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골수) 기증수술 경험담 - 수술 전날 2004/09/20 17:50

 

드디어 2박 3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병실로 들어가니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슬리퍼부터, 냉장고 가득 과일, 음료, 과자에, 식사까지.

 

샤워실도 따로 그리고 환자와 가족만 있을 수 있는.....

오...호...라 ~~~~~~

이게 1인실이구나.

 

각시가 그 전에 병원에 며칠 있게 되었을 때,

병실에 환자 숫자가 적을수록 좋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내가 정말 1인실에 들어왔단 말인가 ?

(간호사 말로는 DJ도 몸이 안좋을 때 이 병동 1인실에 있었단다)

 

빠르면 다음날 새벽에 바로 수술에 들어갈지도 모르니까,

첫날 저녁부터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는 것은 섭섭했다.

물론, 그런 섭섭함도 호강에 겨운 소리일 게다.

나 같은 사람이 언제 1인실에 감히 들어올 수나 있을까 생각하면 말이다.

 

다음날 수술을 위해 간호사와 의사가 몇번 드나들었다.

 

검사를 위해 드나든 의사와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는 같은 질문을 했다.

 

아는 분이세요 ?

아니요.

좋은 일 하시는군요.

 

흠.....

그때 난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헌혈도 안하신다면서요 ?

헌혈하면 온갖 부작용이 많은 걸 의사는 알기 때문이라던데요.

혹시 이번 수술도.....어쩌고....

 

그럴 리야 있겠는가만은, 나도 참 엉뚱하기는 해.

 

아무튼, 검사용으로 피도 뽑를 다시 한번 뽑았다.  

항생제를 맞아야 하니까 항생제 반응 검사를 위한 주사도 맞았다. 

근데, 다른 주사는 별론데 이건 좀 따끔하다. 눈물 찔끔...

찌를 때 아픈 게 아니라, 주사액이 들어가서 피부를 따끔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죽을 정도 ? 천만에. 따끔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하지만, 주사 맞기 싫어하는 나는 코디에게 눈을 흘겼다

왜 아픈 주사가 있다고 미리 말해 주지 않았어요 ?

그러나, 그 따끔함은 십분 정도를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관장을 했다. 왜 하는지는 몰르지만 아무튼 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도 모르겠네. 대체 왜 한 걸까 ?)

 

다음으로 영양제 주사를 손등에 꽂았다.

여기서 참 신기한 걸 발견했다. 

글쎄, 주사바늘이 쇠바늘이 아니라는 거다.

꽂을 때 보지를 못했지만,

나중에 물어 보니 연한 고무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

몸이 움직일 때 혈관이 따라 움직이면 주사바늘도 같이 움직인단다.

햐 ~ 그렇구나.

 

영양제 주사바늘이 얼마나 큰지 아는 사람은 알 거다.

한 두시간 꽂혀 있을 때 그 이상한 느낌도 말이다.

그렇지만, 주사바늘이 다르니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그리고, 그 주사바늘을 통해 마취액도 들어가고, 

항생제도 들어가고, 영양제도 들어가니 더 이상 주사 맞을 일은 없었다.

나처럼 주사맞기 싫어 하는 사람한테는 참 좋았다.

 

(다른 데도 다 그러는지 모른다. 하여간, 내 경험일 뿐이니까)

 

편하게 지내야 좋을 걸 뽑을 수 있다고 코디는 말했고,  

어쨌든 좋은 일 한다는데 이 정도 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좋은 병실 비용도 모두 환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좋아라 할 수만도 없을 텐데.

 

(그러나, 왜 나를 그 좋은 1인실에 집어넣었는지는,

그 진짜 이유는 수술이 끝나고 나면 자연히 알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내 《화려한》 1인실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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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9-2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가을산님이나 마태우스님이 잘 설명해줄 수 있을텐데, 하여간 관장하는 이유는 마취로 인해 수술하는 동안 장운동이 정지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그 안에 있는 걸 싸악~ 빼놓는 거죠.

