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살림지식총서 4
김형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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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 004권으로 2003년 6월 나온 책입니다. 미국에 노예가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때부터 남북전쟁에 이르기까지 노예제를 중심으로 사회 변화 상황을 간략히 훑고, 똑같이 성서에서 그 근거를 찾은 노예제 폐지론과 노예제 찬성론의 대립을 소개했습니다.

100쪽도 안 되는 책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책으로서 한 권의 생명을 타고났다면 그 한 권으로 완결되는 어떤 것이 있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은, 노예제 폐지론과 찬성론의 요지는 명확하게 전달했지만, 전체 분량의 절반을 바친, 노예제를 중심으로 미국 초기 역사를 개관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충’ 넘어갔습니다. ‘1850년의 타협’이니 ‘유혈의 캔사스 사태’니 하는 걸로 당시 미국 정황은 숨 가쁘게 요동친 모양인데, 도대체 1850년의 타협 내용이 무엇이고 유혈의 캔사스 사태는 어찌 된 건지 설명이 없습니다.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만 이야기해라” 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이것저것 건드리다 마는 책은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주제만큼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노예제와 기독교와 미국 역사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짐작대로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신약성서를 주요 근거로 삼고, 찬성론자들은 구약성서를 근거로 삼더군요.

폐지론자들은, 인류는 모두 아담의 자손으로 형제이니 형제를 노예로 삼는 것은 옳지 않으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자유민인 백인처럼 흑인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남을 후린 자가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 수하에 두었든지 그를 반드시 죽일지니라” 하고 나온 데 따라서, 노예사냥을 범죄시합니다.

반면 노예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아브라함도 노예를 거느렸으니 하느님은 노예제도를 용인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레위기에 “네 동족이 빈한하게 되어 네게 몸이 팔리거든 너는 그를 종으로 부리지 말고 품꾼이나 우거하는 자같이 너와 함께 하여 희년까지 너를 섬기게 하라” 하고 7년마다 오는 안식년이 일곱 번 돌아오는 해인 희년에 그 종을 해방하라고 했는데, 이방인에 대해서는 “너의 종은 남녀를 무론하고 너의 사면 이방인 중에서 취할지니 남녀 종은 이런 자 중에서도 살 것이며”라고 한 데다 희년에 풀어주라는 말도 없으니, 이교도인 흑인은 대대손손 노예로 삼아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이들을 노예로 데려온 덕에 이들이 기독교를 믿고 구원받게 되었으니 도리어 노예주들은 선을 베풀었다고도 합니다. 흑인이 기독교를 믿고 형제가 되었으면 이제 이교도가 아니게 되었으니 마땅히 자유롭게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그리고 구약의 하느님은 유목민인 유대민족의 신이니, 이방인의 인권까지 보호하지 않은 게 당연하지요. 그러나 기독교는 유대교가 아닌 것을!

그리고 노예제 찬성론자들은 “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복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는 신약성서 베드로전서의 구절과 “종들은 자기 상전들을 범사에 마땅히 공경할 자로 알지니... 믿는 상전이 있는 자들은 그 상전을 형제라고 경히 여기지 말고 더 잘 섬기게 하라”는 디모데전서의 구절도 근거로 삼았다 합니다. 그런데 이건, 종들에게 현실 생활에 잘 적응하라고 한 말이잖아요! 노예 신분인 이들에게 자기 할 일을 충실히 잘 하라고 한 말이지, 노예를 부리는 자들에게 노예를 부려도 좋다고 한 말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마태복음에서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라고 한 말씀은, 뺨 맞는 사람에게 원수도 사랑하라고 한 말이지, 뺨을 때린 자에게 맘대로 상대편의 뺨을 때려도 좋다고 허락한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쪽이 무조건 선하고, 찬성한 쪽이 무조건 악하지는 않겠지요. 백인 폐지론자들은 산업 발전에 노예제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에 폐지를 주장한 측면도 있고, 또 맘 좋은 주인을 만날 경우 북부의 산업 프롤레타리아보다 더 편하고 자유롭게 노예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링컨도 미국의 여러 주가 연방으로 통일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노예제를 폐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선악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일진대...

