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뜀뛰는쥐는 잠에서 깨어 굴 밖으로 기어 나왔어요. “난 여기 있어.” 쥐가 말했어요. “나는 발 아래 대지를 느낄 수 있어. 나뭇잎을 살랑거리게 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해는 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잃은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예전의 나는 결코 아니지. 이제 어떻게 하지?” 그리고 뜀뛰는쥐는 앙 울기 시작했어요.

“뜀뛰는쥐야.” 써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마법개구리, 너니?” 뜀뛰는쥐가 눈물을 삼키고 물었어요.


(눈물 흘리는 쥐의 귀여운 얼굴 클로즈업)


 

 



“그래.”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울지 마, 뜀뛰는쥐야. 넌 남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몹시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희망과 연민을 잃지 않은 그 마음 때문에 머나먼 나라에 오게 되었어.”

 

 



“겁낼 거 하나도 없어, 뜀뛰는쥐야.”

 



“높이 뛰어,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뜀뛰는쥐는 그 말대로 했어요. 할 수 있는 한 높이 뛰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몸을 하늘 더 높이 들어 올리는 바람을 느꼈어요. 쥐는 해를 향해 발을 쭉 뻗고, 강한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어요. 쥐는 기쁨에 차서 위, 아래 놀랍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땅과 하늘과 생명들의 향기를 맡았어요.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네게 새 이름을 줄게.”

 



“네 이름은 이제 독수리야.”




“넌 이제 머나먼 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되었어.”

(마지막 장면의 독수리 클로즈업)





(끝.)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날개 2005-02-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근사한 동화군요.. 흑백그림도 멋지고, 남을 위해서 모든걸 베푸는 쥐의 마음도 따스하고, 마지막에 독수리가 되는 과정도 감동적이네요..!!
번역하느라 수고하셨어요.. 멋진 그림책을 보게 해주신 님께 감사드려요..^^*

숨은아이 2005-02-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고맙슴다, 날개님~! *^^*

2005-02-06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2-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명절 준비 땜에 맘이 급하신가 봐요. ^^

울보 2005-02-0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그림책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그런데 쥐를 워낙에 싫어하는 지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balmas 2005-02-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숨은아이님. 이야기도 좋고 그림도 좋네요.
바쁘실 텐데 언제 번역까지 하셨어요?^^
추천하고 퍼갈게요. 감사^^
그리고 설 잘 쇠세요. 일은 조금만 하시고 편하게 잘 쉬시길 ...

내가없는 이 안 2005-02-0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잘 읽었어요! 저도 퍼가서 제 그림책 책장에 넣어둘게요.
영어표현도 무척 근사해서 무척 감탄했거든요.
그런데 님 번역해놓은 표현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역시~ ^^
숨은아이님, 설 잘 지내세요!

숨은아이 2005-02-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저도 쥐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림책의 쥐는 귀엽잖아요. ㅎㅎ
발마스님, 칭찬 고맙습니다. 헤헤. 일 안 되는 날 농땡이 치고 하루 꼬박 걸려서 했어요. /..\ 저는 시댁에서 옆지기랑 같이 설거지하며 편하게 명절 지내는 편이랍니다. 마음 써주셔서 고마워요.
이안님, 헤헤, 마음에 드셨다니 좋아요. 설 잘 쇠셨는지...
따우님, 출판사 돌아다니며 팔아볼까요? ^^

숨은아이 2005-02-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따우님도 복 마아니마니.

killjoy 2005-02-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뜀뛰는 쥐가 울 때 너무 슬펐어요.

숨은아이 2005-02-1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조이님? 반갑습니다. ^^
 

 

뜀뛰는쥐는 바로 출발하여 숲과 숲 사이를 재게 건너뛰었어요. 저 위에서 그림자들이 휘돌 때면 눈에 안 띄게 숨었어요. 나무딸기가 나타나면 따먹고, 지쳐 떨어질 때만 잤어요. 나날이 흘러갔어요. 빨리빨리 나아가면서도, 뜀뛰는쥐는 과연 황야 저편에 다다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마른 땅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건너, 뜀뛰는쥐는 큰 딸기 덤불 아래에서 늙고 뚱뚱한 쥐를 만났어요.

