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이게 참 별 거 아닌거 같다가 별 거 일 때가 있다는건, 나 뿐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사안일 것이다. (아무리 초연하게 글을 쓰는 알라디너도, 즐찾이 어느날 갑자기 확 늘거나 확 줄면 약간은 흔들리지 않을까)

우선, 즐찾이라는 걸 하게 되는데 따르는 다중적인 잣대에 대하여 가끔 떠올리게 되는데... 사람마다 그 기준과 엄격함의 수위가 다르겠지만, 아무튼 자신만의 잣대가 없이 즐찾을 하게 되는 경우는, 강요에 의한(누가 강요를 하겠냐마는) 것 외에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도 그런 잣대가 있다, 그것도 아주 고집스럽게.

잣대라는 말이 너무 강하다면 취향이라고 해두자.

즐찾을 해두었는지도 잊게 할 만큼 업데이트가 없던 어느 서재에 오늘 글이 올라와서 '내가 왜 이 서재를 즐찾 했었나' 갸우뚱 하면서 그의 서재를 뒤적거려 보니, 전혀 유명하지 않은 그 서재에서 내가 온기를 느낄 만한 구석은 순식간에 여러모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꼭꼭 숨어 있는 서재들 중에서 내 취향 혹은 잣대에 딱 맞는 서재를 찾아내는 기쁨이란 사막에서의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언더그라운드 취향인 내가 저지르는 실수는 뻔한 것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타는 서재를 좀처럼 안 가는 것이 그것인데, 그런 서재의 글은 어찌 어찌 하여 내 눈에도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 난 유명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대로 읽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글이, 유명세를 탄다면 무조건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텐데도, '나만' 알고 있는 무엇이 되지 않는 것이 못내 별로인지라 그냥 슥 보고 말아버리는 거다.

그러다 어느날, 미련스러운 고집으로 탁해진 내 눈에도 그 유명 서재의 정말 멋진 글귀와 참을 수 없는 매혹이 기어코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항복한다. 이미 즐찾이 100을 훌쩍 넘겨버렸을 그 서재에 나 같은 사람 하나가 삐질삐질 추가 되는 거다.

하지만, 반대로 괜히 으쓱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나도 안 유명했던 시절에 내가 콕 찍어놓은 서재가, 어느날 꽤 유명해지는 경우. 그럼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으쓱, 거봐 내가 잘 될거랬지, 막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는거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난 글을 쓰는 사람을 도와주는 직업을 가졌어도 좋았을텐데, 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나 더 하게 된다.

아무튼 참, 쓸데 없는 생각 많이 하기 대회에 나가도 결코 지지는 않는 치니씨. 휴일은 늘 이런 식이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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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5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8-04-0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실 것 같아요. 마감 못지키고 도망다니는 작가들 찾아서 옆에서 지키고 은근히 압박하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중엔 오히려 고마워하게 되는 그런 귀여운 등장인물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유명서재는 '흥~'하고 안쳐다보게 되는 성향이..^^;

치니 2008-04-06 10:20   좋아요 0 | URL
누에님 서재를 찾았을 때의 기분, 지금도 생각 납니다.
같이 갈까나,라는 페이퍼 폴더를 봤을 때의 그 기분이요.
그 노래를 아는 사람이 제 친구들 빼곤 하나도 없었거든요.
가끔 세상은 참 넓지만,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만나게 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곤 해요.
누에님은 유명서재를 안 보실 지 몰라도, 유명 서재 알라디너님들은 누에님 서재를 보실걸요. ^-^

2008-04-06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6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8-04-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기 대회 2등은 저 주세요.ㅎㅎ
근데 구구절절 공감되는 글인걸요.
인기가 많은 님들 서재에는 댓글도 잘 안 달게 되어요.
'이 분은 나 아니라도 사랑 때문에 배가 터질 지경이실걸, 뭐.'
그런 새침한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도 사랑은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면서요.
샘이 나서 부르르 떨다가도, 또 비적비적 댓글 달구..ㅋㅋ
사랑의 빈익빈 부익부인가 봐요. -.-

치니 2008-04-06 13:03   좋아요 0 | URL
훗,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기 대회 열면 은근 경쟁이 치열하겠는걸요. 실은 저랑 1등을 겨뤄보자는 분이 이미 비밀글에 있었거든요.
맞아요, 유명 서재에 결국 즐찾을 추가해놓고도 댓글은 또 다른 망설임이죠.
내 보잘것없는 댓글을 읽으시기나 할까 막 그런 생각이...(그러다 몇날이고 제 댓글에 답이 없으시면 더 서운해진다구요, 쳇)
네 , 사랑은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 동감. 그래서 제가 꽃양배추님에게 맨날 업데이트 하라고 조르는 겁니다아.
샘이 나서 부르르 떨게 되지만 꼭 읽고 싶다구요.

이게다예요 2008-04-0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양배추님, 쳇!~
남 얘기하세요? 두 분다 진정 인기인이면서!
여기서 제가 샘이 나서 부르르 떨다가 다 읽고 댓글 달고 가요. 왜들 그러세요?ㅋㅋㅋ

치니 2008-04-06 20:18   좋아요 0 | URL
어, 이러시면 이게 다예요님의 글에서 제가 몇번이나 좌절하고 샘 냈는지 또 아니 말할 수 없죠.
솔직히, 처음에 찾아냈을 때, 이미 작가 생활 하시는 분인 줄 알았다구요.

