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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 우크라이나 민화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에우게니 M.라쵸프 그림, 배은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전에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한국 설화의 재발견"이란 강좌를 들을 적에, 옛이야기와 그림책을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지 공부하시는 분이 강의를 하며 좋은 예로써 추천하신 책입니다. 이번에 이 책을 서재지인께 선물하게 되어, 책을 싸기 전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었어요. 그동안 알라딘의 서재 쥔장들께서 쓰시는 어린이책 리뷰를 보고는, 감히 나 같은 것은 쓸만한 독후감을 내지 못하리라 여겨, 특히 그림책 독후감은 쓰지 못했답니다(역시 어린이책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구나 싶어요). 멋모를 때 올렸던 "우리 몸의 구멍" 독후감 빼고는. ^^; 하지만 책을 떠나 보내는 마당이라, 한때는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었음을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씁니다.
민화, 곧 옛이야기 중에 그림책으로 표현하기 좋은 것으로, 말이 같은 박자로 되풀이, 증폭되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들이 꼽힙니다.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께 들은 이야긴데, 특히 5-7세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답니다(꼭 그 나이에만 그렇다는 게 아니고, 이 선생님의 경험상 대체로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이 책이 그런 이야긴데, 읽다 보니 "먹보 쥐와 폴짝폴짝 개구리와 빠른 발 여우와..."가 되풀이될 때마다 질세라 큰소리로 앞서 외치는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옛이야기라니 언젯적에 만들어져서 내려왔는지 모르겠으나, 사람이 떨어뜨린 장갑 하나가 그리도 많은 걸 껴안을 수 있다니,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물론 옛이야기니까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거지요. ^^ 하지만 사람이 숲에 떨어뜨린 것은 모두 숲을 해치는 게 아닌가 싶은 때에,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의심 많은 제 마음을 쓸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