숨은아이 2004-09-2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상상해버렸다.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

지금까지 두 책을 비교하느라,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란 이야기 자체에 대한 말을 못 했네요. 이 책의 아름다움은 이미 많은 분이 써주셨으니 굳이 덧붙여 말하지 않겠습니다. 열두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는 두더지(모울)가 스산한 겨울날 들판을 헤매다 자신의 옛집 냄새를 맡고, 물쥐(워터 래트)의 격려를 받으며 함께 집을 찾아가는 부분, 그 부분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두더지는 친구와 모험과 햇빛 아래 세상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집 역시 사랑하지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넓히지요. 현명하고 너그러운 물쥐는 친구를 믿고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요.

그런데 문득문득 책의 내용이 참으로 교훈적이다, 의도적으로 교훈을 숨겨두었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눈이 멀어가는 아들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두더지(두더지는 시력이 아주 나쁘죠! 원래 땅 속에 살고요)를 햇빛 아래로 끌어내고, 말썽쟁이 두꺼비의 버릇을 고치고... 원래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지은 이야기라니, 그럴 수밖에 없을까요.

또 주인공들의 생활이 너무 영국인 같아요. 두더지, 물쥐, 오소리, 두꺼비가 자연 속에서 먹을 것을 얻지 않고,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햄이니 빵이니 포도주니 하는 걸 먹고살지요. 영국 작가라고는 톨킨, 애거서 크리스티, 롤링 정도밖에 모르는데(--;), 이에 케네스 그레이엄도 더해서, 이들 작가가 다 은근히 보수적이에요. 차별적인 신분 질서, 외국인에 대한 경원, 숲에 대한 공포... 이 책에선 ‘토끼’들을 우둔하고 이기적인 동물들로 묘사하는군요. 주변부에 살짝 등장하는데, 토끼 하면 약하고 수도 많은.... 우리 보통 사람들 같지 않은가요. [반지의 제왕]에서 “하급 인간들”을 노골적으로 멸시하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하녀는 (매편에 항상 등장하지만) 늘 주변인일 뿐이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동쪽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항상 드러나지요. 또 집요정에 대한 착취에 분노한 헤르미온느는 잠시 치기를 부렸을 뿐이고...

음... 이들 작품에 비하면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훨씬 개방적이군요! 교훈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었고. 번역이 좀더 좋았다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새로 검색해보니, 맑은창이란 출판사에서 또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냈더군요! 으... 심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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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9-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을 웅진책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요즘 쏟아지는 명작동화들의 출판사별로 분류되어 있는것을 대할때면 사실 어느책을 사야할지 무척 고심중입니다..
그래서 자꾸만 개인적인 취향대로 책을 고르게 되는데요..(전 주로 웅진책을 잡게 됩니다..
소공녀를 웅진책으로 구입해서 읽다보니 자꾸 웅진쪽으로 눈이 가지더군요..ㅡ.ㅡ;;)
그래도 타출판사의 책은 또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사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ㅠ.ㅠ
중에 제일 나은 것을 골라보자라는 욕심이 앞서지만....가만히 님의 긴 리뷰를 읽고 있다보니 모든 책들이 다 장,단점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떤 책이 더 낫다고도 할수 없고..더 빠진다고 할수 없고..ㅡ.ㅡ;;
님처럼 여러 출판사 책을 두루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헌데...언제 그책들을 하나 하나 다 사서 읽게 될지?...ㅠ.ㅠ

리뷰 잘 읽고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책읽는나무 2004-09-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하려니 어느것에 해야될지 몰라서 전 마지막편에 추천을 누릅니다..^^

아영엄마 2004-09-2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렇게 꼼꼼히 비교해 보기도 힘들텐데...존경!! 저 역시 아무래도 애용(?)하는 출판사의 책쪽으로 끌리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시공주니어쪽으로다가 구입을... 저도 추천~ 하고 갑니다..