 

 



“뒷다리 참 희한하구나.” 뚱뚱한 쥐가 말했어요.

“마법개구리가 제 이름을 지어 줄 때 받은 거예요.” 뜀뛰는쥐가 자랑스레 말했어요.

“흥.” 뚱뚱한 쥐가 콧방귀를 뀌었어요. “그게 그리 좋으냐?”

“이 뒷다리 덕분에 너른 황무지를 건너올 수 있었어요. 운이 좋다면 덕분에 머나먼 나라에도 가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어요. 여기서 쉬어 가도 될까요?”

“그럼.” 뚱뚱한 쥐가 말했어요. “여기서 영영 살아도 돼.”

“고맙습니다. 하지만 기운 차릴 때까지만 머무를게요. 머나먼 나라를 보려는 꿈이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가야 해요.”

“꿈이라.” 뚱뚱한 쥐가 우습다는 듯이 말했어요. “나한테도 그런 꿈이 있었지. 하지만 내가 찾아낸 건 바로 황야였어. 필요한 게 여기 다 있는데 왜 황야를 지나쳐 가지?” 
뜀뛰는쥐는 무엇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임을 설명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뚱뚱한 쥐는 여전히 콧방귀만 뀌었어요. 마침내 뜀뛰는쥐는 굴을 파고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밤을 보냈지요.

이튿날 뚱뚱한 쥐는 개울 이편에 머무르라고 훈계했어요. “저쪽에는 뱀이 살아. 하지만 염려 마. 뱀은 물을 겁내거든. 그러니 개울을 건너오진 않을 거야.”

 

 



딸기 덤불 밑은 살기 좋은 곳이라, 뜀뛰는쥐는 곧 기운을 차리고 힘을 냈어요. 두 쥐는 먹고 자고 또 자고 먹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뜀뛰는쥐가 물을 마시러 개울에 갔다가,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았어요. 늙고 뚱뚱한 쥐와 거의 같을 만큼 뚱뚱했어요!

“떠날 때가 됐어.” 뜀뛰는쥐는 생각했어요. “딸기 덤불 아래 주저앉으려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어.”


그때 개울의 폭이 좁은 곳에 나뭇가지 하나가 걸린 것이 보였어요. 그것은 마치 다리처럼 개울가 양편에 걸쳐졌으니-이제 거길 통해 뱀이 건너올 수 있었어요! 뜀뛰는쥐는 뚱뚱한 쥐에게 알리려고 서둘러 돌아갔어요. 하지만 굴은 텅 빈 채였고, 공기 중에 이상한 냄새가 돌았어요. 뱀이었어요. 뜀뛰는쥐가 너무 늦은 거예요. “불쌍한 아저씨.” 뜀뛰는쥐는 급히 도망치며 생각했어요. “꿈을 찾으려는 희망을 잃더니, 삶을 마치고 말았구나.”

 

 



뜀뛰는쥐는 밤새도록 달렸더니, 이튿날 아침 초원에 다다랐어요. 기진맥진한 쥐는 안전하게 쉴 곳을 찾아 크고 넓적한 바위로 뛰어갔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그 바위는 엄청나게 크고 텁수룩한 들소가 초원에 누워 있는 것이었어요. 띄엄띄엄 끊이지 않고 끙끙거리면서요.

뜀뛰는쥐는 그 무서운 소리에 벌벌 떨었어요. “안녕하세요, 크신 분.”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저는 뜀뛰는쥐예요. 머나먼 나라에 가려고 여행하고 있어요. 왜 여기서 죽은 듯이 누워 계신가요?”

“죽어 가니까.” 들소가 말했어요. “독을 푼 개울물을 마셔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먹을 만한 부드러운 풀과 마실 만한 시원한 물을 찾을 수가 없어. 나는 곧 죽을 거야.”

