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이게 참 별 거 아닌거 같다가 별 거 일 때가 있다는건, 나 뿐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사안일 것이다. (아무리 초연하게 글을 쓰는 알라디너도, 즐찾이 어느날 갑자기 확 늘거나 확 줄면 약간은 흔들리지 않을까)

우선, 즐찾이라는 걸 하게 되는데 따르는 다중적인 잣대에 대하여 가끔 떠올리게 되는데... 사람마다 그 기준과 엄격함의 수위가 다르겠지만, 아무튼 자신만의 잣대가 없이 즐찾을 하게 되는 경우는, 강요에 의한(누가 강요를 하겠냐마는) 것 외에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도 그런 잣대가 있다, 그것도 아주 고집스럽게.

잣대라는 말이 너무 강하다면 취향이라고 해두자.

즐찾을 해두었는지도 잊게 할 만큼 업데이트가 없던 어느 서재에 오늘 글이 올라와서 '내가 왜 이 서재를 즐찾 했었나' 갸우뚱 하면서 그의 서재를 뒤적거려 보니, 전혀 유명하지 않은 그 서재에서 내가 온기를 느낄 만한 구석은 순식간에 여러모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꼭꼭 숨어 있는 서재들 중에서 내 취향 혹은 잣대에 딱 맞는 서재를 찾아내는 기쁨이란 사막에서의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언더그라운드 취향인 내가 저지르는 실수는 뻔한 것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타는 서재를 좀처럼 안 가는 것이 그것인데, 그런 서재의 글은 어찌 어찌 하여 내 눈에도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 난 유명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대로 읽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글이, 유명세를 탄다면 무조건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텐데도, '나만' 알고 있는 무엇이 되지 않는 것이 못내 별로인지라 그냥 슥 보고 말아버리는 거다.

그러다 어느날, 미련스러운 고집으로 탁해진 내 눈에도 그 유명 서재의 정말 멋진 글귀와 참을 수 없는 매혹이 기어코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항복한다. 이미 즐찾이 100을 훌쩍 넘겨버렸을 그 서재에 나 같은 사람 하나가 삐질삐질 추가 되는 거다.

하지만, 반대로 괜히 으쓱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나도 안 유명했던 시절에 내가 콕 찍어놓은 서재가, 어느날 꽤 유명해지는 경우. 그럼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으쓱, 거봐 내가 잘 될거랬지, 막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는거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난 글을 쓰는 사람을 도와주는 직업을 가졌어도 좋았을텐데, 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나 더 하게 된다.

아무튼 참, 쓸데 없는 생각 많이 하기 대회에 나가도 결코 지지는 않는 치니씨. 휴일은 늘 이런 식이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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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5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8-04-0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실 것 같아요. 마감 못지키고 도망다니는 작가들 찾아서 옆에서 지키고 은근히 압박하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중엔 오히려 고마워하게 되는 그런 귀여운 등장인물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유명서재는 '흥~'하고 안쳐다보게 되는 성향이..^^;

치니 2008-04-06 10:20   좋아요 0 | URL
누에님 서재를 찾았을 때의 기분, 지금도 생각 납니다.
같이 갈까나,라는 페이퍼 폴더를 봤을 때의 그 기분이요.
그 노래를 아는 사람이 제 친구들 빼곤 하나도 없었거든요.
가끔 세상은 참 넓지만,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만나게 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곤 해요.
누에님은 유명서재를 안 보실 지 몰라도, 유명 서재 알라디너님들은 누에님 서재를 보실걸요. ^-^

2008-04-06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6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8-04-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기 대회 2등은 저 주세요.ㅎㅎ
근데 구구절절 공감되는 글인걸요.
인기가 많은 님들 서재에는 댓글도 잘 안 달게 되어요.
'이 분은 나 아니라도 사랑 때문에 배가 터질 지경이실걸, 뭐.'
그런 새침한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도 사랑은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면서요.
샘이 나서 부르르 떨다가도, 또 비적비적 댓글 달구..ㅋㅋ
사랑의 빈익빈 부익부인가 봐요. -.-

치니 2008-04-06 13:03   좋아요 0 | URL
훗,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기 대회 열면 은근 경쟁이 치열하겠는걸요. 실은 저랑 1등을 겨뤄보자는 분이 이미 비밀글에 있었거든요.
맞아요, 유명 서재에 결국 즐찾을 추가해놓고도 댓글은 또 다른 망설임이죠.
내 보잘것없는 댓글을 읽으시기나 할까 막 그런 생각이...(그러다 몇날이고 제 댓글에 답이 없으시면 더 서운해진다구요, 쳇)
네 , 사랑은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 동감. 그래서 제가 꽃양배추님에게 맨날 업데이트 하라고 조르는 겁니다아.
샘이 나서 부르르 떨게 되지만 꼭 읽고 싶다구요.