2008-04-07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4-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마을에 뒤늦게 합류해서는 유명서재가 누구의 서재인지도 잘 몰라서 정말 유명하시다는 서재지기 분들을 혼자 뒷북으로 알고 그랬었어요- (지금도 '아니, 그분이 그렇게 유명한 분이셨어요?' 라는 새삼스러운 질문을 하기도 하는...)

치니 2008-04-07 08:27   좋아요 0 | URL
후후, 저도 오래 된 멤버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그래요.
하지만 무슨 무슨 달인이 되신 분들, 화제의 서재글에 올라오는 이름은 저절로 외워지죠.
심심할 땐 즐찾 해놓은 서재가 아니어도 화제의 서재글을 대체로 보거든요.
아무튼 알라딘엔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전부 다 즐찾을 하다간 제가 다 읽을 시간도 모자라요.

다락방 2008-04-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치니님. 저와도 같은 생각이예요. 저도 오히려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가서 제 흔적을 남기는게 더 좋더라구요. 위에 꽃양배추님 말씀처럼 이분은 나 아니어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걸, 하는 것과 같달까요.

그래서 이 페이퍼에 무척 공감가네요. 흣.

그리고 이 문장두요.

하나도 안 유명했던 시절에 내가 콕 찍어놓은 서재가, 어느날 꽤 유명해지는 경우. 그럼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으쓱, 거봐 내가 잘 될거랬지, 막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는거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어떤 서재는, 지금처럼 나만 알기를, 하는 독점욕도 생겨요, 저는. 흣 :)

치니 2008-04-07 14:53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님. 제가 가는 거의 모든 서재에 출몰하시는 다락방님. 실은 다락방님 서재에도 여러번 갔지만 댓글 한번 못 썼더랬죠.
인기인, 이시잖아요!!!
(예: 화제의 서재글을 클릭하면 어김없이 뜨더라는. ㅎㅎ)
나만 알기를 원하는 서재, 있죠. 하지만 제 안목이 워낙 출중한지 (엣헴ㅋㅋ) 그 서재들은 반드시 빛을 발하여 눈길을 끌더라구요.

가시장미 2008-04-0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세 서재가 있나요? 으흐흐 그런 표현을 들으니, 그런 서재가 궁금해지네요 :)
전 개인적으로 즐찾을 할 때, 자신의 삶의 이야기나 책에 대한 혹은 어떤 사안에 대해 솔직하느냐, 주관적인 자신의 시각을 갖고있느냐를 고려하는 것 같아요.

진정성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의사소통을 하고 고류를 하는 공간인데.. 진정성이 없다면 그것만큼 공허한 고류도 없지않을까해요.

그런의미에서 치니님의 서재도 언젠가. 즐찾을 했다는거죠.
으흐 앞으로 자주 뵙도록해요!

치니 2008-04-08 13:2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도 유명하신 걸로 아는데요, ^-^
저 역시 비슷한 거 같아요, 글을 잘 쓰는 알라디너들은 엄청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솔직하고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글에 더 매혹 당하는 편이죠.
또 나도 모르게 맡게 되는 그 사람만의 냄새가 ... 있는데, 그게 좋을 땐 망설임 없이 즐찾! 근데 그 냄새가 뭐냐고 구체적으로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자주 찾아주실 거라니, 감사 드려요. :)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하지만, 2주째 - 정확히는 내가 초절정 감기몸살을 겪어내고 난 후부터 - 일이 별로 없다. 팀에 1인 추가 인원이 배치된 지 2개월 남짓 되긴 했지만, 꼭 그 때문에 내 일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고, 그저 전반적으로 일이 줄었다.

일이 줄어드니 직딩인 나로서는 좋으면서도 싫은 이율배반에 시달린다. 심심하게 노는 걸 유독 좋아하는 지라, 이런 편안함이 참 좋은데, 이렇게 밥 값 안하고 지내도 되나 싶어 노심초사하니까 그렇다. 눈치 보지 말고 살자, 고 외치면서도 눈치는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는 이 심정. 으흐흑. 지금 이 순간도 누가 벌컥 문을 열고 와서 내가 이 짓 하는 거 볼까봐 10% 정도는 긴장 상태에서 타이핑 중이다.

이런 날들엔 유유히 짐 싸서 휙 하니 휴가를 가도 좋으련만, 3월이라는 단어는 어째 그런 엄두를 못 내게 한다. 휴가는 한겨울 아니면 한여름이어야 한다는 이상한 편견은 어디서 나온걸까. 3월에는 모든 걸 시작한다는 편견은 학교 입학식 때문이겠고.

아무튼 그런저런 노라리 노라리 시간에서, 하루종일 컴과 지내야 하니, 알라딘 서재 보다가 궁금한 싸이트들은 다 들르고 있다. 웬디양님 서재에서 본 루나파크(www.lunapark.co.kr) 가보고, 꽃양배추님 서재에서 본 김혜리 기자의 블로그(http://blog.cine21.com/imagolog?&pageNo=11) 가보고...

나이 먹어 그런지, 취향의 탓인지, 개인적으로 김혜리 기자의 블로그가 훨 재미있다. 루나파크의 그림은 귀엽지만 내가 좋아하는 류의 그림이 아니고, 어떤 일화는 공감이 되는데 어떤 일화는 너무 시시하다. 웬디양님처럼 사소한 것에 감동하지 못하는 내 타고난 퍼석함과 심드렁함 때문이겠지.