흠 하나. 68쪽에 나오는 “아프리카 리베리아”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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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1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와 폐지의 양 축이 선과 악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의 기반을 위해서라는 걸 들춰내는 것이 참 마음 아프군요...

숨은아이 2004-11-1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퀘이커 교도와 초기 감리교회, 침례교회는 도덕심과 신앙을 바탕으로 노예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이권에 따라 교회도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chika 2004-11-1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기억은 안나지만 지금 미국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청교도주의라 들었던 것 같습니다. 9/11 테러 이후에 그들은 악이고 나는 선이라는 선악구분을 짓고 부시가 행하는 하느님의 선을 실천하는 전쟁에 동참하는 것이지요. 성서를 문자로만 해석하는 사람들, 정말 바보아닙니까? ㅡㅡ;

숨은아이 2004-11-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천년 동안 만들어진 성서를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자구 그대로 해석하니 참... ^^;;;
 
인도신화의 계보 살림지식총서 13
류경희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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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9월 27일 써두었던 것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

살림지식총서 013권으로 나온 책입니다. 2003년 6월에 나오기 시작한 살림지식총서는 책세상 문고를 본받아, 오늘날 지식 탐구의 주제로 떠오른 것들을 두루두루 섭렵하되 한 권 한 권 얇고 가벼운 판형, 크기와 비교적 싼 책값(정가 3300원)으로 박리다매를 추구하려 한 모양입니다. 작년 8월 30권 가량 나온 이 시리즈를 처음 보았는데, 001권부터 010권까지 미국에 관한 주제로 도배한 걸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001권이 [미국의 좌파와 우파]  002권 [미국의 정체성: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  003권 [마이너리티의 역사 혹은 자유의 여신상]  004권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005권 [MD 미사일방어체제]  006권 [반미]  007권 [영화로 보는 미국:할리우드 영화의 문화적 의미]  008권 [미국 뒤집어보기]  009권 [미국 문화지도]  010권 [미국 메모랜덤]입니다.

이 중에서 004권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과 011권 [위대한 어머니 여신:사라진 여신들의 역사], 013권 [인도신화의 계보]를 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읽은 게 [인도신화의 계보]입니다.

책세상 우리시대 문고의 첫 책 <한국의 정체성>을 읽고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글쎄, 책이 얇으니 담을 수 있는 내용 역시 얄팍 명료해야 하는 걸까요?

당시 '인도의 문명과 신화'란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강의를 듣는 한편 이 책을 읽으니 인도신화 속, 신의 수만 3억 3000이 넘는다는 복잡한 세계에서 중심 되는 신들의 체계는 잘 정리되었어요. 그러나 소설도 국어 시간에 밑줄 긋고 '복선'이라고 앞뒤에 표시하고 유파 문예사조 등등, 공책에 번호 매겨 짜 맞춰 적으면 재미없어 보이듯이, 넓디넓은 인도신화의 풍요로운 세계를 흥미롭게 안내해주는 느낌은 덜했습니다. 아, 저도 인도신화의 세계가 넓디넓다는 것만 알지, 얼마나 어떻게 넓고 풍요로운지는 아직 잘 모르지요.

'인도의 문명과 신화' 강의를 해주신 선생님께서 이 책의 내용 중 잘못된 것을 몇 가지 지적해 주셨습니다. 18쪽 브라흐마 신상이라고 나온 사진은 쉬바 신의 아들인 까르띠께야 신의 상이랍니다. 브라흐마 신은 거위(혹은 백조)를 탄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사진 속의 조각상은 공작새를 탔어요. 지금은 고쳤을지도 모르겠군요.

힌두 문명의 특징 중 하나가, 어떤 신상이든지 그 신상을 표현하기 위한 규정(어느 신은 손에 어떤 무기를 들어야 하고, 어떤 짐승을 타야 하며, 얼굴이 몇 개로 표현되고 등등)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또 신화 속의 여러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나 벽화, 조각이 인도 전역의 힌두 사원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는 거래요. 그래서 강의 중에도 어떤 신에 대한 설명을 2시간 듣고 나서는 30분 동안은 바로 그날 강의 들은 내용을 표현한 인도 현지의 그림이나 조각상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며 확인했답니다.

