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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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수고가 다른 이들에게 고마움을 불러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왜 저래? 아무리 아버지라고 하더라도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면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데이트 하는 현장까지 쫓아와서.

 

<윤미네 집>은 단순히 한 가족의 기록이 아니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이다. 사진 한 장이 그 어떤 역사책보다 위대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가감없이 보여준다. 만약 아버지가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작업을 했다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 덕이었다.

 

간혹 아파트먼트 단지 안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진 사진첩들을 볼 때가 있다. 한 때는 화목했을 물론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으나 버려진 사진들을 보면 왠지 내 추억도 함께 나뒹구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다. 태우는 것은 불법이나 잘개 잘라 보이지 않는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필름 시대가 아니니 도리어 사진을 쉽게 찍고 지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의미없이 지우는 여러 사진들 중에 혹시 소중한 추억도 있지 않을까? 대수롭게 않게 삭제했다가 먼훗날 그 사진이 미치도록 그리워 울먹이지는 않을까?

 

사진은 영원의 한 순간이다.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사진은 영생을 얻는다. <윤미네 집>은 용케 살아남아 우리에게 속삭인다. 평생 남을 사진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찍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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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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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윤광준의 팬이었다. 그가 쓴 <소리의 황홀>을 읽고 우리나라도 선진문화국가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이유는 상업적 물건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곧 클래시컬 음악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음반 평이 아니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쓸 수 없는 오디오 기기에 대해 비판을 했다.

 

<윤광준의 생황명품>은 그 폭을 넓히고 있다. 오디오를 포함하여 배낭, 의자, 필기구, 심지어 막걸리까지. 우리 생활을 둘러싼 물건 가운데 잘 만든 것들을 뽑아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단지 기능 설명뿐이었다면 그건 사용설명서와 다를게 없었을 것이다. 심미적 안목을 결합시켜 한 물건을 품격의 대상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나는 상업주의야말로 사람들의 욕구를 가장(?) 건전하게 분출하는 이념이라고 주장한다. 돈이란 벌기도 하지만 쓰기도 하는 것이다. 문제는 버는 것에 대한 조언이나 충고는 차고 넘치지만 제대로 쓰는 법에 대해서는 별반 이야기가 없다. 그저 남이 좋다고 하면 사는 식이다.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물건의 좋고 나쁨을 비교하여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하다. 그 능력은 단지 돈이 많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부단한 시행착오 끝에 얻는 득도의 경지에 다다라야 한다. 윤광준은 그 지점에 가깝게 다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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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루이스 루시아 감독, 마리솔 출연 / 폰즈트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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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머릿속에 각인처럼 새겨져 두고두고 꺼내 먹을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스카라 극장. 과외 선생을 따라 영화를 보러 갔다. 스크린의 여자애는 너무도 예뻐서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예쁜 아이가 마음이 아파 울 때는 나 또한 울먹였다. 그러나 명랑하게 산타루치아를 부를 때는 하늘로 붕 뜨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내게는 그 여자아이가 부른 산타루치아가 최고다. 

 

어른이 되고 되서고 그 영화가 내내 떠올라 수소문 끝에 비디오 테잎을 샀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곁에 두고 있게 되자 그리움이 사라져버렸다. 언제 시간 나면 보면 되지, 라고 말은 하면서도 단 한번도 틀어보지 않았다. 무려 만 원이나 주고 샀는데. 참고로 20년 전 물가다. 

 

나만 이 영화를 좋아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마리솔의 팬들이 여전히 그리고 강력하게 군림하고 있었다. 이런 압박이 통했는지 드디오 디브이도로 출시되었다. 스페인 영화치고는 치칙사 대접을 받은 셈이다. 

 

여전히 마리솔은 예쁘고 할아버지는 근엄하면서도 순진하고 남자 아이들은 마리솔 바라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나? 나는 나이가 들었다. 마리솔을 보고 가슴 뛰던 소년은 머리속에서 뛰쳐 나올줄을 모른 채 굳어 버렸다. 산타루치아만 공허하게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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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정판 (2disc) - DTS-ES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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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일을 해서 처음 돈을 번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 알바를 하며서부터다. 파출소 방범 보조였다. 아침조를 택한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야만 했다. 한겨울이라 지독히 추었다. 하는 일은 의경을 따라 동네를 한바퀴 도는 거였다. 원래는 겨울방학중 한달만 하는 일이었는데 보름만에 그만두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내 손에 쥐어진 돈은 15만 원이었다.

 

철모르고 어리광이나 부리던 아이. 이사가는 날 차가 터널을 지나자마자 세상이 뒤집어진다. 엄마 아빠는 탐욕스런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온천장에 팔려가서(?) 종일 허드랫일에 시달린다. 초등학교 4학년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 벌어진 셈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혹은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위대함은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치히로는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서도 인간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간에 유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비평가는 일본의 버블 시대를 풍자하면서 나약한 젊은 세대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화라고 하는데 글쎄 내 생각은 다르다. 어떤 일이든 일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당연히 힘들수 밖에 없다. 그 힘든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같이 하는 이들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영화 속에 나타난 온천장은 착취가 아닌 공동체의 터전이었다.

 

만약 감독이 제목을 행방불명이 아닌 모험이라고 했다면 노동에 대한 헛된 로망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야오 스스로도 일이란 힘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더라도 늘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을 것이다. 행방불명이란 일에 묶여 사는 현대인들의 탈출 욕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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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지브리 아트북 시리즈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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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만화영화가 개봉되면 관련 캐릭터 상품은 물론이고 영화에 사용된 스토리북이나 스케치도 따로 책을 내서 판매한다. 그만큼 팬층이 두텁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일본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었다. 흥미로운건 어느새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폭제는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가 아닐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를 정식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도 <이웃집 토토로>였다. 일본적 색채가 상대적으로 적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자. 지금 보면 그렇지도 않지만 아무튼.

 

<이웃집 토토로 아트북>은 영화의 감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분들께는 보물같은 책이다. 디지털 기술이 주류가 된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원화가 주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해질녁 농촌 풍경이라든가 아침햇살이 비치는 목조가옥의 내부 등을 보노라면 새삼 뭉클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감동은 거저 이뤄진 게 아니다. 새벽 3시까지 설 연휴도 없이 강행군한 결과다. 말로는 예술혼 어쩌구 했겠지만 무한단순작업을 했을 애니메이터들은 죽을 지경이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월트 디즈니도 노동 착취로 유명했고, 아톰으로 명성을 날린 데츠가 오사무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사장을 고소하기까지 했다. 애니메이션 작업의 숙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안타깝다. 다음과 같은 공고를 보고 나면 그저 감동에 취해 있을 수 있겠는가?

 

연말연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내에 힘껏 일을 해두고, 다음 일정대로 근무하고자 합니다.

종무일 12/30

시무일 1/4

이상 스튜지오 지브리

* 또한 미야자키 감독은 1월 1일만 쉬므로 뜻을 같이하는 분들은 같이 출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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