 

 



뜀뛰는쥐는 그토록 놀라운 짐승이 도리 없이 죽어 가는 걸 보니 슬펐어요. “제가 떠나 올 때, 마법개구리가 제게 이름을 지어 주고 다리에 힘을 불어넣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제 마법은 그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요. 이제 당신 이름은 쥐의눈이에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뜀뛰는쥐는 들소가 기뻐서 내뿜는 콧김 소리를 들었어요. 쥐는 이제 들소에게 자신의 눈을 주었기 때문에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여기서 서비스 컷. 들소가 눈뜬 표정을 좀더 가까이.)


 



“고마워.” 쥐의눈이 말했어요. “넌 작지만 아주 큰 일을 해냈어. 네가 내 몸 아래로 뛰어가면, 하늘에 뜬 그림자들도 널 보지 못할 거야. 내가 너를 산으로 데려갈게.”
뜀뛰는쥐는 그 말대로 했어요. 들소의 발걸음에 맞춰 폴짝폴짝 뛰었지요. 이렇게 해서 뜀뛰는쥐는 산기슭까지 왔어요.

“나는 들판에 사는 짐승이야. 여기서 이만 돌아가야 한단다.” 쥐의눈이 말했어요. “넌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 산을 넘지?”

“다 수가 있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희망은 항상 제 안에 살아 있어요.” 뜀뛰는쥐는 들소 친구에게 안녕 했어요. 그리고 굴을 파고 들어가 잤습니다.

 



이튿날 아침 뜀뛰는쥐는 산봉우리에서 불어 내려오는 찬 바람에 잠이 깼어요. 찬 기운이 불어오는 방향을 피해 조심스레 몸을 돌렸어요. 발 아래 털이 밟히기까지 그리 멀리 가지도 않았어요. 놀란 쥐는 펄쩍 뛰어 코를 공중에 대고 킁킁거렸어요. 이리? 무서워 몸이 얼어붙었어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쥐는 용기를 끌어 모아 말을 꺼냈어요. “실례합니다. 저는 뜀뛰는쥐예요. 머나먼 나라로 여행하고 있어요. 길을 가르쳐 주실래요?”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이리가 말했어요. “이리는 코로 길을 찾아. 그런데 내 코는 이제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해.”
“무슨 일이 있었나요?” 뜀뛰는쥐가 물었어요.
“나는 게으르고 건방진 동물이었어.” 이리가 대답했어요. “냄새 맡는 재능을 마구 써 버려서, 결국 잃고 말았지. 나는 이제 건방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코가 없으면 살아나지 못해. 그래서 여기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어.”
뜀뛰는쥐는 이리의 이야기에 슬퍼졌어요. 쥐는 이리에게 마법개구리와 쥐의눈 이야기를 했지요. “전 대수롭지 않은 마법을 부릴 줄 알아요. 도울 수 있다면 기쁘겠어요. 이제 당신 이름은 쥐의코예요.”

 



이리는 기쁨에 차 부르짖었어요. 뜀뛰는쥐는 공중에 대고 코를 킁킁거려 산의 냄새를 찾아 보았어요. 하지만 이제 솔향 풍기는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없었어요. 뜀뛰는쥐의 눈과 코는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었어요. “넌 아주 작은 동물이지만.” 쥐의코가 말했어요. “내게 아주 큰 선물을 주었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 줘야 해. 자, 내 몸 아래로 뛰어가면 하늘의 그림자들도 널 보지 못할 거야. 너를 산 너머 머나먼 나라로 데려다줄게.”

(다시 이리와 뜀뛰는 쥐 모습 클로즈업)



그래서 뜀뛰는쥐는 터벅터벅 걷는 이리의 발걸음에 맞추어 폴짝폴짝 뛰었어요. 이렇게 해서 마나먼 나라에 다다랐어요.
“난 산에 사는 동물이야. 여기서 이만 돌아가야 해.” 쥐의코가 말했어요. “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데 이제 어떻게 길을 가지?”
“다 수가 있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그리고 이리 친구에게 안녕 하고는 굴을 파고 잠들었어요.