김혜리 기자의 블로그는, 듣던대로 참 아늑하고 단아하고 냉철하고(다른 이에게가 아니라 김혜리 본인에게만) 따스하고 매력적이다. 별 것 아닌 글 같은데 다 읽고 나면 엄청난 가독력을 주는 글이었구나 싶고, 갑자기 띵 하는 감동도 오고 그런다. 게다가 잊고 있었던 배우들이랑 가슴 떨림이 불현듯 찾아오면서 약간 행복한 마음도 된다.

그 중 자신이 썼던 일기를 되돌아보는 포스팅이 있었는데, 나도 문득 내 일기들을 다 어쨌던가 생각해봤다. 지금 쓰는 일기는 기껏 싸이 다이어리에 일촌공개나 비공개로 푸념을 적는 정도의 일기이고, 한 때 열심히 내 머릿속 모든 이야기들을 쏟아내곤 했던 일기장들이 있었다. 아마 고교시절에 제일 치열했을 것 같다. 그것들은 잘 버리기 대장인 내가 버얼써 옛날 옛적에 버렸지만, 그 때 했던 생각들은 내 뇌 한 쪽의 저장고에 잘 모셔져 있다. 이상하게도, 그것만큼은 기억을 잃지 않는다.

대신에 내가 했던 사랑에 대해 꾸질꾸질 적었던 것들은, 거개가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작은 에피소드들, 당시에 너무 슬프고 너무 졸렬하고 너무 기대했던, 혹은 너무 반짝였던 에피소드들이 그 대상과의 헤어짐 이후에 뚝 하고 끊어진다. 이건 분명 지극한 자기보호본능이 만들어낸 해리성 기억상실임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 자신 이해 되지 않는다. (남들은 더하지)

한 때는 정말 열심이다가 , 어느 때 부턴가 아니야 싶다고, 그게 뭐 그리 큰 트라우마라고, 온갖 보호본능이 작동해서 뚝 끊어지고 그럴까.

요즘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사랑스럽고, 보고 싶은 사람이 더 보고 싶은 좋은 병에 걸려 있다. 수년이 되었는데도 자꾸만 손가락 하나도 더 보고 싶어서 아릿한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인 거다. 그러다 문득, 이것조차 나중에 예의 사랑처럼 잊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되어서, 조급증이 난다.

조급해서 좋을 건 이 세상에 하나도 없는데.

낮에 사무실 직원들에게 하린군 이야기를 하면서, 조소를 들었다. 자기 애 이야기를 하면서 나처럼 태연하게 '우리 하린이는 너무 멋있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정말 멋있어' 라고 말하는 엄마가 별루 없기 때문에 그럴 거다. 그런데 진짜 멋있는데 어쩌지. 아하하.

아무튼 요새 이런다. 좋은 것들이 점점 더 좋고 싫은 건 더 싫어진다. 당연한 건가? 아니, 고쳐 말하면 좋은 것에 대해선 비판력을 완전 상실하고, 싫은 건 좋아해보려고 노력을 안한다.  원래 그랬나? 아니다, 아냐,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쁜가? 아니다 이 상태가 나는 좋다.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나? 별로 아니다. 됐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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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8-03-2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라리 노라리 시간. ㅎㅎㅎ 노는 시간이 생기니 신조어를 발명하시는.. ㅋㅋ
그게 직장에서 쉬는 틈이 있대도 눈치보여서 본격적으로 놀지도 못하잖아요. 책을 볼것도 아니고, 영화를 볼 것도 아니고. 일을 한번에 확 몰아서 해치우고 나면, 짬짬이 노는시간 한몫으로 몰아서 집에가도 좋다! 이럼 좋을텐데요..^^
근데 짬짬이 놀고 계시니까, 업데가 잦아서 좋으네요. 헤헤. (저두 신끼 있어요. 예지몽 꾸거든요. 진짜예요. +_+ 별로 신통한 예지는 못하지만요.ㅋ )

치니 2008-03-27 08:41   좋아요 0 | URL
노라리노라리, 저는 어디서 들어서 써먹은건데, 신조어는 아니공. 헤헤
마하연님으로서는 먼 옛날 이야기 같겠네요.
아앙 부러워요.
예지몽, 저도 꾸긴 꾸는데 꼭 나쁜 일이 생길 때만. 흑.

웽스북스 2008-03-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면서도 싫은 이율배반 완전 공감이에요
일 많을 땐 죽을 것 같다가, 좀 한가해지면 으흠, 잉여인간인가 뭐 이런생각 들고 ㅎㅎ

루나파크에 다녀오셨군요 루나파크는 헤헤거리며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인데
치니님께는 잘 안맞을 수도 있지요 제가 사소한 일에 워낙 감동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구요 ㅎㅎ 그냥 좀 애가 유치찬란한 걸수도 있어요 ㅋㅋㅋ

그런데 저 지금 막 김혜리기자 블로그 들어가고 있어요 (덕분에 알았어요 흐흐)

치니 2008-03-27 08:43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웬디양님은 그 좋으면서도 싫은,을 분명 이해하실 거라 믿었어요. 흐흐.
잉여인간 말씀하시니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 생각나네요 (아 또 삼천포 ㅋㅋ).
루나파크는 재미는 있었는데 여운이 아무래도 김혜리 기자 쪽이 쎄더라구요. ^-^ 웬디양님도 소감 올려주세요.

chaire 2008-03-2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교시절의 다이어리가 가장 처절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죽이고 싶은 것도
적지 않게 있었고, 간절하게 희구하던 것도 있었죠. 희망도 절망도 치열하게 하던 시절.
지금은 그중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니, 늙은 게 맞겠죠. 요즘의 일기는 그래서
간혹 희멀건한 흰소리 같다고 느껴요. 잘 쓰지도 않지만.
유치한 거 싫어했는데 그게 외려 좋은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혜리 씨 블로그, 가봐야겠다.