41쪽 비슈누 신의 10대 화신(아바따르)을 열거하면서 물고기 마쯔야, 거북이 꾸르마, 멧돼지 바라하, 반인 반사자 나라싱하(책에는 '나라심하'라 나오는데 나라싱하가 맞답니다), 도끼 든 빠라슈라마, 전설적인 영웅인 라마(책에는 '람'이라 나오는데 현대 힌두어로는 '람'이라 발음하지만 고대어로는 '라마'라고 한대요)와 끄리슈나, 불교 창시자인 붓다와 함께 발라라마를 화신의 하나로 들었는데, 발라라마도 비슈누 신의 머리카락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긴 하지만, 끄리슈나와 동시대 인물이고, 또 10대 화신이라 하면 세 걸음에 온 우주를 걷는 난쟁이 바마나를 꼽는다구요.

그리고 42쪽에 람의 조각상이라고 실은 사진도 쉬바 신의 상이랍니다. 조각상 발치에 있는 황소 아난따 조각을 보면 알 수 있다구요. 라마는 비슈누의 화신이기 때문에 쉬바 신이 타고 다니는 황소상이랑 같이 조각될 리 없대요. 이 조각상은 또 손에 파괴 에너지를 표현하는 불꽃을 들고 있군요. 불꽃도 쉬바 신이 손에 드는 것입니다.

51쪽에 나오는 끄리슈나의 외삼촌 깐사도 '깡사(Kansa : n 아래 점이 하나 찍혀 있습니다)'로 읽어야 하고, 52쪽의 고버르단 산도 '고바르다나(Govardhana)' 산, 브라즈 마을도 브라자(vraja : 맨 끝의 a 위에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삐치는 부호가 있습니다) 마을이라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책에 언급해 놓고 그게 무언지 설명을 안 해줘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79쪽에 가네샤 신이 무한한 지고의 기쁨인 자유를 의미하는 '스위트'란 것을 들고 있다던데, 스위트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83쪽에 강가 여신을 설명했는데, 강가(Ganga)란 우리가 흔히 영어 이름으로 갠지스(Ganges)라 알고 있는 바로 그 강이란 것도 언급했으면 좋았으리라 봅니다. 그 정도는 사람들이 다 알리라 생각했나?

그리고 같은 쪽에 '야크샤는 특히 꾸베라 신과 연관되는 일종의 난장이 또는 요정'이라 해놓고 그러면 꾸베라 신은 어떤 신인지 일언반구도 없네요. 꾸베라(Kubera) 신은 도적의 신인데, 이 꾸베라 신이 바로 야크샤라는 존재들의 대표 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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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4-11-1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은데.. 책이 영 엉성한 모양이군요

숨은아이 2004-11-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들은 흥미로운데, 그리 치밀하지 않네요. 좀만 더 잘 만들지...

딸기 2004-11-1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인도미술에 대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만해도 국내에 책이 안 나와있어서 쿠마라스와미하고 하인리히 침머 책을 영어책 복사해서 봤었어요. 나중에 국내에서도 출간됐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인도에 대한 책들을 좀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영 안 읽게 되네요.

숨은아이 2004-11-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시점에 유난히 땡기고 안 땡기고 하는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한길사에서 나온 아트 앤 아이디어 시리즈 "인도미술"을 한 절반쯤 읽고는 일에 밀려 손놓았다가 몇 달째 묵히는 중... 쩝.

2006-02-2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6-02-2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안녕하세요? 오래 전에 들었던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집에 가서 강의안을 찾아보고, 추천해주신 책이 있었다면 다시 댓글로 달겠습니다.

서남교 2009-03-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쿠베라신은 재보의 신으로 보통 알려지고 있는데, 불교의 북방 다문천왕이 바로 쿠베라입니다. 야크샤는 약사 혹은 야차로 알려져 있는데, 남자형은 좀 나쁜 귀신형이고 여자형이 나무요정 정도 되는데 풍요로운 결실을 이야기 하는 하급신이라고 하겠습니다.
 

공무원노조 탄압을 멈추라 !!! 2004/11/08 21:00

 

공무원이 노조를 만들었다.

 

욕하는 사람도 많을 게다.