(3편으로 이어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02-0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연휴 잘 보내세요.^^

숨은아이 2005-02-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설 잘 쇠세요. ^^

balmas 2005-02-0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런데 네번째 그림 아래 번역문 중에 오타가 하나 있어요.
“독을 푼 개울물 마셔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먹을 만한 부드러운 풀과 마실 만한 시원한 물을 찾을 수가 없어. 나는 곧 죽을 거야.”  ^^;;;

숨은아이 2005-02-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고맙습니다, 발마스님! 지금 고쳤어요.
 

 

지난번에 이안님께서 선물하신 영어 그림책을 서투르나마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



뜀뛰는 쥐 이야기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 전해진 옛이야기를 존 스텝토(JOHN STEPTOE)가 다시 쓰고 그림.


(성이 steptoe라, 뭔가 의미심장하여 사전을 검색해 보니 이렇게 나온다.
steptoe[stptu]n. 용암러 싸여 고립언덕
발가락걸음이나 까치발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높이 뛰는 쥐 이야기”는 Hymeyohsts Storm이 1972년에 낸 《일곱 화살(Seven Arrows)》에 실린 이야기인데, 존 스텝토가 어린이들을 위해 다시 쓰고 그림을 그려 1984년에 낸다.





큰 강가 숲에 어린 쥐 한 마리가 살았어요. 쥐들은 낮에는 내내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밤에는 늙은 쥐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데 모였지요. 어린 쥐는 강 건너편 황야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듣다가, 하늘에 사는 위험스런 그림자들 이야기를 들으면 흠칫 떨곤 했지요. 어린 쥐는 머나먼 나라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어요.


 



‘머나먼 나라’란 말이 매우 근사해서, 어린 쥐는 꿈까지 꾸기 시작했어요. 거기 가보기 전에는 성이 차지 않을 게 분명했어요. 어른 쥐들은 너무 멀고 험한 길이라며 말렸지만, 어린 쥐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어느 날, 어린 쥐는 동이 트기 전 출발했지요.

 

 



숲의 가장자리에 다다를 때쯤 날이 저물었어요. 어린 쥐의 앞에 강이 나타났어요. 강 저편엔 황야가 있었지요. 어린 쥐는 깊은 물 속을 내려다보았어요. “여길 어떻게 건너지?” 어린 쥐는 난감해서 말했어요.




“헤엄칠 줄 모르니?” 써걱거리는 목소리가 말했어요.
어린 쥐가 둘러보니, 작은 초록색 개구리가 보였어요.
“안녕? 헤엄치는 게 뭐야?” 쥐가 말했어요.
“이게 헤엄치는 거야.” 개구리는 말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오, 난 못할 것 같아.” 어린 쥐가 말했어요.
“너 왜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개구리가 강둑으로 도로 뛰어오르며 물었어요.
“머나먼 나라에 가고 싶어. 매우매우 멋질 것 같아. 평생 못 보고 살 순 없어.”
“그럼, 내가 도와줘야겠구나. 난 마법개구리야. 넌 누구니?”
“난 쥐야.” 어린 쥐가 말했어요.

마법개구리는 푸하하 웃었어요. “그건 이름이 아냐.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름을 지어 줄게. 네 이름은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이 이름을 말하자마자, 어린 쥐의 뒷다리가 움찔움찔거렸어요. 조금 뛰어올라 보았더니, 놀랍게도 전보다 두 배나 높게 뛰어올랐어요. “고마워.” 어린 쥐가 다리에 놀라운 힘이 생긴 데 감탄하면서 말했어요.

“뭘.”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이제 이 잎을 딛고서 같이 강을 건너는 거야.”

안전하게 건너편 둑에 닿자,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네 앞길엔 난관이 많을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 안에 희망이 살아 있다면 머나먼 나라에 갈 수 있어.”