치니 2008-03-27 10:12   좋아요 0 | URL
네 , 지금껏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스스로의 위선과 가증스러운 가면 때문에 몹시도 괴로워했다는 것. 타협하면 안될 거 같은, 나라도 그래야만 이 세상이 변혁될 것만 같은 생각을 막 하고 그랬죠.
지금은 뭐... 말 안해도 아시죠? ^-^;;
혜리 씨 블로그, 저때문에 (아니 실은 꽃양배추님 때문)몇명 방문자 늘었겠네요. ㅋㅋ

토니 2008-03-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언니들이 제 일기를 자주 훔쳐봐서 엄청나게 큰 자물쇠를 달았던 기억이 나요. 매번 콤비네이션 번호 맞춰가며 열어 일기 쓰는게 어찌나 번거롭던지. 무슨 국가 기밀이 담겨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워요.

언니 글은 편하면서도 나름 흡입력이 있어 읽을 때마다 즐거워요. 전 이제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어요. 옛날 고집과 열정은 다 어딜가고 그저 몸뚱아리 편하면 다예요. 전 제가 이렇게 싱거워질 줄 꿈에도 몰랐어요.




치니 2008-03-27 11:37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에서 '몸뚱아리 편하면'이라는 리얼한 표현에 혼자 소리내어 웃습니다. 하하.
일기에 자물쇠가 달려 있는 일기장도 있었드랬죠.
저는 혹시 누가 집에서 볼까봐 친구에게 맡기기도 했었어요.(그렇다면 친구는 봐도 됨? 예스 ㅎㅎ)
그야말로 끄적임일 뿐인 글인데 흡입력까지나...아무튼 감사해요. :)

네꼬 2008-04-0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댓글의 10%가 바로 그래요.

치니 2008-04-02 16:20   좋아요 0 | URL
아앙, 네꼬님.
멍청한 치니씨, 지금 무지 헷갈려 하고 있어요.
'그래요'가 뜻하는 게 무얼까 하고... 내 글을 내가 다시 읽어도 도무지 어떤 걸 두고 말씀하신건지 잘 모르겠어요.
불쌍한 중생을 위해 시적인 함축에 대해 약간 설명해주심 안될까요.

네꼬 2008-04-02 19:12   좋아요 0 | URL
((으앗 제가 창피. 제멋대로 써버렸다니.))

"지금 이 순간도 누가 벌컥 문을 열고 와서 내가 이 짓 하는 거 볼까봐 10% 정도는 긴장 상태에서 타이핑 중이다."

저도 10% 정도는 긴장한 상태로 댓글을 썼다는.....

=3=3=3



치니 2008-04-03 08:4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꼬님,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느니라'였어요.
못알아들은 제가 센스 부족이죠.
아무튼, 지루한 일상에서 10% 긴장하면서 요런 댓글 다는거 너무 깨소금이에요. 헤헤.

nada 2008-04-0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없는 사람, 살짝 서러워질라고 해요.ㅋㅋ
그래도 저 기타 치는 얄쌍한 손목은.. 머, 멋있잖아요. 이런. =.=

치니 2008-04-06 13:05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님이 아이를 갖는다면 - 쑥스러운 상상 헤헤 - 게다가 아들이라면, 분명코 하린군보다 멋진 구석이 있으리라 장담해요.
왜냐면, 모든 어머니는 고슴도치 거든요. ^-^;;
 

다른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할 지 모르겠는데, 나는 스스로 신끼 같은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우스울 지도 모르겠지만(이 아니고 진짜 우습겠지만), 뭐 이런거다.

어제 저녁밥 배불리 먹고나니, 이상하게도 허경영씨가 왜 국회위원 출마 안하는지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저번에 누군가에게 고소 당하고 수사 당한다고도 들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왜 뉴스에서 안해줄까 그런 궁금증.

그런데 오늘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인트라넷에 그와 관련된 패러디 포스터를 올렸다. 내가 궁금해 하는 소식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 사람 관련 이야기를 들은거다.

또 다른 건 하나는, 어제 티비에서 CF를 보면서 이나영은 요새 뭘 할까 또 쓰잘데기 없이 궁금했다. 왜 영화는 안하고 광고만 하지, 영화 좀 하면 보러갈텐데, 그런 생각도 했다. 요는 이런 궁금증이 정말 정말 뜬굼 없이 든다는거다. 한 몇달에 한번 정도로.

그런데 오늘 네이버에서 우연히 이나영이 '비몽'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해서 김기덕 감독이랑 오다기리 죠랑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러니까 내가 자꾸만 뭔가 있다 생각하게 된단 말이다.