호랑녀 2004-09-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역판이 요즘 곳곳에서 나오더군요. 시공주니어, 웅진, 대교, 비룡소...
저는 개인적으로 시공주니어의 편집을 좋아했습니다. 앞에 사진도 있고, 삽화도 깔끔하고 해서요.
그런데 이제 꼼꼼하게 비교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유용한 페이퍼였습니다.
이주의 페이퍼상 이런 거 없나? ^^

숨은아이 2004-09-2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 웅진에서 책이 늦게 나온 만큼, 좀더 잘 만들어낼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어요. 추천 고맙습니다. ^^
아영엄마님 : 알라딘의 뉴스레터 때문이라구요. 비교해 볼 것을 충동질당해서는... T_T 추천 고맙습니다.
호랑녀님 : 칭찬 고맙습니다. 근데 이거 페이퍼 아니고 리뷰여요. ㅋㅋ

내가없는 이 안 2004-09-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숨은아이님, 진짜로 꼼꼼하고 세밀하시군요. 단연 공들인 리븁니다. ^^

숨은아이 2004-09-2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은 모르겠고, 시간은 들였어요. ^^

chika 2004-09-2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달의 페이퍼상에 추천하고 싶다구요~ ^^

숨은아이 2004-09-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치카님...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깍두기 2004-09-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셨겠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추천 꾸욱!!

숨은아이 2004-09-2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길어져서 그건 좀 힘들었어요. 추천 고맙습니다. 꾸벅.

숨은아이 2004-10-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고맙습니다!

릴케 현상 2004-10-0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요

헤니 2004-12-2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어떤걸 사야하나 고민했었는데 ...님 덕문에 해결 되었네요. 추천합니다.

숨은아이 2004-12-2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도 추천해 주셨네. 고맙습니다. 헤니님 반갑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5) 오소리 아저씨의 집 구조를 설명한 부분에서, 웅진 책의 번역을 읽으면 상상이 쉽지 않습니다. 오소리 아저씨의 집을 상상해 보면, 문을 열고 지하로 한참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 끝에 중앙 홀이 있고, 그 홀에서 복도가 사방으로 여럿 뻗어 나가며, 복도 사이사이의 벽에도 문이 여러 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문 중 하나를 열면 따뜻한 부엌이 나옵니다. 또 홀에서 뻗어나간 복도에 들어서면 양편에 문이 여럿 있고, 복도 끝은 또 다른 홀로 이어지며 거기서 다시 복도가 여럿 가지를 칩니다. 마치 미로와 같은 구조지요. 그런데 웅진 책에선 먼저 73쪽에 “중앙 홀이 나타났고, 거기에서부터 터널같이 생긴 긴 복도가 여러 개 뻗어 있었다. 복도마다 신비롭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홀에는 문도 여러 개 있었다. ... 오소리 아저씨가 문 하나를 활짝 열자, 그들은 불을 피운 따뜻하고 밝은 부엌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해놓고(여기까진 문제가 없습니다), 86쪽에는 “식사를 마치고... 오소리 아저씨는... 두더지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복도를 지나니 터널이 나왔다.” 여기서 복도와 터널의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앞에선 “터널같이 생긴 복도”라 하고, 뒤에선 “복도를 지나니 터널이 나왔다”고 하고.

원문은 Crossing the hall, they passed down one of the principal tunnels입니다. 여기서 hall을 ‘복도’로 번역했기에 이런 혼란이 생기는데요. 이 hall은 복도가 아니라 앞에서 central hall(중앙 홀)이라고 한 바로 그 홀일 겁니다. 오소리 아저씨와 두더지는 홀을 가로질러서, 사방으로 뻗은 터널, 곧 복도로 들어선 거지요.

 
6) 오소리 아저씨와 물쥐, 두더지가 말썽을 부리는 두꺼비의 버릇을 고쳐주려고 찾아갔을 때. 이때 오소리 아저씨는 물쥐와 두더지에게, 두꺼비의 운전사 복장을 벗기라고 하는데요.

배저 아저씨는 래트와 모울에게 짧게 명령했다.
“너희들, 어서 저것들을 벗겨.”
토드가 발길질을 해 대고 온갖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토드를 바닥에 누이고 나서야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래트가 토드를 깔고 앉고, 모울이 운전복을 하나하나 벗겨 냈다.
(시공주니어)

오소리 아저씨가 간단히 지시했다.
“자네 둘이 벗겨.”
물쥐와 두더지는 두꺼비를 바닥에 눕히고, 발길질을 하면서 욕을 퍼부었다. 물쥐가 두꺼비 위에 올라타자, 두더지는 하나씩 운전 장비를 벗겼다.
(웅진)

웅진의 번역대로라면, 물쥐와 두더지가 세상에, 친구에게 욕을 퍼부으며 발길질을 했다는 거예요. 시공주니어의 번역대로라면 붙잡힌 두꺼비가 저항하느라 욕하고 발길질했다는 것이고요. 원문을 볼까요.

