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2disc)
이와이 슌지 감독, 스즈키 안 외 목소리 / CJ 엔터테인먼트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너의 이름은>은 극장에서 처음 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특유의 사람 사이의 엇갈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백 만이 넘는 이례적인 흥행을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케일 덕이다. 멀티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혜성의 추락은 압도적이었다.

 

극장에서 돌아와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을 DVD로 보았다. 전혀 다른 감독과 소재였지만 역시 일본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를 지나치게 배려해 끙끙 앓는 인간들이 넘쳐 난다.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전학간다는 소식에 질투심에 등짝에 벌을 집어넣는다. 그 학생은 작별의 인사를 전하다 갑작스레 쓰러지고 죄책감에 시달린 하나는 학교 등교를 거부한다. 이후 옆집으로 이사온 앨리스를 만나 그 남학생을 찾아 다니다 결국... ...

 

말도 안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자책감에 사로잡혀 틀어박힌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외도를 의심하여 끊임없이 속앓이를 하는 <빙점>과 다를 게 없다. 허무할 정도다.

 

그럼에도 남는 것은 역시 섬세함이다. 해질녁 풍경이나 5층짜리 임대 아파트, 거리의 모습이 마치 방금 쩌낸 감자처럼 모락모락거린다. 하나와 앨리스도 이런 아스라한 정경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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