철밥통이 무슨 노조냐고, 뭘 잘하는 게 있냐고 말이다.

 

난, 앞의 것과 같은 비난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뒤의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할말이 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스스로 길들여져 왔다.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과,

억울하면 소송을 해서 이기라는 말과,

이미 시작한 일이니 되돌릴 수 없다는 말과,

자기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한다는 말....

 

도대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일로 서울 강서구청 담당 직원(6급)과 싸웠다.

대법원 판결을 들이밀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자기들은 행정기관이므로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를 뿐이란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이며 행정기관이 꼭 따를 필요가 없단다.

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이 들어오면 검찰의 소송지휘에 따를 뿐이란다.

거기다 꼭 덧붙이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곤란해진다고 한다.

 

결국 2개월이 지나서야 그 서류는 다른 행정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졌다.

이해당사자라며 내 주장을 받아준 행정기관을 상대로 누군가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년이 넘는 소송에 대해 결국 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 그 공무원을 생각하니 화가 날 수밖에.

 

도대체 당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냐고.

이게 옳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도 못하는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국가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어거지로 안되는 것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근거를 명백히 밝혔지 않냐고.

전문성이 없으면 전문가한테 물어보기라도 해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당신이 그렇게 믿는 중앙정부가 잘못했는데 또 그럴 거냐고.

중앙정부 따르던 당신도 결국 잘못한 것인데 지금 기분은 어떠냐고.

 

참  !!

기분 더 나빠질까봐  화가 나긴 했어도 직접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 

속으로 우라질 ~~ 우라질 ~~ 또 우라질 ~~~ 만 했을 뿐이다.

 

불친절 뭐 그런 것 다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절말로 이해 안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말이다. 

"우리도 문제라는 것 아닌데,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왜 알면서 고치려고 하지 않느냐 이 말이다.

 

예를 들어, 연말이면 보도블럭 다 뒤짚는 일이

예산제도과 평가제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아는 당신들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느냐 이 말이다. 

 

난, 이런 이유로 공무원에게 할 말이 많다.

 

그렇지만, 공무원이 노조를 만드는 것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1. 노조 만들기는 기본권이므로 막아서는 안된다.

2. 노조를 통해 국민들과 의사소통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다.

3. 공무원 사회의 부정부패를 견제할 장치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4. 노조 활동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5.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열릴 수 있다.

 

첫번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이하 이유들대로만 됐으면 하는 바램은 가져볼만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무원 노조의 요구는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이며,

교원에 대해 했던 것처럼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공무원도 노동자니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노동관계법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법 논리적으로 너무나 상식적이기에 나무랄 것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만을 위한 정부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극히 정당한 주장에는 귀기울이는 정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

 

참여하려해도 참여할 수 없는 참여정부와 열려고해도 열리지 않는 열린우리당.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

귀기울이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하겠다는데 막고 닫지는 말아야 할 게 아닌가 ?

총선 결과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나같은 사람의 기대마저 영영 저버릴 텐가 ?


   마주보며말하기 2004/11/09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이번에 민주노동당과 공무원 노조가 발의한 법과 똑같은 안이 88년에 이미 발의된 바 있고, 그 대표 발의자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은 당시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일반법 추진이 아닌 수정안이 통과되자 이에 반대토론자로 나서기까지 했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평했다.

단 의원은 "15년전에 만들어졌어야 할 법안이 오늘 정부의 탄압속에서 좌절되고 있다"며 "역사가 후퇴를 해도 이렇게 후퇴할 수 있나. 그 당시의 요구도 지금과 똑같았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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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1-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들면 되지 왜 이렇게 시끄럽나

깍두기 2004-11-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는 것은 무사안일에 뇌물까지 날름 받아먹는 공무원 =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공무원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죠. 사실 노조를 만들려는 공무원은 저런 부정부패를 내부적으로 척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20년전 전교조도 출범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 저런 시각에서 욕을 많이 먹었죠.

