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해적판이다. --; 아직도 해적판이 버젓이 유통된다니 참 놀랍다. 해적판이 있으면 정식 수입해서 출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해적판을 샀을 테고, 독자들이 같은 책을 또 사주리라 기대하긴 어려울 테니.

해적판 책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게 독자의 양심을 지키는 것일까? 해적판은 분명 작가의 열정과 시간과 수고를 도둑질한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해적판이란 이유로 안 보고 버티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식 수입판이 있다면 당연히 그걸 사겠지만, 없는데 어쩌라구. 그래서 결심했다. 해적판 책을 읽고 좋았다면, 정식 수입판이 나올 때 반드시 다시 사기로. 해적판 책을 사는 건 내 즐거움을 위해서고, 정식 수입판을 다시 사주는 건 내게 즐거움을 선사한 작가에 대한 예의다.

이 책에서 처음 이마 이치코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았다. ^^ 今市子다.




이마 이치코의 작품집 [다섯 상자의 비밀]에는 “상자”를 소재 삼은 단편 연작 “다섯 상자의 비밀”과 다른 단편 네 개가 실렸다.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다섯 상자의 비밀”은 단편 연작이라고 해도 서로 줄거리가 이어진다든가 등장인물이 겹친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그저 모두 어떤 “상자”에 얽힌 이야기일 뿐.



"다섯 상자의 비밀" 첫 번째 이야기인 "일몰"의 겉장 그림이다. 그림 선이 거칠다. 해적판이라 그런가.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는 “꽃구름”과 관계가 있다.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에 등장하는 두 연인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꽃구름”이다.



나는 이 "도서관에서 만나고 싶어" 겉장 그림이 좋다.



그리고 "이상한 녀석들"에서 이렇게 손을 맞잡은 장면도.

모두 다정한 연애담이다. [게임]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더 좋았다. 그런데 이 책도 그렇고, [키다리 아저씨들의 행방]과 [낙원까지 조금만 더]도 모두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다. 이 작가, [백귀야행]과 [해변의 노래] [외딴섬의 아가씨] 등 단편집 몇 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게이를 주인공으로 삼는군. 게이 만화를 잇따라 보게 되니 세상 남자들이 다 남자만 좋아하는 것 같다. @.@ 그런데 [백귀야행]에는 어째 게이가 한 명도 안 나올까? 게이와 이성애가 공존하는 연애담이 나오면 좋겠다.

2001년 하이북스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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