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골수) 기증수술 경험담 - 수술 전날 2004/09/20 17:50

 

드디어 2박 3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병실로 들어가니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슬리퍼부터, 냉장고 가득 과일, 음료, 과자에, 식사까지.

 

샤워실도 따로 그리고 환자와 가족만 있을 수 있는.....

오...호...라 ~~~~~~

이게 1인실이구나.

 

각시가 그 전에 병원에 며칠 있게 되었을 때,

병실에 환자 숫자가 적을수록 좋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내가 정말 1인실에 들어왔단 말인가 ?

(간호사 말로는 DJ도 몸이 안좋을 때 이 병동 1인실에 있었단다)

 

빠르면 다음날 새벽에 바로 수술에 들어갈지도 모르니까,

첫날 저녁부터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는 것은 섭섭했다.

물론, 그런 섭섭함도 호강에 겨운 소리일 게다.

나 같은 사람이 언제 1인실에 감히 들어올 수나 있을까 생각하면 말이다.

 

다음날 수술을 위해 간호사와 의사가 몇번 드나들었다.

 

검사를 위해 드나든 의사와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는 같은 질문을 했다.

 

아는 분이세요 ?

아니요.

좋은 일 하시는군요.

 

흠.....

그때 난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헌혈도 안하신다면서요 ?

헌혈하면 온갖 부작용이 많은 걸 의사는 알기 때문이라던데요.

혹시 이번 수술도.....어쩌고....

 

그럴 리야 있겠는가만은, 나도 참 엉뚱하기는 해.

 

아무튼, 검사용으로 피도 뽑를 다시 한번 뽑았다.  

항생제를 맞아야 하니까 항생제 반응 검사를 위한 주사도 맞았다. 

근데, 다른 주사는 별론데 이건 좀 따끔하다. 눈물 찔끔...

찌를 때 아픈 게 아니라, 주사액이 들어가서 피부를 따끔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죽을 정도 ? 천만에. 따끔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하지만, 주사 맞기 싫어하는 나는 코디에게 눈을 흘겼다

왜 아픈 주사가 있다고 미리 말해 주지 않았어요 ?

그러나, 그 따끔함은 십분 정도를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관장을 했다. 왜 하는지는 몰르지만 아무튼 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도 모르겠네. 대체 왜 한 걸까 ?)

 

다음으로 영양제 주사를 손등에 꽂았다.

여기서 참 신기한 걸 발견했다. 

글쎄, 주사바늘이 쇠바늘이 아니라는 거다.

꽂을 때 보지를 못했지만,

나중에 물어 보니 연한 고무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

몸이 움직일 때 혈관이 따라 움직이면 주사바늘도 같이 움직인단다.

햐 ~ 그렇구나.

 

영양제 주사바늘이 얼마나 큰지 아는 사람은 알 거다.

한 두시간 꽂혀 있을 때 그 이상한 느낌도 말이다.

그렇지만, 주사바늘이 다르니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그리고, 그 주사바늘을 통해 마취액도 들어가고, 

항생제도 들어가고, 영양제도 들어가니 더 이상 주사 맞을 일은 없었다.

나처럼 주사맞기 싫어 하는 사람한테는 참 좋았다.

 

(다른 데도 다 그러는지 모른다. 하여간, 내 경험일 뿐이니까)

 

편하게 지내야 좋을 걸 뽑을 수 있다고 코디는 말했고,  

어쨌든 좋은 일 한다는데 이 정도 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좋은 병실 비용도 모두 환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좋아라 할 수만도 없을 텐데.

 

(그러나, 왜 나를 그 좋은 1인실에 집어넣었는지는,

그 진짜 이유는 수술이 끝나고 나면 자연히 알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내 《화려한》 1인실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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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9-2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가을산님이나 마태우스님이 잘 설명해줄 수 있을텐데, 하여간 관장하는 이유는 마취로 인해 수술하는 동안 장운동이 정지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그 안에 있는 걸 싸악~ 빼놓는 거죠.

숨은아이 2004-09-2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상상해버렸다.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