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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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씨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생길이 훤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당대의 글쟁이 둘이 만났으니 오죽 하겠는가?  결국(?) 고도원씨가 먼저 나가 떨아지고 그 고난한 직책을 강원국 씨에게 넘겼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연설담당관이었던 그가 과연 제대로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글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을 잘하기도 하고 많이 하기도 했다. 글솜씨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말글처럼 글을 썼기 때문이다. 곧 권위를 잔뜩 실은 문어체가 아니라 말하듯이 글을 써나갔다. 이를 테면 '~했습니다"체가 아니라 '~했어요'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의 이런 글쓰기야말로 정치가로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신문사 주필이나 대학 교수가 아니다. 대중을 상대로 정부 정책과 자신의 비전을 호소력있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강원국은 이런 대통령의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 초창기에는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그 고생의 결과가 이런 역작을 탄생시켰다.

 

덧붙이는 말

 

말과 글이 서툴고 생각까지 뒤쳐진 박근혜 대통령 덕에 고 노무현, 김대중 대통형의 화술과 글이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학벌이라는 권위에 기대지 않고 부단히 책을 읽고 쓰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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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2017-02-0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카이지 2017-02-02 2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 과학의 아포리즘이 세계를 바꾸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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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이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직관은 금물이다. 옮고 그름이 분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을 수는 없다.

 

양자역학은 이 금기에 도전을 내민다. 예를 들어 상자에 갇힌 고양이가 있다고 하자. 상자 안에 있는 파이프를 열면 독극물이 나와 고양이는 바로 즉사한다. 문제는 그 파이프를 언제 열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고양이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상자를 열수 밖에 없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 실험은 상상이다. 곧 머릿속으로만 하는 실험이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고안했다. 그는 왜 이런 사고실험을 했는가? 이 실험은 양자역학이 불완전함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곧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내가 아는 범위에서 풀어보자면 양자역학자들은 에너지의 기원을 파동이 아닌 입자로 보고 뜨문뜨문 떨어져 있으면서 필요할 때만 뭉쳐 힘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가 양자역학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양자역학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세상의 이치는 인과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테면 어떤 에너지가 어떤 계기에서 결합하여 폭발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세상살이도 비슷하지 않는가? 그 누구도 자신이 지금 처한 처지가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닥치는 상황에서 그럭저럭 굴러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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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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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운동 선수로만 알려져 있던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예예인 된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이 있는데 그는 강박적 청결과잉으로 유명하다. 이를 테면 샤워만 서너시간 하고 집안의 모든 물건은 제자이에 자리잡고 있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각도 반듯하게 잡혀 있어야 한다. 병적이라고 보면 충분히 병으로 볼 수도 있는데 예능에서 다루다보니 우스개 소리 비슷하게 여겨진다.  나 또한 웃고 만다.

 

그러나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아, 맞어, 하면서 자기 부정에 휩싸인다. 이 첵의 저자인 크리스텔 프티롤렝도 그런 사람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자신도 그렇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해결책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인정이다. 곧 그래 나는 강박증이 있어. 어쩔 수 없거든. 묘하게도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자신의 강박적 마음과 행동에 일종의 여유가 생긴다. 예전같으면 남의 눈치를 보며 하던 행동을 당당하게 한다. 이제 더이상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남들과 약간 다를 뿐이다.

 

의외로 이런 증세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안 그런척 숨기며 스스로를 더욱 괴롭힌다는 점이다. 차라리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내면 어떨까? 정리정돈에 대한 강박이 있다면 청소를 끝내주게 하면 되고 대면기피증이 있다면 사람과 부딪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고백하자. 나도 일종의 강박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겠지만 내 해결방법은 거슬리는 것들을 피해 다니는 것이다. 어떤 특정 물건이나 대상을 만나면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회피야말로 가장 손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강박증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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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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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상과학 소설은 인기가 시들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개봉만 했다하면 세계가 들썩거리는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의 열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지 살기가 팍팍해서 혹은 제도권 교육에 찌들어 상상력이 고갈되어서만은 아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르귄의 글은 복잡하면서도 난해하다. 가뜩이나 공상과학 소설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데. 그런 우려를 지닌 분들께 르귄의 단편을 추천한다. 기발한 상상뿐만 아니라 다 읽고 나서는 깊이있는 울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오멜라스는 떠나는 사람들>은 대표적이다. 단편이라기 보다는 초단편에 가까운 짧은 글이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다.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남도 가난하고 나도 잘 살지 못한다면 큰 고통을 겪지 않는다. 반대로 모두가 부자라도 걱정거리는 크지 않다. 문제는 그 차이가 벌어질 때이다. 곧 나릐 삶과 비교되는 생을 보게 되는 순간 슬픔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렇다면 단 한명만이 불행하고 나머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런 세상은 용납가능한가? 어느날 우연히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일인을 마주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소설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 단지 생각할 거리를 줄 뿐이다. 자, 고민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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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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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찾아 읽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다. 다른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다. 시를 대신할 읽을거리가 많아져서이기도 하지만 시를 읊조릴 여유가 없어진 탓도 크다. 어쩌면 시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공대생을 포함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수업 형식을 띠고 있다. 시를 소개하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딱힌 참신하지 않은 이런 시도가 새로운 건 역시 그만큼 시가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시를 부활하려 애쓰기 보다는 시란 어려운 게 아니며 누구나 자신의 느낌을 자연스레 풀어내는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곧 시를 직접 쓰다보면 위대한 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는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내 넘버 원 시를 나누고자 한다.

 

술래잡기

 

김종삼

 

심청일 웃겨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 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 가리기 헝겊을 맨 채 한동안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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