이런 걸 가지고 뭐 해먹을 수 있는게 있을까, 그렇다고 점쟁이가 될 리도 없고. 혼자 또 쓸데 없는 생각을 한다. 요새는 쓸데없는 생각 하기 대회를 나가도 모자랄 지경으로 많이 이런 생각들을 하고 앉았다. 덜 바빠서 그렇다.

바쁘다, 라는 단어가 나와서 또 쓰잘데기 없이 덧붙이자면, 나는 이 세상에서 젤 싫은 것 중 하나가 '바쁜 것'이고, 그보다 더 싫은 것은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쁘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이 되게 병신 같아 보이고, 자기관리도 못하는 거 같고, 잘 하던 것도 허둥대면서 자신감도 없어진다. 여유롭게 우아하게, 바빠도 안 바쁜 양, 물 속에서 엄청 발 놀리는데 천천히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백조처럼, 뭐 그런걸 늘상 원하고 사는 거다. 이건 또 무슨 주접인지.

아무튼 봄이 와서 그런지 , 대체로 잡생각 퍼센트 50% 이상 상승, 놀고 싶은 마음 100% 상승, 쓸데없는 욕망 20% 정도 상승 추세다. 이런 퍼센트, 정확성은 전혀 없다만. 그냥 그렇단거다.

봄이 와서 말이다, 봄! 이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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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3-2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 세상에서 젤 싫은 것 중 하나가 '바쁜 것'이고, 그보다 더 싫은 것은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쁘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이 되게 병신 같아 보이고, 자기관리도 못하는 거 같고, 잘 하던 것도 허둥대면서 자신감도 없어진다. 여유롭게 우아하게, 바빠도 안 바쁜 양, 물 속에서 엄청 발 놀리는데 천천히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백조처럼...

오오오,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제 말이요!!!

(바빠서 스스로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었던, 제 얘길 하시는 줄 알고 벌벌 떨었어요.)

치니 2008-03-26 10:23   좋아요 0 | URL
네꼬님, 독일로 휴가도 길게 다녀오신 분이 무슨 ~ (ㅋㅋ 뜬굼없죠)
몸이 바쁜거야 어쩔 수 없더라도, 마음을 바쁘지 않게, 천천히 조용하게,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에 적은거에요.
네꼬님처럼 열심히 살고 몸 바쁜거야 당연하죠 ^-^



이게다예요 2008-03-2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 심장병처럼 갑자기 가슴이 벌컹벌컹할 때가 있거든요. 가슴을 싸쥐고 앉아 있는데, 그때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이 몇 년 만에 제 앞에 짜~안 하고 멀리서부터 나타나더라고요. 전 이런 경험을 아주 자주 겪었거든요. 어디 처박혀 사는 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가슴 통증과 함께 나타나는 사람. 그럼 나도??ㅋㅋ

치니 2008-03-26 10:22   좋아요 0 | URL
우와, 저보다 훨씬 더 신끼가 있으시군요.
몸에서 아예 미리 신호를 보내주는거네요.
너무 예민하게 신호를 보내오면, 피곤할 때도 있겠어요.

토니 2008-03-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이 몇 년 만에 짠하고 나타났을 때 전 황급히 등을 돌렸던 기억이... 촌스럽죠? 날 풀리니 다시 등산 시작하려고요. 나무 사이를 지날 때 느끼는 잔잔한 감동이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더라고요

요즘 제임스 멕브라이드의 The Color of Water 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한달째) 시간이 되시면 한번 읽어 보세요. 십년 연속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책이라 골랐는데 감동이 잔잔하네요. 마치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것처럼요..

치니 2008-03-27 11:3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소심한 토니님. ^-^ 앞으로 혹시 또 오매불망 그분을 만나게 되면, 꼭 더 좋은 인연으로 발전시켜야해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는 어떤게 올라오는지 도통 모르고 사는 저인지라...가끔씩 권해주시는 책들 보관함에 모셔두고 있어요.
저번에 권해주신 스타인벡의 <불만의 겨울> 읽고 있는데, 아 오역 투성이에다 옛날 책이라, 제가 아무래도 출판사를 잘못 고른거 같아 후회중입니다. 흑.

토니 2008-03-2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을 능가하는 번역본은 없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누가 들으면 영어 무지 잘 하는 줄 알겠어요. ㅋ) 번역하다보면 늘 고민되는 게 얼마만큼 원문에 충실할 것인가예요. 어떤 책은 원문에 심하게 충실해서 읽다 보면 단어가 막 떠올르기도 해요.
제가 맡은 나라가 미국 일부와 벨기에라 다시 불어를 배워보려고요. 영어를 써서 편하긴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담주에 꼭 만나요. ^^

치니 2008-03-27 13:07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원문을 능가하는 번역본이 있기란 정말 하늘에 별 따기.
충실하건 덜 충실하건, 앞뒤 문맥은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번역을 보다보면 원어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그냥 기분이 안 좋아져요.
불어를 다시 배워보신다니, 화르르 저도 괜히 그러고 싶어지네요.
(공부란 공부는 다 싫어하면서! ㅋㅋ)
담주에 정말 별 일 없이 약속 지켜지기를 서로 바랍시당 ~

누에 2008-03-31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tv5.org/TV5Site/enseigner-apprendre-francais/accueil_apprendre.php
http://plus7.arte.tv/fr/1697480.html

추천 사이트!

멀리서 은근히 지지합니다. ^^

치니 2008-03-31 09:22   좋아요 0 | URL
오 ~ 누에님 감사감사.
arte는 제가 잘 이해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 국경없는 의사회 이야기
댄 보르토로티 지음, 고은영 그림 / 한스컨텐츠(Hantz)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으로 기억한다.

