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1. 첫인상

첫눈에는 시공주니어의 책이 더 끌리네요. 예쁜 양장본 표지에, 본문의 그림이 더 많아요. 웅진 책의 그림도 나름대로 개성 있고 매력 있지만, 좀 고리타분한 느낌도 있어요. 책 속의 해설을 보니, 웅진 책의 그림이 더 오래된 것입니다. 아서 래컴(Arthur Rackham, 1867~1939)이라는 화가는 작가인 케네스 그레이엄(Kenneth Grahame, 1859~1932)의 부탁을 직접 받고 이 책의 그림을 그렸다 합니다. 그러니까 1908년에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아마 아서 래컴의 그림과 함께였던 모양이에요. 천연색 그림은 우아하고, 무서운 숲을 그릴 땐 먹선만 사용해 나무를 무시무시한 생명체처럼 표현하기도 했어요. 시공주니어 책의 그림은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Ernest Howard Shepard, 1879~1976)라는 사람이 그렸는데, 이 사람은 “그림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 그레이엄에게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물었”고, “나는 작품 속의 동물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을 친절히 대해 주십시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시공주니어 책 앞부분에는 그레이엄의 아들 앨러스테어의 사진, 그레이엄이 쓴 엽서, 그리고 작품 속의 강마을을 구성해낸 그림 지도도 있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다정다감한 분위기에 젖어듭니다.

하지만 갖고 다니며 펼쳐 읽기엔 불편한 양장 표지, 그리고 초등학생이 보기엔 작은 글자 때문에, 사실 번역만 좋으면 저는 웅진 책에 더 점수를 주려고 했어요. 웅진 책은 가로가 좀 긴 판형이라 들고 다니며 펼쳐 읽기에 약간 불편하지만 양장본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죠. 글자 크기도 시원하고.

또 시공주니어가 등장인물이나 지명을 영어로 옮긴 데 비해, 웅진 책은 되도록 우리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시공주니어 책에서 주인공들을 그냥 모울, 워터 래트, 배저 아저씨, 토드라고 하고, 이들이 사는 곳을 리버뱅크, 와일드 우드라고 한 데 비해, 웅진 책에서는 두더지, 물쥐, 오소리 아저씨, 두꺼비, 리버뱅크는 강둑, 와일드 우드는 우거진 숲이라 옮겼어요. mole은 정말 두더지이고, water rat은 물쥐, badger는 오소리, toad는 두꺼비 아닌가요!

그리고 두더지(모울)가 눈밭에서 발을 터는 깔개에 걸려 다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을 시공주니어 책에서는 “현관 매트”라고 옮겼습니다. “현관 매트”에 어떻게 다리가 걸리지? ‘신발의 흙을 떠는, 쇠로 만든 판’이라는 개념으로 다가오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 “현관 매트”를 발견한 “워터 래트”는 “지그 춤”을 추는데, 웅진 책에 따르면 “흙 발판”을 찾은 “물쥐”가 “신이 나서 춤을 추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간간이 시공주니어 책의 번역이 좀더 매끄럽고 박진감 있게 느껴지긴 하지만, 원작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충실히, 우리말에 맞게 번역한 건 웅진 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끝까지 다 읽고 나니, 글쎄요, 몇 개 비교해보시죠.

- 3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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