'Take them off him, then, you two,' ordered the Badger briefly.
They had to lay Toad out on the floor, kicking and calling all sorts of names, before they could get to work properly. Then the Rat sat on him, and the Mole got his motor-clothes off him bit by bit, and they stood him up on his legs again.

여기선 kicking and calling의 주어를 물쥐와 두더지로 보느냐, 두꺼비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군요. 언뜻 보기엔 웅진의 번역이 맞은 것 같지만, 문맥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They had to lay Toad (중략) before they could get to work properly라는 문장은, “그들은 두꺼비를 바닥에 눕혀야 했다 (중략)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물쥐와 두더지는 두꺼비를 바닥에 눕힌 뒤에야 제대로 두꺼비의 운전 장비를 벗길 수 있었다는 거죠. 왜 그랬겠어요? 두꺼비가 kicking and calling... 곧 발로 차고 욕하며 반항했기 때문이겠죠.(아니면 어떡하지. --;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거예요.)

가시나무님께서 이런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 문장은 <그들은 제대로 일을 하기 전에 토드를 발로 차고 욕을 하면서 바닥에 눕혀야 했다>로 보아야 합니다.  kicking and calling 부분의 분사가 <때문에>라고 해석되는 경우가 있지만, 여기서는 아닙니다. kicking and calling의 주체를 They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래트가 토드의 위에 올라타고 몰이 토드의 운전복을 하나씩 벗겼고, 그런 후에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보아야 하죠.

그러니까 웅진 쪽 번역이 옳은 셈이네요. ^^a

7) 두더지와 물쥐가 수달의 아이를 찾으러 밤새 배를 타고 가는 장면.

모울은 조용한 가운데 강물 위로 침착하게 노를 저어 갔다. 곧이어 우묵강이 길게 한쪽으로 퍼져 나가면서 강이 둘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타났다. (시공주니어)

고요한 가운데 두더지는 꾸준히 노를 저었고, 곧 강이 갈라지는 곳에 도착했다. 한쪽으로 역류하는 물줄기가 갈라졌다. (웅진)

둘 다 뭔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아무튼 강이 두 줄기로 갈라졌다는 이야기지요. 원문은 이렇습니다.

In silence Mole rowed steadily, and soon they came to a point where the river divided, a long backwater branching off to one side.

그러니깐 강이 둘로 갈라졌는데, 그 중 한 줄기로 물이 길게 역류해 들어갔다... 이게 뭔 말이지? 아아, 혹시 이것 아닐까요? 두더지와 물쥐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왔잖아요. 상류에서 물줄기가 둘로 갈라졌다면 그 갈라진 두 줄기에서 흘러온 물이 합쳐져 큰 강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선 그게 아니라 갈라진 한 줄기가 큰 강에서 뻗어나간 지류인 거죠. 그래서 큰 강에서 도리어 그 줄기로 물이 흘러가는 거예요. (아닌가?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


8) 감옥을 탈출한 두꺼비가 운하에서 배를 만나는 장면

운하의 모퉁이를 돌자, 말 한 마리가 홀로 터벅터벅 걸어와서는 고민거리가 있다는 듯이 목을 구부렸다. 말의 어깨띠에는 긴 밧줄이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말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밧줄이 물에 잠겼다. 마구의 다른 부분에서는 진주 같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시공주니어)

운하가 굽이를 도는 곳에서 말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말이 걸음을 옮길 때 목에 매여 있는 긴 줄이 밑으로 늘어졌다. 줄 끝에서 물이 뚝뚝 흘렀다. (웅진)

이게 과연 같은 문장을 번역한 것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웅진 책의 번역으로는, 이 말이 배와 무슨 상관 있는지 모르겠어요. 원문을 보고 판단하시지요.