하루 하루 고삐 매인 짐승처럼 꾸역꾸역 회사에 출근하는 것에 염증을 있는대로 느끼던 어느날, 무조건 사표를 제출하고싶다는 열망에 휩싸인 어느날, 하릴없이 구직 싸이트를 훑다가, '국경없는 의사회'의 구직 광고를 보았다.

영어를 할 수 있으면 되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문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자기소개서를 적고 이메일을 보냈으며 다음날에는 인터뷰를 하러 녹사평 어딘가에 허름하게 자리잡은 사무실에 가 있었다.

간단한 영어 독해 시험을 치루고, 마르고 차분해보이는 프랑스 여성과 마주 앉아 구두 인터뷰를 했고, 월급은 120만원이되 여행은 아무 때나 가능해야 하며 오래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에게 했던 질문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와 의료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이나마 있는지 정도였던 거 같은데 제대로 된 답변은 거의 못했지 싶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작은 사무실에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올 때마다 파안대소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 무엇이 그리들 재미난지, 연신 하하 호호 자유롭고 행복해보였다. 단순한 내게는 그 모습만이 유난히 부각되어 기억에 새겨졌다.

그날 이후 나는 꿈을 꾸고 싶을 때마다, 일탈을 하고 싶을 때마다, 사는게 이게 아니다 싶을 때마다, 국경없는 의사회로 가는 상상을 했다. 그때 떨어진 이유도 모른 채, 언젠가는 다시 지원해 볼 수 있다고 생각도 했다.

이제 고백한다.

나는 안된다. 아직 멀었다. 나를 떨어뜨린 그분들은 참 잘 떨어뜨렸다. 내 몸 구석구석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이토록 편안함을 갈구하는데, 그리고 그 편안함 중에서도 가장 안이한 정신적 도피를 위해 거기에 찾아갔던 내가 덜컥 뽑혔다면 그쪽도 나도 완전 잘못 가는거였다.

이런 처절한 깨달음을 준 이 책에 감사한다. 내가 그 때 충동적으로 해볼까 하고 마음 먹은 것이 그대로 실현되었다면 나의 시행착오는 둘째 치고 그간 이 단체가 해 온 일들에도 얼마나 큰 누가 되었을 지, 생각만 해도 얼굴이 너무 화끈해지면서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창한 세상에의 변혁을 이룰 수 있는 대인이어야만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설파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 험악한 세상에서 절망하지 않고 나보다 한발짝 더 절망 쪽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러나 바로 끊어지는 삭은 줄이 아니라 튼튼한 줄을 내미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거나, 인도주의를 가장하여 사람들을 선동하고 전쟁의 이득을 챙기려는 무리에게 잘못 이용당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적어도 자신의 생에서 그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담담하게 알려줄 뿐이다.

이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가도 두렵지 않냐고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반문한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가 사는 도시의 길 위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모는 차가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어느날 뉴욕 거리 한복판에서 영문 모르고 총을 맞을 수도 있는데, 그럼 이 도시의 삶은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냐고.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만, 그래도 나는 두렵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예전 멋도 모르고 면접을 보러갔던 그때보다 백만배 더 두려워져버렸다. 다시 고백하건대, 지금 이곳에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뎌가며 아이들이 턱에 총을 맞아 그자리에서 죽는 모습을 바라볼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다녀와서 그런 세상은 나 몰라라 하고 오늘 새로 산 냉장고를 보여주는 가족들을 아무 저항감 없이 대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이렇게 자신이 없어지는 나는,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보이고 서글프고 한심하다. 이제 그나마 은밀했던 꿈 하나를 접어야만 하는 것인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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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8-03-2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그릇을 알아간다는 게 참담할 때가 많아요.
먼저 남에게 실망하고 그 다음엔 자신에게 실망하는데
전 후자의 경우가 더 비참하더군요.^^

구석구석 편안함을 갈구하는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난 나같은 중생들이
최소한의 품위는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다가

인간이란 것들이 지구에서 가장 악한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주 휩싸이기도 합니다.

치니 2008-03-20 13:56   좋아요 0 | URL
네, 실은 면접을 보러 갈 당시만 해도, 으쓱하는 마음이 아주 없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생각 외로 경쟁율이 꽤 높았던 것에 놀라기도 했구요.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런 제가 얼마나 한심했는지가 자꾸만 되새겨졌어요.
요즘 여러가지면에서 자신감이 자꾸 추락합니다요. 에효.

이게다예요 2008-03-2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백하자면, 낯선 것들에 대한 거부감도 많고 두려움도 많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도 뼛속까지 안전지향적인 마인드가 뿌리내리고 있어서 아마 저런 건 시도조차 안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안전, 보호 이런 것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내 가정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하는데, 어느 삶이 안전하겠어요, 정말.