거기다 요즘은 절박하게 살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서 살만한 사람들이 더 가지려 한다는 생각으로 곱지 않게 노려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래저래 민중이 민중을 적으로 삼는 이 모순은 극복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chika 2004-11-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네요. 저도 공무원들에게 무시당해본 사람으로서(ㅡㅡ;) 기분은 좀 그렇지만 노조를 만든다는데 욕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숨은아이 2004-11-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 공무원노조는 이미 만들어졌죠. 그런데 정부가 단체행동권을 인정 안 한답니다. :-)

깍두기님 : 사람들의 피해의식이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고, 다른 사람마저 똑같이 당하도록 하는 쪽으로 가니, 참... 왜 노조를 만들면 무조건 "더 가지려는 것"이라고 볼까요? 남의 권리를 막는 건 곧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인데...

치카님 : 공무원뿐 아니라 한국통신, 은행 등... 마음에 안 드는 경우야 많지요. 그런데 깍두기님 말씀대로, 그런 무사안일 복지부동 부정부패 관료주의를 고치려는 사람들이 노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잖아요. 그리구 11월 총파업은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개악입법에 항의하고자 하는 거니까요...

릴케 현상 2004-11-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이미 만들어졌군요. 저는 공인을 못 받았으니 만들었다고 생각 안했죠^^

릴케 현상 2004-11-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노조의 선의에 대해서는 모르겠어요. 언젠 본 적이 있어야지-_- 그냥 이익집단이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죠(사용자들이 워낙 세니까)

숨은아이 2004-11-0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당 하는 분들이 요식업협회를 만들 권리가 있고, 기업 경영자들이 전경련을 만들 권리가 있듯이,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명한 산책님, 생전 노조란 게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억울한 일 생기면 노조를 찾아간답니다.

릴케 현상 2004-11-0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든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지요

balmas 2004-11-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퍼갈게요. 감사^^

숨은아이 2004-11-1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엡. :-)
 

동물원에 가족들과 함께 가고, 그렇게 해서 특히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는 그럴 듯한 말은,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며, 폭력이며, 죄악을 감추고 싶은 인간이 만든 속임말일 뿐이다.

 

갇힌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동물에 대한 사랑일까 ? 그게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것일까 ? 동물원 대신 자기가 살던 곳에서 뛰노는 동물을 볼 수 있고, 그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아이...그런 아이.....그런 아이를 위해서라도 동물원을 없애자.

 

아래 글은, 박노자가 쓴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한겨레 신문사)에서 발췌했다.

 

 

 

동물원, 무죄의 종신형

(생략)

 

이국적 동물포획과 식민지 지배

(생략)  어른들의 눈요기나 신기한 동물에다 손가락질하는 아이들의 쾌락을 위해서 아프리카·아시아·남미의 다습하고 따스한 고향 오지에서 춥고 건조한 유럽으로 강제로 옮겨진 동물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밀림·초원에서 몇십 제곱킬로미터를 활동공간으로 삼는 코끼리나 사자가 몇십 미터도 안 되는 우리 안에서 평생 지내야 하고, 온갖 화학 약물이 다 들어 있는 먹이를 먹고, 어른들과 끝없이 귀찮게 하는 어린이들의 무리를 대하는 것은, 과연 작은 스트레스일까?

기린이나 사자, 고릴라의 피곤하고 생기없는 행동에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기후·음식에의 적응 실패 등으로 말미암은 일종의 신경병마저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독일 청소년들의 견학 모습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고릴라나 침팬지에게 주먹질하거나 위협하고 놀라게 하는 행동을 하며 즐거워했다. 주위의 어른들도 무관심한 동물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자녀들과 함께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데 거기다 괴롭히기까지 하는 그들이 차라리 며칠이라도 ‘바꿔서’ 그 우리 생활을 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부모들이 아이를 거의 의무적이다시피 데려가는 동물원의 기원과 문화사적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해서 군주·귀족들이 언제나 신기하고 이국적인 동물들을 일종의 ‘위신재’(위신을 나타내는 물품)로 삼아 과시적으로 기르곤 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에 유럽 열강과 일본이 앞을 다투어 설치한 현대적 동물원들은, 과거 왕실들의 이국 동물 ‘컬렉션’과 질적으로 달랐다. 첫째, 전세계와 무역을 해서 자본 축적을 이루어낸, 그리고 세계의 ‘주변부’로 전락한 비(非)구미 지역을 식민지 통치하는 ‘열강’들은, 무엇보다 전 지구의 일체 주요 종류들을 체계적으로 수집·전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럽 제국주의가 ‘세계성’을 과시했듯이, 그 상징인 동물원도 빠짐없이 ‘일체의 주요 종류’를 만천하에 보여주어야 했다. 세계 침략자다운 그 허영심의 대가는, 말할 것도 없이 낯선 유럽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가 외롭게 일찍 숨진 무수한 열대·아열대 동물들의 목숨이었다.