(2편으로 이어짐)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02-0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멋져라. 추천하고 퍼갑니다.^^

숨은아이 2005-02-0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좀더 잘 찍었으면 좋았을 것을. 번역은 좀 이상하더라도 봐주세요. ^^

balmas 2005-02-0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번역이 참 잘된 것 같은데요.^^

릴케 현상 2005-02-0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고(^^장정일한테서 '옥고'라는 표현을 몇번 봤는데 재밌어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숨은아이 2005-02-1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꼼꼼히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자명한 산책님, 오오, 과분한 칭찬이십니닷.
 

삼박. 삼박삼박.

무슨 소리처럼 들리세요?  “작고 연한 물건이 잘 드는 칼에 가볍게 잘 베어지는 소리 또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연하고 맛있는 단무지(단무지 중에도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게 따로 있다구요!)를 날렵한 솜씨로, 큰 소리도 내지 않고 똑같은 크기로 베어 나가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소리시늉말(의성어)인 “삼박하다”를 좀 세게 발음하면 “쌈박하다”, 더 센말로 하면 “쌈빡하다”가 됩니다. 흠... 뭔가 멋지게, 쿨하게 된 것을 보고 쌈박하다고 하잖아요? “그 사람 성격 참 쌈박하네.” “우리 이걸로 쌈빡하게 끝내자, 응?” 하면서...

그러니깐 잘 드는 칼로 깔끔하게 베어지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에서, 깔끔 명쾌 세련되었다는 뜻이 갈라져 나온 거지요.

아, 천성산 문제도 쌈박하게 끝내면 좋을 텐데. 그걸 못하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2-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님이 도룡뇽접기 이벤트를 할 때,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티비를 보고서야 그게 지율스님 때문이라는 걸 알았지요. 죄송합니다. 그런 줄 알았다면 동참했을텐데....

숨은아이 2005-02-0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셨단 말입니까? (헹, 마태님 미워!)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제 이벤트는 끝났지만...

울보 2005-02-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오늘 우체국에 가서 보냈습니다.
너무 늦게 보낸건 아니겠지요................

숨은아이 2005-02-0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아닐 거예요. 오늘도 추웠는데 애쓰셨어요.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 신화와 허무의 민족주의 담론을 넘어서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 신화와 허무의 민족주의 담론을 넘어서
임지현 지음, 소나무 발행.

작년에 박노자 선생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 ‘민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1999년에 나온 책을 2001년에 사서 2004년 말과 2005년 초에 걸쳐 읽은 셈이다. /,.|

나는 민족문제연구소의 ‘회비만 내는 회원’이다. 작년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어렵게 추진해온 친일인명사전 발간 사업에 국가 예산을 배정받은 기회가 생겼는데, 그 예산을 국회가 몽땅 삭감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성금을 냈고, 그 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지속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며 만인 봉화 운동을 벌일 때 회원으로 가입했다. 내가 민족주의자라서가 아니다. (난 애국애족을 실천하시는 분들이 발표하는 글에 동원된 표현을 보고 거북할 때도 많다.) 하지만 ‘민족’으로 통칭할 수 있는, 내가 속한 사람들 집단(말하자면 공동체)이 외부의 압박 때문에 풍요로운 문화를 잃어버리고 자유로운 성장 가능성을 제압당했는데, 그때 그 외부 세력에 빌붙어 앞잡이 노릇하며 이웃들을 착취한 대가로 잘 먹고 잘 살던 인간들이, 해방 후에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도리어 이웃들을 기만하며 독립운동가들의 공적을 자신의 업적인 양 도둑질했다. 그래서 우리 ‘민족’ 사회가 어떻게 되었느냐 하면 상류층은 대대로 도둑 집안이고, 정직하게 사는 건 바보들이나 할 짓이며, 짓밟히지 않으려면 큰 도둑의 망을 봐주고 뒷돈을 챙기는 작은 도둑이 되어야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렇게 거꾸로 되어버린 질서의 시작을 밝히려고 애쓰는 곳이기에, 내가 내 발로 서서 제정신으로 잘 살 수 있으려면 이런 곳이 잘되어야 한다. 이것이 민족허무주의자에 가까운 내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 된 사연이다.