치니 2008-03-21 08:45   좋아요 0 | URL
나는 인도주의자라고 생각해왔는데, 나 편할 때만 인도주의고 보통 때는 그저 안분지족형일 뿐이었죠.
내가 보고 싶을 때만 보고 잠시 걱정 비슷한 마음을 갖는 정도.
어떻게 하면 세상이 조금은 평화로워질까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걸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기란 참 어렵고요.

chaire 2008-03-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마 저는 꿈조차 꾸지 못했을 거 같아요(영어가 안 돼서 ㅋㅋ).
그래도 님은 꿈을 꾸셨잖아요.
그것만 해도 근사해 보이는데요?
그리고 사람의 내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굉장히 대단한 결심이 실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이뤄지기도 하잖아요.
그 비밀스런 꿈, 그 귀퉁이를 아주 많이 접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랑가요..^^

치니 2008-03-24 17:37   좋아요 0 | URL
chaire님 말씀을 들으니까 막 힘이 나네요.
오늘 아침 들은 노래 가사 중,
"너의 어설픈 위로가 내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라는게 와닿더니만. 헤헤.
맞아요, 내일은 정말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니까...
완전히 접지는 않겠습니당.

누에 2008-03-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도도 못해볼 일이네요. 치니님이 그때 뽑혔다면 아마 또 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리고 전 주제파악을 잘 하는 분들 참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고백하자면 전 주제파악이 덜 된 인간이걸랑요. ^^;
카이레 님이 꿈에 대해 말씀하셔서 어떤 말이 떠오르네요.
현명함이란 꿈을 쫓아 갈 때 그것을 시야에서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큰 꿈을 갖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했던 말인데 한국어로 옮기려니 말이 좀 꼬여버렸네요. ㅠ.ㅠ

치니 2008-03-27 08:45   좋아요 0 | URL
저도 주제파악이 제일 어려워요. 잘 하기도 어렵거니와, 해야 한다는 것조차 잘 까먹으니 원...^-^;;
오스카 와일드, 멋진 말을 했군요, 역시...
그나저나 이 양반 책을 내가 읽어본 적 있던가? 덕분에 생각해보는 중. ^-^

토니 2008-03-2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국경없는" 곳에 지원했었어요. 언니 바로 전 해에. 물론 안 됐죠. 그땐 좀 서운했는데. (나처럼 준비된 자 없건만, 사람 보는 눈 없네 없어, 분명 내가 모르는 인사 비리가 있을 거야, 뭐 이딴 소리하면서요.) 물론 지금은 전화위복으로 더 좋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요.
사람을 돕는다는 거, 또 그것을 업으로 삼고 한다는 거 무지 어렵죠. 자신을 뒤로한 채 늘 남을 우선으로 한다는 거, 사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프로그램 되어 있지 않잖아요. 내가 돕고 싶을 때, 내가 돕고 싶은 사람만 취사 선택해서 돕고 싶은데 업으로 삼는 순간 그런 결정권이 사라지니.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자신을 죽여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치니 2008-03-28 08:46   좋아요 0 | URL
현장에 계신 분이기 때문에, 저보다는 훨씬 더 많고 깊은 생각을 하셨으리라 생각하니, 이 못난 고백 투의 리뷰가 새삼 창피하네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안되어 있는 지, 아니면 태어날 때에는 인도주의 적인 마음이 다 있었는데 커가면서 이기적인 인자가 자꾸 자라나는지...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로서는 취사 선택해서 돕는 것, 그것만이라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하죠.

누에 2008-03-2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도 대체로 토니님이 괄호 안에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하고 다니죠. ^^; 그나저나 고양이들이랑 살기 시작하니까 여행도 제대로 못가고 국경없는 단체에도 지원못하고.. 휴

치니 2008-03-28 08:48   좋아요 0 | URL
누에님의 그런 당당함이 매력인걸요. :)
뵌 적은 없지만, 정말로 그들에게 '당신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라고 말할만큼 멋진 분이시리라 생각 되어요.
고양이들과 사시는군요! 몇 마리나? 어떤 종?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포스팅 해주세요(사진 등등). 여행 못가시는건 아쉽네요, 누군가를 키운다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참 많은 걸 희생하는 일이에요. 그쵸? ^-^

2008-04-02 0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2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경이었다.

감기 같은 건 몇만년이 지나도 나에겐 안 온다고, 왔다가도 어머 무셔 여기 아니네 하면서 도망간다고, 큰소리 뻥뻥 치며 한 다섯해를 보냈건만, 그날부터 지금까지 꼼짝 못하고 겔겔이다.

어째 이번 봄이야말로, 왠지 받아주기가 그토록 싫고, 안개 낄 때마다, 황사 올 때마다, 지레 겁이 나더라니. 감기 뿐 아니라 뭐든지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게지. 암것도 하기 싫고 그저 방에 눠 있고만 싶더니, 에라 여기있다 하고 드디어 아플 자리 찾았는데, 정작 회사일은 빼먹어도 될 일이 하나 없고 오히려 빡빡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사실, 아주 웃기고 창피한 꿈이 하나 있어 왔는데, 그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픽 하고 쓰러지기'다. 뭐 대단한 병이 아니어도, 그냥 너무 피로하고 과로해서, 그런데 꾹꾹 참아서, 쓰러지는데,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래서 너 진짜 힘들었구나 이런 위로 듣고 막 그런거. 이 꿈이 정말 십년도 더 되게 남몰래 커왔는데, 쓰러지진 않고 목 아파 담배 피기 힘들고, 코 찔찔 우아함이랑 거리가 먼 그런 잡 감기에나 걸렸다.

아으, 이 와중에 어제 티비 본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케이블에서 해 준 <청춘의 덫>. 요즘 다시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제 마침! 우리의 심은하 양이 내 꿈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으흐흐흑.