둘째, 동물원은 ‘과학적인’ 동물학의 중심지가 되어야 되며, 동물학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과학적인 현대 무기로 지구를 정복한 제국주의자들은, 무소불위의 ‘과학적 지식’이 자신들의 전유물이자 뒷받침이라는 것을 과시하기에 바빴다. 셋째, 현대식 동물원의 대중성은, 일반인 관람객들이 이국적 동물들의 포획·운송·사육을 가능케 한 제국주의적 국가와 그 ‘과학’의 위력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일반인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국적인 동물의 포획의 배경인 세계 ‘주변부’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당연시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주변부’ 민족들의 문화에 대한 ‘과학적인’ 파악을 통해서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상징했던 ‘민속학’/‘세계 민족’ 박물관과 함께, ‘주변부’ 동물에 대한 ‘과학적 파악’을 의미했던 동물원은 제국주의 시대의 핵심 기관이었다. 동물원이 ‘국위 선양’을 의미했던 제국주의 황금시대, 19세기보다 덜하지만, 베를린 동물원을 찾은 독일 학생들과 아이들이 아프리카·아시아 동물들을 독일의 하늘 아래로 운송시킨 독일 국가의 위력이 어느 정도 큰지를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노르웨이 동물원, 감옥형 탈피했지만…


사진/ 동물원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한 단체의 포스터(위)와 동물원을 비판·감시하는 단체의 홈페이지(아래)


‘생물학 교육의 기능’을 존재의 이유로 내거는 동물원은, 사실상 제국주의의 전통대로 의식·무의식적으로 ‘민족적/국가적 긍지’를 습득시키는 기관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숨겨진 기능’이 없었다면, 요즘과 같은 환경의식 고조의 시대, 녹색당이 집권여당이 된 독일에서 동물원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식의 ‘동물 감옥’이 국고 보조금을 과연 계속 받을 수 있었을까?


‘생물학 교육의 기능’을 존재의 이유로 내거는 동물원은, 사실상 제국주의의 전통대로 의식·무의식적으로 ‘민족적/국가적 긍지’를 습득시키는 기관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숨겨진 기능’이 없었다면, 요즘과 같은 환경의식 고조의 시대, 녹색당이 집권여당이 된 독일에서 동물원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식의 ‘동물 감옥’이 국고 보조금을 과연 계속 받을 수 있었을까?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주요 국가’(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들은, ‘국위의 상징’인 대형 동물원을 이미 18∼19세기에 설치했다. 그러나 당시 유럽의 ‘변두리’에 위치한, 그리고 1905년이 되어야 독립을 얻은 노르웨이는, 1960년대까지 대형 동물원 설치를 꿈도 꾸지 않았다. 내세울 만한 ‘국위’, 제국주의적 대국 의식’이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생기기 시작한 노르웨이 동물원들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가 석유 산유국이 되어 ‘오일달러’의 유입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상당히 대형화됐다. 그중에서도 관람객이 가장 많은 노르웨이 남부 크리스티안산(Kristiansand)시의 동물원은 그 면적이 매우 넓고 동물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1970∼80년대의 ‘동물원의 붐’은, 기본적으로 부유해지고 여유가 많아진 노르웨이 도심사회의 휴식/오락 욕구와 관련된 현상이었다. 게다가 노르웨이의 동물원들은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을 의식하여, 기존의 ‘감옥형’ 동물원들을 모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은 비판자들의 의견을 부분적으로 수렴해, 동물 우리를 아예 짓지 않고 반대로 관람객이 다니는 오솔길만을 담 등의 시설물로 보호했을 뿐이다. 잡혀와 고통받는 동물에게 자연 그대로의 활동공간을 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가능한 한 고통을 줄이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발상이다.