하긴 월요일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며 애국 애족하는 마음을 고취하는 교육을 받아온 내가 진정 민족허무주의자가 될 수나 있을까? 우리 사회에 보이는 배타적 가족주의, 혈연주의, 지역주의를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생명보다 속도를, 자율권보다 금전적 이득을 더 추구하는 태도에 나 자신 물들어 버린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면서도 한국인을 모욕하고 비웃는 외국인 소식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열이 오르지 않는가? 외국 그림책만 들입다 수입하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에 대해 어린아이 적부터 외국적인 감성에 맛들이게 해야 해? 하며 분통을 터뜨리지 않는가? (그건 눈앞의 이익만 보고, 풍요로운 문화를 계발하는 소임을 소홀히 하는 출판사에게 화가 나서. --a)

사회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나는 ‘민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민을 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를 낳고 키운 것이 한국 민족의 문화이니까.
 
그럼 ‘민족’은 그렇다 치고, ‘민족주의자=애국자=좋은 편’이라는 도식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서유럽이나 러시아에서 대놓고 “민족” “애국심”을 들먹이면, 적어도 지식인 사회에서는 파시스트 아냐? 하며 위험하게 볼 것이다. 무리의 안쪽을 사랑하다 보면 바깥쪽에는 등을 돌리기 쉬우니까. 박노자 선생이 2002 월드컵 때 깜짝 놀랐을 만도 하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로서 가해자였던 민족과, 식민지 경험이 생생한 피압박 민족에게 “민족”이니 “애국애족이야말로 내가 살 길”이라는 말이 동의어일 수 있을까? 작년에 쿠르드족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볼 때는 ‘그래서 나라가 있어야 해’ 하는 생각이 들어 나 스스로 섬찟했다. 그러나 나라가 없어 이등 인간 취급을 받는 민족이 나라를 세우겠다고 총을 드는 걸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민족이 다 개별 국가를 세울 필요는 없을 터이다. 다민족 국가로서 평화로이 나라를 유지해온 스위스 같은 나라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애국은 애족과 동의어가 아니며, 애국이 “국가권력에 충성하는 것”인지 “현재의 권력자를 보위하는 것”인지 “나라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를 도모하는 것”인지도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를 터이다.

그리고 피해자였다고 해서, 피해를 받은 만큼 가해해도 되지는 않을 터이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주장에 파르르 떨면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압박을 비난하면서도 “만주 땅은 우리 땅”이라고 참으로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설령 임나일본부설이 옳다 하더라도 일제의 침략이 정당해지는 건 아니잖아? 유대민족이 수천 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살았다 하더라도 지금 그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쫓아내는 게 옳은 일은 아니잖아? 마찬가지로 만주와 연해주가 고구려 땅이었다 해도 그 땅을 오늘날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잖아?)

그래, ‘민족’의 정체는 한 가지가 아니고, ‘민족주의’의 얼굴도 가지가지다.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의 1부의 요지는 바로 그것이다. “민족 개념이나 민족주의에 대한 이론은 지구상의 각 민족이 겪은 역사적 경험만큼이나 다양”(24쪽)하고, “민족주의는 특정한 사회적 교리를 완강하게 고수하기보다는 역사적 변화에 열려 있는 이데올로기”(24쪽) “사회적 총관계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방향과 내용을 수정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역사적 변화에 열려 있는 운동”(25쪽)이다.

그렇다는 건 어쨌든 ‘민족주의’가 다양하게 변신하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실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민족 단위의 정치, 경제, 문화가 대다수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리고 박노자 선생 말대로 자신이 속한 생활 공동체에 애착심을 갖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에.
 