모두가 보는 앞에서는 아니었지만, 욕실에 혼연히 쓰러진 심양을 남친인 전광렬씨가 광속으로 냅다 찾아와 냅다 들쳐 업고 그대로 입원까지. 내가 그리던 꿈은 티비에서 고대로 실현되고 있는데, 이불 속에서 겔겔 하며 보던 나는 왠지 모를 서러움을 씹으며... 이제 그만 꿈을 접어야겠다 싶었다.

쓰러진 심은하의 땀에 젖은 얼굴은 아픈데도 어찌 그리 섹시하며, 입원하여 힘 없이 긴 머리채를 쓸어올리는 창백한 모습은 그야말로 왕 보호해주고 싶은 본능을 마구 유발하고, 살짝 웃음을 지을 때는 또 어쩌믄 그리 귀엽냐 말이다.

똑같이 쓰러져도 저런 포스가 안 나오는게 뻔한 내 주제가 너무 쓰라리게 각성되었던 것이다. 연약하게 픽 쓰러지는 건 역시 내 몫이 아닌 것이다.

그저 민폐일 뿐인 것이다. 으흐흑.

그래서 주사 맞고 약 먹고 으쌰 으쌰 , 아프면 내 손해지 , 하고 푹푹 잤더니 오늘 아침은 살만하다. 주제에 맞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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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r 2008-03-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큭.. 미안하게도 왜 이렇게 재밌답니까아~

치니 2008-03-13 10:37   좋아요 0 | URL
미안하시긴요, ㅋㅋ 그래도 재미있다니 다행입니다아.

웽스북스 2008-03-1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러져본 적도 입원해본 적도 없어서 한번 사람 많은데서 픽 쓰러져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요, 그럼 누군가 절 업어야 하잖아요- 흠, 제가 좀 무거워서 아무도 안업으려고 할까봐 ;;; ㅋㅋㅋㅋㅋ

치니 2008-03-13 10:47   좋아요 0 | URL
그르니까요, 쓰러지면 또 축 늘어지니까 더 무겁고. 흑, 접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토니 2008-03-1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교생 실습나갔을 때 쓰러진 것도 아니고 넘어진 건데 학생들이 가능하면 다른 반에서 넘어지라고 하던데요. 일으켜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ㅋㅋ 여자 키 171 몸무게 65면 장정들도 부담스럽죠. 퓨쉬업을 몇번 하고 들어야 하는. 요즘 입양인들 친부모 찾아주느라 바빠서 자주 못들어와요. 좋아하는 책도 많이 못 읽고요. 아쉬워요..

치니 2008-03-15 21:27   좋아요 0 | URL
넘어진 토니, ㅋㅋㅋ 상상 되니 웃음이...
키가 크니 무게가 좀 나가는건 당연하죠 뭐.
바빠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아프니까 정말 모든게 손해에요.

라로 2008-03-1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꿈을 꾸고 계셨군요~.갑자기 위안이 된다는~~~.^^;;;

치니 2008-03-15 21:28   좋아요 0 | URL
으흐, 은근히 비슷한 생각들 많이 하시는구나, 저야말로 위안 됩니다.
nabi님은 뵌 적 없지만, 쓰러지는 거 잘 어울리실 거 같은데...ㅎㅎ

이게다예요 2008-03-14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것보다 약간 소박한, 사람들 앞에서 코피 쏟아 보는 거, 그래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코 막고 화장실로 뛰쳐가거나, 아님 주위에 누군가가 머리를 막 뒤로 젖혀주며 호들갑 떨어주면,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아 별일 아니야, 내가 막 이러는 거.
코 파다가도 안 나오더라고요, 피는. 야박하게시리.
우리는 주제에 맞게, 아프지도 맙시다, 그려. ㅋㅋ

치니 2008-03-15 21:30   좋아요 0 | URL
코피, 이것도 꽤 호소력이 있죠.
일단 피를 보면 놀라게 되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아래 꽃양배추님 말씀대로 기절이 깔끔해요 치울것도 없구. (아 뭐래 아직도 정신 못차림 ㅋㅋ)
다예요님은 현재 상황에서 손가락 끝 하나라도 다치면 안되죠, 암암 꿈도 꾸지 마세요.

이게다예요 2008-03-18 16:20   좋아요 0 | URL
근데, 왠만해선 기절은 어렵잖아요.
가장 청순하고 깔끔하지만, 기절은 진짜 아무나 하는 거 아니더라고요.
친구 중에 몸집도 꽤 있는 아인데, 기절을 잘 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걱정보다 의아하게 여겨요. 이건 또 뭡니까. ㅋㅋ

nada 2008-03-1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 다들 그런 꿈을 꾸고 있었던 거예요?ㅋㅋ
전 좀 더럽긴 하지만 구토 때문에 뭇 사람들의 호들갑 세례를 받아본 적이 있어요.
죽을 거 같이 아픈 와중에도 관심의 중심이 되는 게 어찌나 달달하던지.
기절이 제일 깔끔하긴 깔끔해요. -.-

치니 2008-03-15 21:31   좋아요 0 | URL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으니까요. ㅋㅋ
하지만 구토는 흑, 힘들었겠어요.
그나저나 꽃양배추님은 감기 다 나으셨어요?
저 거기 가서 빨리 나아 글 쓰라고 협박해놓고, 바로 따라 걸렸잖아요.
이번에 아주 쎈넘입디다. 기운 잘 차리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