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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열두 방향 ㅣ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공상과학 소설은 인기가 시들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개봉만 했다하면 세계가 들썩거리는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의 열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지 살기가 팍팍해서 혹은 제도권 교육에 찌들어 상상력이 고갈되어서만은 아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르귄의 글은 복잡하면서도 난해하다. 가뜩이나 공상과학 소설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데. 그런 우려를 지닌 분들께 르귄의 단편을 추천한다. 기발한 상상뿐만 아니라 다 읽고 나서는 깊이있는 울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오멜라스는 떠나는 사람들>은 대표적이다. 단편이라기 보다는 초단편에 가까운 짧은 글이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다.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남도 가난하고 나도 잘 살지 못한다면 큰 고통을 겪지 않는다. 반대로 모두가 부자라도 걱정거리는 크지 않다. 문제는 그 차이가 벌어질 때이다. 곧 나릐 삶과 비교되는 생을 보게 되는 순간 슬픔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렇다면 단 한명만이 불행하고 나머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런 세상은 용납가능한가? 어느날 우연히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일인을 마주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소설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 단지 생각할 거리를 줄 뿐이다. 자, 고민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