공적마스크에 대해 한 약국에서 주민번호로 일주일에 구매하는 개수를 등록하면 된다. 다른 약국에서는 더 이상 사재기할 수 없도록 한다면 못 살 거라 불안할 필요가 없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또 약국은 어디나 분포하므로 특정지역에 몰리지도 않는다. 그 결과 국가에서는 공적 마스크가 어디서 얼마나 판매되었는지, 공급된 물량을 사적으로 빼돌린 게 없는지 충분히 통제가 가능해진다. 진짜 영웅은 바로 이런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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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안한 20대 중반 30대 초반 여성?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경북지역을 강타한 배경에는 신천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를 보면서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당연히 뒷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중에 흥미로운 건 신자 중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그 중에서도 20대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다른 종교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젊은 여성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여러 억측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편견을 없애고 바라보아야 한다. 곧 문제로 여지지 말고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 역설적으로 해결방안이 보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안토니 기든스의 <현대 사회학>을 보고 나서였다. 이 책은 사회학의 성경쯤으로 불리는데 맨 첫 장에 찻집 이야기가 나온다. 웬 커피숍하면서 읽어보니 그건 동성연애자들의 은어였다. 런던시내 공원의 화장실 안에서 그들은 특정 날짜와 시간을 정해 은밀히 정사를 나누는데, 그걸 찻집이라고 부른다. 왜 하필이면 사회학 교과서 첫 이야기를 찻집으로 정했을까? 그건 사회학의 기본 이념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처지가 되어봐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신천지에 빠진 이들은 어쩌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겠다고 꼬이면 나라도 혹해서 넘어가지 않을까? 신천지에 대한 수사는 일단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지금 핵심은 어떻게 해서든 확산을 막고 이른 시기에 코로나를 잠재우는 거다. 아직도 한참 확진자나 사망자가 느는 상황에서 화살을 신천지에 돌리는 건 정부의 책임회피밖에 안 된다. 설령 신천지 교주를 잡아들이고 교회를 폐쇄하고 신도들의 발걸음을 끊게 한다고 해서 과연 또 다른 신천지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렇다고 신천지를 두둔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는데는 누가 뭐래도 신천지가 가장 큰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검찰이 나서서 칼자루를 휘두르는 건 바이러스 종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신천지에 빠진 건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만든다. 신천지는 마케팅의 귀재인가? 언젠가 이 주제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관련 기사: 진중권, 왕을 찍어낸들 역병은 잡히지 않는다(2020년 3월 5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041190780025?did=NA&dtype=&dtypecode=&prnew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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