최근에 단순한 동물원이라기보다는 종합오락공원의 면모를 띤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동물 그 자체라기보다는 갖가지 연극과 게임, 실내 수영장과 디즈니랜드를 방불케 하는 최첨단 오락시설 등이다. 텔레비전·비디오·인터넷 등으로 희귀한 열대동물을 원할 때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세상에서, 동물 전시의 오락적인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다행이 아닌가 싶다. 미래에 언젠가 동물원들이 동물들의 고통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을 믿고 싶다.

인간의 야만성에 관한 불멸의 증거

그러나 크리스티안산 동물원과 같은 선진형 동물원에서도 무죄의 종신형 죄수, 동물들의 고통은 마찬가지이다. 잡혀온 동물 대부분은 각자가 한 동물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동물 가족을 지켜보며 흐뭇해하면서도, 동물 포획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는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으로 운송될 때에도 동물들은 약물주사를 맞곤 한다고 한다. 활동면적이 아무리 넓다 해도, 밀림이나 초원의 정신적, 활동적 자유와 비교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체(주식회사)인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은, 원숭이와 낙타 등이 낳은 2세들을 외국 동물원에 팔아 이윤을 좀더 많이 남기려 한다. 그러나 팔리지도 않고 전시되지도 못하는 2세들을 약물주사로 죽이는 것도 다반사다. 결론적으로, 크리스티안산 동물원과 같은 최신식 동물원들이 아무리 모범적인 시설이라 해도, 그 역시 기존 동물원들의 부정적인 관습들의 상당부분이 그대로 지속되는, ‘고급 감옥’일 뿐이다. 그리고 설령 약물주사나 임의적 죽임 등을 비롯한 부정적인 관습들이 없어진다 해도,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동물들의 자유에 대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박탈 그 자체는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는가? 인간이라는 동물이 더 강하고 똑똑하다 해서 더 약한 동물에게 죄를 저지를 권리는 없다. 봉건시대의 군주·귀족들의 과시적 사치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제국주의적 ‘과학성’의 상징, 동물원의 지속적 존재는 인간의 야만성의 불멸을 증명해줄 뿐이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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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흘째 올리고 고치고 지우고... 왜 글이 저리 겹쳐서 올라가냐구... 포기하고 그냥 올릴란다. ㅠ.ㅠ

물만두 2004-11-0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찬성입니다!!!

chika 2004-11-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은 서재지기들의 인내력을 시험해보는가봐요. ㅡㅡ;;



그리고요 우연히 TV보다가 미애와 루이의 아프리카여행을 봤어요. 동물들에 관한 프로그램인데 조카애가 엄청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어서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것은 그들처럼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는거겠지요? 엄청 부러웠답니다. ^^;

숨은아이 2004-11-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저도 찬성이에요. ^^

치카님 : 왜 일주일이 넘어도 오류가 나올까요. --; / 그런데 정작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는 평생 사자 한 번 본 적 없는 이도 있다지요. 제가 여태 제주도 한 번 못 가본 것처럼. ^^

어룸 2004-11-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하셨나요? --a 전 수정하니까 겹치더라구요...그래서 본문만 복사해놓고 저렇게 겹치면 다시 수정모드로 들어가서 싹지우고 본문만 다시 붙여넣기하고 있사와요...TㅂT(용을 쓰고 있는거죠^^;;;;;)
(어쨋거나 본론으로 돌아가서^^a) 저도 동물원 참 싫어요...흑흑...ㅠ.ㅠ

숨은아이 2004-11-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엔 수정해서 겹쳤는데요... 이 글은 수정 안 해도 저렇게 나와요. 흑흑...

숨은아이 2004-11-0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투풀님 말씀대로 해서 고쳤어요. 고맙습니다!

chika 2004-11-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류를 수정하다니, 멋집니다!! ^^

그리고요, 사자 안보고 살아도 되지요, 머~ (엥~ 근데 제주도는 말이지요, ^^;;;;;;;;;)

숨은아이 2004-11-0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주도 가고 싶다구요. ㅠ.ㅠ

숨은아이 2004-1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그림이 추워 보여서 바꿨어요. 나무 그림자 사진으로. ^^
 

청각장애인 노동자를 만나다2004/11/04 15:51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사람들이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 자기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서일 게다.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그는 모를 게다. 