Round a bend in the canal came plodding a solitary horse, stooping forward as if in anxious thought. From rope traces attached to his collar stretched a long line, taut, but dripping with his stride, the further part of it dripping pearly drops. 

웅진 쪽에서 문장을 과감히 압축, 단순화해버렸네요. 그렇죠?


9) 거의 끝부분, 두더지가 담비 무리를 놀릴 때

“또 권총과 끝이 흰 칼로 무장한 쥐들이 배 여섯 척에 나눠 타고...” (시공주니어)

“권총과 단검으로 무장한 물쥐들이 여섯 척의 배에 나눠 타고...” (웅진)

“끝이 흰 칼”? “끝이 휜 칼”이 아니고?

Six boat-loads of Rats, with pistols and cutlasses, will come up the river...

cutlass는 ‘휘어지고 폭이 넓은’ 단검이라고 합니다. 선원들이 주로 쓰던 거라나요. 왜 해적 나오는 만화에서 본 적 있죠? 그걸 끝이 ‘흰’ 칼로 번역하다니. 뒷부분에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래트는 먼저 저마다 옷에 벨트를 두르게 하고, 그 다음에는 벨트에 칼을 꽂게 하고, 그 다음에는 균형을 맞추어 다른 쪽에 끝이 흰 칼을 꽂게 했다. 그러고 나서 권총 한 쌍, 경찰봉 하나, 수갑 몇 개, 붕대와 반창고 조금, 그리고 물통과 샌드위치 통까지 챙겨 주었다. (시공주니어)

먼저 동물마다 허리띠를 차고, 칼을 꽂은 다음, 양쪽에 몽둥이를 꽂아서 중심을 잡게 했다. 그런 다음 권총 두 자루와 경찰관이 사용하는 곤봉 하나, 수갑 몇 개씩을 챙겨 주었다. 붕대, 반창고, 물병과 샌드위치 통까지 준비했다. (웅진)

여기서, 시공주니어 책에 따르면 허리띠 양쪽에 칼을 차서 중심을 잡았고, 웅진 책에 따르면 칼은 한 자루인데 양쪽에 몽둥이를 꽂아서 중심을 잡았어요. 원문을 보지요.

First, there was a belt to go round each animal, and then a sword to be stuck into each belt, and then a cutlass on the other side to balance it. Then a pair of pistols, a policeman's turcheon, several sets of handcuffs, some bandages and sticking-plaster, and a flask and a sandwich-case.

‘끝이 흰 칼’이란 엉뚱한 표현을 빼면 전체 내용은 시공주니어 쪽이 옳네요.

- 5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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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2006-07-1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y had to lay Toad out on the floor, kicking and calling all sorts of names, before they could get to work properly. Then the Rat sat on him, and the Mole got his motor-clothes off him bit by bit, and they stood him up on his legs again.

 

이 문장은 <그들은 제대로 일을 하기 전에 토드를 발로 차고 욕을 하면서 바닥에 눕혀야 했다>로 보아야 합니다.  kicking and calling 부분의 분사가 <때문에>라고 해석되는 경우가 있지만, 여기서는 아닙니다. kicking and calling의 주체를 They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래트가 토드의 위에 올라타고 몰이 토드의 운전복을 하나씩 벗겼고, 그런 후에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보아야 하죠.

영어 문장은 주어와 술어를 정확하게 찾 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숨은아이 2006-07-1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가시나무님, 지적 고맙습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2. 서로 다른 번역

번역가가 다르면 상황 해석도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로 읽는이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장면은 비슷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영 다른 장면이 몇 군데 나오더라구요. 예를 들면...