이게다예요 2008-04-0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양배추님, 쳇!~
남 얘기하세요? 두 분다 진정 인기인이면서!
여기서 제가 샘이 나서 부르르 떨다가 다 읽고 댓글 달고 가요. 왜들 그러세요?ㅋㅋㅋ

치니 2008-04-06 20:18   좋아요 0 | URL
어, 이러시면 이게 다예요님의 글에서 제가 몇번이나 좌절하고 샘 냈는지 또 아니 말할 수 없죠.
솔직히, 처음에 찾아냈을 때, 이미 작가 생활 하시는 분인 줄 알았다구요.

2008-04-07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4-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마을에 뒤늦게 합류해서는 유명서재가 누구의 서재인지도 잘 몰라서 정말 유명하시다는 서재지기 분들을 혼자 뒷북으로 알고 그랬었어요- (지금도 '아니, 그분이 그렇게 유명한 분이셨어요?' 라는 새삼스러운 질문을 하기도 하는...)

치니 2008-04-07 08:27   좋아요 0 | URL
후후, 저도 오래 된 멤버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그래요.
하지만 무슨 무슨 달인이 되신 분들, 화제의 서재글에 올라오는 이름은 저절로 외워지죠.
심심할 땐 즐찾 해놓은 서재가 아니어도 화제의 서재글을 대체로 보거든요.
아무튼 알라딘엔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전부 다 즐찾을 하다간 제가 다 읽을 시간도 모자라요.

다락방 2008-04-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치니님. 저와도 같은 생각이예요. 저도 오히려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가서 제 흔적을 남기는게 더 좋더라구요. 위에 꽃양배추님 말씀처럼 이분은 나 아니어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걸, 하는 것과 같달까요.

그래서 이 페이퍼에 무척 공감가네요. 흣.

그리고 이 문장두요.

하나도 안 유명했던 시절에 내가 콕 찍어놓은 서재가, 어느날 꽤 유명해지는 경우. 그럼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으쓱, 거봐 내가 잘 될거랬지, 막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는거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어떤 서재는, 지금처럼 나만 알기를, 하는 독점욕도 생겨요, 저는. 흣 :)

치니 2008-04-07 14:53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님. 제가 가는 거의 모든 서재에 출몰하시는 다락방님. 실은 다락방님 서재에도 여러번 갔지만 댓글 한번 못 썼더랬죠.
인기인, 이시잖아요!!!
(예: 화제의 서재글을 클릭하면 어김없이 뜨더라는. ㅎㅎ)
나만 알기를 원하는 서재, 있죠. 하지만 제 안목이 워낙 출중한지 (엣헴ㅋㅋ) 그 서재들은 반드시 빛을 발하여 눈길을 끌더라구요.

가시장미 2008-04-0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세 서재가 있나요? 으흐흐 그런 표현을 들으니, 그런 서재가 궁금해지네요 :)
전 개인적으로 즐찾을 할 때, 자신의 삶의 이야기나 책에 대한 혹은 어떤 사안에 대해 솔직하느냐, 주관적인 자신의 시각을 갖고있느냐를 고려하는 것 같아요.

진정성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의사소통을 하고 고류를 하는 공간인데.. 진정성이 없다면 그것만큼 공허한 고류도 없지않을까해요.

그런의미에서 치니님의 서재도 언젠가. 즐찾을 했다는거죠.
으흐 앞으로 자주 뵙도록해요!

치니 2008-04-08 13:2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도 유명하신 걸로 아는데요, ^-^
저 역시 비슷한 거 같아요, 글을 잘 쓰는 알라디너들은 엄청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솔직하고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글에 더 매혹 당하는 편이죠.
또 나도 모르게 맡게 되는 그 사람만의 냄새가 ... 있는데, 그게 좋을 땐 망설임 없이 즐찾! 근데 그 냄새가 뭐냐고 구체적으로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자주 찾아주실 거라니, 감사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