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사람의 수고가 다른 이들에게 고마움을 불러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왜 저래? 아무리 아버지라고 하더라도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면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데이트 하는 현장까지 쫓아와서.

 

<윤미네 집>은 단순히 한 가족의 기록이 아니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이다. 사진 한 장이 그 어떤 역사책보다 위대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가감없이 보여준다. 만약 아버지가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작업을 했다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 덕이었다.

 

간혹 아파트먼트 단지 안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진 사진첩들을 볼 때가 있다. 한 때는 화목했을 물론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으나 버려진 사진들을 보면 왠지 내 추억도 함께 나뒹구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다. 태우는 것은 불법이나 잘개 잘라 보이지 않는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필름 시대가 아니니 도리어 사진을 쉽게 찍고 지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의미없이 지우는 여러 사진들 중에 혹시 소중한 추억도 있지 않을까? 대수롭게 않게 삭제했다가 먼훗날 그 사진이 미치도록 그리워 울먹이지는 않을까?

 

사진은 영원의 한 순간이다.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사진은 영생을 얻는다. <윤미네 집>은 용케 살아남아 우리에게 속삭인다. 평생 남을 사진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찍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