1) 처음 두꺼비가 봄을 맞아 집을 나설 때, 강짜를 부리는 토끼를 골려주는 장면

늙수그레한 토끼 한 마리가 산울타리 틈에 대고 소리쳤다.“서라! 내 땅을 지나가려면 6펜스를 내!”
모울은 당장 달려가 밉살스럽고 건방진 그 토끼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러고는 산울타리를 따라 종종걸음을 치면서 웬 소동인가 하고 서둘러 굴 밖으로 고개를 내민 다른 토끼들을 놀려 주었다.
“깨소금 맛이다, 깨소금 맛이야!”
(시공주니어)

“거기 서! 남의 길을 지나가려면 육 펜스를 내야지!”
늙은 토끼였다. 두더지가 산울타리를 끼고 쿵쾅쿵쾅 걷자, 토끼들은 무슨 난리인가 싶어서 굴에서 내다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예의 없이 촐랑대는 두더지 때문에 늙은 토끼는 고꾸라졌다.
“약 오르지! 약 오르지!”
(웅진)

영어 원문도 비교해서 보시죠. (두 책의 번역이 왜 이리 다를까, 어느 쪽이 올바른 번역일까, 궁금증에 부르르 떨다 영어책을 샀어요.) 영어책은 1989년 Aladdin Paperbacks 판입니다. 판권 사항을 보니 처음 이 책에 대한 저작권이 생긴 것(이 책을 발표한 것)은 1908년. 그리고 1933년과 1953년에 다시 책이 나왔나 봐요.(케네스 그레이엄이 사망한 것은 1939년. 혹시 1933년에 개작을 했나?) 이 책에는 어니스트 H. 쉐퍼드의 그림이 흑백으로 실렸습니다(흑백 그림도 아주 귀엽습니다).

‘Hold up!' said an elderly rabbit at the gap. 'Sixpence for the privilege of passing by the private road!' He was bowled over in an instant by the impatient and contemptuous Mole, who trotted along the side of the hedge chaffing the other rabbits as they peeped hurriedly from their holes to see what the row was about. 'Onion-sauce! Onion-sauce!'

그러니깐 늙은 토끼가 울타리 사이로 시비를 걸었는데, 두더지가 쿵쾅거리며 울타리가 마구 흔들리도록 걷는 바람에 토끼가 발라당 넘어진 상황인 것 같습니다. 웅진 쪽 번역이 자구에 좀더 충실한 것 같군요. 하지만 Onion-sauce는 그냥 “약 오르지!”보다 “깨소금 맛이다!” 정도로 하는 게 더 원문의 느낌에 가까운 듯해요. 그리고 웅진의 번역으로는 토끼가 산울타리 틈(gap)으로 말을 걸었다는 걸 알 수 없어요.
 

2) 두더지가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물쥐가 구하러 와서는 내리는 눈을 보고 하는 말

“눈이 생겼어. 아니, 눈은 내리는 거지. 펑펑 쏟아지고 있어.” (시공주니어)

“눈이 떠돌아다녀. 아니 내려. 펑펑 내리고 있어.” (웅진)

원문 : 'Snow is up,' replied the Rat briefly; 'or rather, down. It's snowing hard.'

흠... 여기선 시공주니어 쪽이 조금 낫지만, 글쎄요. 차라리 “눈이 나오네. 아니, 눈은 내리는 거지. 눈이 펑펑 쏟아져”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3) 두더지가 눈밭에서 다치자, 물쥐가 발판을 찾는 장면

하지만 래트는 손수건으로 상처를 찬찬히 싸매 주고 나서 그 자리를 떠나 눈밭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네 발을 부지런히 놀리며 눈을 긁어 대기도 하고 파헤치기도 하면서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시공주니어)

물쥐는 두더지의 다리를 손수건으로 잘 묶은 다음, 저쪽으로 가서 부지런히 눈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앞발로 긁다가, 마침내 네 발을 다 써서 땅을 파냈다. (웅진)

여기서 전 시공주니어의 번역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요. 두더지가 발판에 걸려 다리를 다쳤다면, 발판은 두더지가 다친 장소에 있을 테고, 발판을 찾으려면 바로 그곳의 눈만 치우면 되지 왜 눈밭을 “샅샅이” 뒤졌을까요.

But the Rat, after carefully tying up the leg with his handkerchief, had left him and was busy scraping in the snow. He scratched and shovelled and explored, all four legs working busily, (후략).

눈밭을 “훑었다” 정도로 하면 되는데 “샅샅이 뒤졌다”고 한 건 좀 과한 꾸밈이었던 듯합니다. 하지만 시공주니어 쪽이 좀더 말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네요.