 

작년에도, 올해도 받아야 할 임금의 절반도 못받았단다.

 

그는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자기 말을 계속했고, 나는 이면지에 글을 써서 그에게 보여 주었다.

 

대표이사는 에쿠스를 몰고 다니면서, 대여섯명 정도 되는 노동자의 임금은 제때 주지 않았단다. 그러고도 별로 해결할 노력도 보여주지 않은 모양이다.

 

회사 재산이 없는 경우를 예로 들어 그에게 때에 따라서는 전액을 다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개인회사가 아니라 법인체인 경우, 대표이사의 개인 재산에 대해서까지 책임이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개인회사처럼 운영하면서도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고, 그럴 경우 법인격 남용이라는 주장과 입증으로 개인 재산까지 책임을 확장해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므로, 따라서, 회사 재산이 없으면 밀린 임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개인회사라고 하더라도 개인재산의 명의를 타인으로 변경해 두는 경우도 많아 어려운 점이 많다. 그걸 원상태로 돌리려면, 사해행위 취소 소송도 해야 하고, 강제집행을 피할 의도를 찾아내어 형사처벌 요구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긴 시간 동안 맘대로 휘갈긴 내 글씨를 잘 알아 보는 그와 나의 대화는, 20여장 종이만을 흔적으로 남기고 끝났다.

 

경험으로 보면, 사용자들은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거래처에서 대금 결제를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노동자가 제때 임금을 달라고 하면 어찌 네가 감히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거나, 기껏 일 시켜주었더니 배은망덕하다거나 하는 말도 곧잘 하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심하다(미국 등 영어권 노동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는 임금이 곧 유일한 생활 기반이다. 그 임금은 병원비도 될 수 있고, 등록금도 될 수 있고, 당장 일용할 식량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것이 왜 큰 문제가 아닐까 ?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 관념적으로 전제하는 민법체계에서야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채무관계를 직접적인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민법과 노동법은 그 존재 의의 자체가 다르다. 경제적 사회적 예속관계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좋게 말해 보호법이지, 법 자체가 강자를 위해 태어난 것이기에 노동법 역시 강자의 최대 양보치를 정한 법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게다)에서는 임금을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용자의 배째라는 소리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도 회사를 운영할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서 노동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동자들도 주는 대로 받고 무조건 기다리지 말고, 그 이유와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정부는 밀린 임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늘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그 지급 요건도 완화해야 하겠다. 또한 법인을 개인 회사처럼 이용하고, 개인 재산도 다 빼돌리는 파렴치한 짓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여, 엄벌을 해야 하겠다.

 

이랬으면 좋겠고, 저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현실적으로는 너무 어려우니, 답답할 때가 많다.

 

더군다나 어제 온 그는 입을 통해 나오는 말에 실린 타인의 감정을 완전히 읽을 수 없으니,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많이 들지만, 모쪼록 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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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얘기해보죠. :)

릴케 현상 2004-11-0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노동 문제 상담해 주는가요?

숨은아이 2004-11-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옆지기가 노무사입니다. 노동법에 관한 일을 대리하는 직업이죠.

릴케 현상 2004-11-0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생 때 그 시험을 볼 마음을 먹은 적이 있어요^^ 마음

숨은아이 2004-11-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아시는군요. 쉽지 않은 시험이라더군요.

balmas 2004-11-0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쯧쯧 ...

"노동자는 임금이 곧 유일한 생활 기반이다"는 말이 가슴에 와 콱 박히는군요.

숨은아이 2004-11-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의 시간과 힘을 사용해놓고 그 월급은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니, 어이가 없고... 슬픕니다. 코엑스 같은 데서 대형 이벤트 많이 하잖아요? 그런 데서 아르바이트 모집해 행사 기간 내내 부려먹고는, 행사 끝나면 보수 안 주고 행적을 감춰버리는 이벤트 업체도 많대요. ㅠ.ㅠ

릴케 현상 2004-11-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회사를 한달 쉬었더니 딱 월급만큼의 카드빚이 쌓이더군요-_-월급이 넘 적었어

숨은아이 2004-11-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