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2년이 더 두렵다
토니 블레어가 영국 수상이 되자 진보진영은 만세를 불렀다. 도저히 깰 수 없을 것 같던 보수집권의 고리를 드디어 끊어냈기 때문이다. 대처부터 시작된 보수당 체제가 장장 몇 십 년을 끌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토니는 젊고 잘생겼다. 잘만 하면 한동안 노동당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
군사 독재정권 이후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는 사어가 되고 말았다. 1988년 민간 정부가 들어섰지만 진정한 전환은 김영삼 대통령 이후다. 그러나 그 또한 집권당에 들어가 당선된 것이기에 진짜 제대로 된 교체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곧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대를 이으면서 한국에서 진보세력은 그야말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절호의 찬사를 맞았다. 그러나 연이은 보수 세력의 집권으로 이제 더 이상 진보가 집권하기는 어렵다는 절망에 빠질 즈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 덕에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로 진보의 태두인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블레어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진보는 그래도 기대했다. 그래, 보수의 잔재가 이렇게도 강한데 처음부터 강하게 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토니 블레어는 보수의 공식을 그대로 아니 그들보다 더한 정책들을 펼쳐나갔다. 그 중에 대표는 친미였다. 곧 부시 대통령의 앞잡이가 되어 중동 침략의 첨병 노릇을 했다. 진보세력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지금까지도 왜 토니가 그런 정책을 펼쳐나갔는지 미스터리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보수도 좋아하지 않는 미국의 선본장이 되다니.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도 3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의 공과 과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당연히 진보는 더 세게 보수는 이미 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함없는 노선은 친중이다. 문제는 친중이 아니라 반미, 반일이다. 곧 중국, 일본, 미국과 골고루 잘 지낼 생각을 하지 않고 유독 중국에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 것이다. 아무리 상대 리더가 맘에 들지 않고 우리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고 해도 외교는 냉정한 실리의 세계다. 우리가 잘 대해주었다고 해서 더 잘해주는 것도 아니고 못되게 했다고 바로 배척하는 게 아니다. 서로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이익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중국에 목매달아서 얻은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일본을 패싱해서 얻은 성과는 어떠한가? 중국이 한국인 입국제한을 할 때는 아무 소리 못하고 일본이 14일간 격리 조치를 취하자 바로 발끈해서 우리도 그럼 하며 일본인 입국을 제한하는 건 형평에 맞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기괴한 판단을 하고 있다. 그것도 계속해서 거듭. 남은 2년이 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