4) 두더지와 물쥐가 눈밭을 헤매다 오소리 아저씨의 집에 찾아들었을 때

다시 천천히 대화가 시작되긴 했으나, 입에 음식을 가득 물고 해야 하는 대화는 오히려 후회스럽기만 했다. (시공주니어)

슬슬 대화가 시작됐을 때에도 입에 음식이 가득 들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웅진)

원문 : and when it was slowly resumed, it was that regrettable sort of conversation that results from talking with your mouth full.

웅진 것은 의역을 했고, 시공주니어 것은 regrettable이란 단어를 곧이곧대로 “후회스럽기만 했다”고 한 모양인데, 말이 이상하죠? 그냥 “입에 먹을 것을 가득 물고 하는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고 하면 되었을 것 같습니다.

- 4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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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2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진 것이 의역이든 뭐든 매끄럽게 읽히네요.^^
참 부지런하십니다.

숨은아이 2004-09-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 다 장단점이 있더라구요. 제가 궁금증은 잘 못 참아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1. 첫인상

첫눈에는 시공주니어의 책이 더 끌리네요. 예쁜 양장본 표지에, 본문의 그림이 더 많아요. 웅진 책의 그림도 나름대로 개성 있고 매력 있지만, 좀 고리타분한 느낌도 있어요. 책 속의 해설을 보니, 웅진 책의 그림이 더 오래된 것입니다. 아서 래컴(Arthur Rackham, 1867~1939)이라는 화가는 작가인 케네스 그레이엄(Kenneth Grahame, 1859~1932)의 부탁을 직접 받고 이 책의 그림을 그렸다 합니다. 그러니까 1908년에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아마 아서 래컴의 그림과 함께였던 모양이에요. 천연색 그림은 우아하고, 무서운 숲을 그릴 땐 먹선만 사용해 나무를 무시무시한 생명체처럼 표현하기도 했어요. 시공주니어 책의 그림은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Ernest Howard Shepard, 1879~1976)라는 사람이 그렸는데, 이 사람은 “그림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 그레이엄에게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물었”고, “나는 작품 속의 동물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을 친절히 대해 주십시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시공주니어 책 앞부분에는 그레이엄의 아들 앨러스테어의 사진, 그레이엄이 쓴 엽서, 그리고 작품 속의 강마을을 구성해낸 그림 지도도 있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다정다감한 분위기에 젖어듭니다.

하지만 갖고 다니며 펼쳐 읽기엔 불편한 양장 표지, 그리고 초등학생이 보기엔 작은 글자 때문에, 사실 번역만 좋으면 저는 웅진 책에 더 점수를 주려고 했어요. 웅진 책은 가로가 좀 긴 판형이라 들고 다니며 펼쳐 읽기에 약간 불편하지만 양장본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죠. 글자 크기도 시원하고.

또 시공주니어가 등장인물이나 지명을 영어로 옮긴 데 비해, 웅진 책은 되도록 우리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시공주니어 책에서 주인공들을 그냥 모울, 워터 래트, 배저 아저씨, 토드라고 하고, 이들이 사는 곳을 리버뱅크, 와일드 우드라고 한 데 비해, 웅진 책에서는 두더지, 물쥐, 오소리 아저씨, 두꺼비, 리버뱅크는 강둑, 와일드 우드는 우거진 숲이라 옮겼어요. mole은 정말 두더지이고, water rat은 물쥐, badger는 오소리, toad는 두꺼비 아닌가요!

그리고 두더지(모울)가 눈밭에서 발을 터는 깔개에 걸려 다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을 시공주니어 책에서는 “현관 매트”라고 옮겼습니다. “현관 매트”에 어떻게 다리가 걸리지? ‘신발의 흙을 떠는, 쇠로 만든 판’이라는 개념으로 다가오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 “현관 매트”를 발견한 “워터 래트”는 “지그 춤”을 추는데, 웅진 책에 따르면 “흙 발판”을 찾은 “물쥐”가 “신이 나서 춤을 추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간간이 시공주니어 책의 번역이 좀더 매끄럽고 박진감 있게 느껴지긴 하지만, 원작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충실히, 우리말에 맞게 번역한 건 웅진 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끝까지 다 읽고 나니, 글쎄요, 몇 개 비교해보시죠.

- 3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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