결론. 민족은 실체가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는 절대선이 아니다. (참 단순하기도 하지. -_-)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이 책은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논리를 전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진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쓴 글이 아니고, 지은이가 다양한 지면에 발표한 논문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1990년에 동구권이 해체되며 민족주의가 대두하는 걸 보고 쓴 글도 있다. 15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그래서 “운동으로서의 민족주의” “한국사 학계의 ‘민족’ 이해에 대한 비판적 검토”로 이루어진 <1부 민족주의 : 운동사와 관념사>(주 내용이 민족 개념과 민족주의에 대한 고찰)와 “사회주의 거대 담론의 틈새 읽기” “이념의 진보성과 삶의 보수성”으로 이루어진 <4부 에필로그-이데올로기의 속살들>(현실 좌파 세력의 치부와 희망적인 가능성을 살펴봄)은 재미있고 유익했지만, 2부와 3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한참 뜨지만, 아마 좌파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그러한 논문들을 한 권으로 묶을 수 있었으리라.

<제2부 맑스주의와 민족주의>에서는 맑스주의자(로 자처했던 사람)들이 민족 문제를 어떻게 봐왔는지 흐름을 정리해,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럽의 사회주의자들도 책상 위에서 남의 민족 운명을 이리저리 좌우하려 든 건 유럽 제국주의자들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은 왜 논쟁을 벌일 때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그 해결책은 또 무엇인지 따지기보다, 반애국주의니 민족허무주의니 교조주의니 기회주의니 경제주의니 정치주의니 하고 서로에게 딱지를 붙이기 바빴을까? 80년대 한국의 운동권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제3부 동유럽의 민족주의>는 지은이의 전공이 서양사인 만큼 근현대 동유럽에서 민족주의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왔는지 정리한다. 학교 다닐 적에 교과서 퀴리 부인 이야기가 나오자 선생님이 폴란드와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략을 자주 받은 점이 닮았다고 했는데, 이 책을 보니 폴란드와 우리나라가 닮긴 닮았나 보다. 외세의 침략 때문이 아니라, 봉건 귀족의 위상과 변신 양상이 ‘양반’과 비슷해서다. 폴란드의 봉건 귀족은 국수주의에 가까운 우월의식을 가지고서 외국에서 배울 거라곤 없고 다만 프랑스 문화만이 예외라고 생각했다. 인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을 통합하여 민족적 전망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도 자신들만이 민족문화의 주체라 생각했고, 자본주의의 물결이 몰려들자 부르주아로 변신했으며(그래서 폴란드 부르주아는 보수적이라 서유럽 부르주아가 해낸 것 같은 사회 진보를 이룩하지 못했다), 노동자 농민 운동이 거세어지자 도리어 위협을 느끼고 외세에 협력했다. 구한말 양반의 변신 과정과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조선시대 양반들도 중국만 예외이고, 다른 세계는 다 오랑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과연 무슨 뜻일까? “민족주의는 반역의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그러니 국수적인 민족주의는 꺼져라)”? “민족주의는 혁명 세력에게는 적이 되는 이데올로기다(그러니 배격해야 한다)”? 그냥 심오한 뜻 없이 멋을 부린 제목인지도 모른다(아마 그런 것 같다). --;


*제 글을 보고, 이 책을 편집한 분이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셨습니다. *

그 책의 편집자로서 한마디하면... 그냥 멋을 부린 것은 아니라는 말씀. 국내에서 무비판적으로 사용되면서 자민족중심주의와 동일하게 쓰이는 민족주의는 역사적 대의에서 반역이란 뜻으로 쓴 말이지요.

물론 이러저러한 말을 생략한 것은 단순한 문장이 갖는 힘을 기대한 측면도 있고... 뿐만 아니라 당시까지만 해도 민족주의는 막연하게 그저 '선'이라고 여겨졌던 측면에 대한 강력한 제동으로서의 이슈 파이팅이라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말씀처럼 중간에 끼여 있는 2,3부는 저로서도 못마땅한 부분이었지만...

이번에 소나무에서 나온 임지현 선배의 책, <적대적 공범자들> 또한 비슷한 맥락의 구체적 현상들을 지적하는 시론들의 모음입니다. 일독까지는 아니지만 한번 서점에서 훑어 보시고 판단해 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삼인과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필자의 책들과 크게 다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두...

암튼 민족주의에 대한 의식 환기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한적으로 뿌듯하고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은아이 2005-02-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a 무슨 책인지 알아보러 가요.

숨은아이 2005-02-0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