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는 나쁜 작가가 몇 있다. 우선 마감을 안 지킨다거나, 잠수를 탄다거나 하는 종류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글을 잘 써오면 좋은 작가다(편집자들은 대체로 쉬운 사람들이다). 근데 그래 놓고도 엉망인 글을 보냈다면? 그냥 계속 잠수 타시지....

 

2. 세상에는 나쁜 작가가 몇 있다. 예술합네 하면서 현실감 없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작가들이다. 물론 글을 잘 쓰고 그러면 좋은 작가다(다시 말하지만 편집자들은 정말 쉽다). 근데 정말 현실이라 믿어지지 않는 글을 써 왔다면? 예술을 하세요, 예술을.

 

3. 세상에는 나쁜 작가가 몇 있다. 출판사는 악이고(왜냐면 회사라서) 편집자는 제 글도 아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다. 역시, 글을 잘 쓰면 괜찮다(대부분 편집자들은 원고 앞에서 인격이 없다). 근데 글을 개판으로 쓰면서 그런 소릴 한다면? 생략할게요.

 

간만에 짜증 나는 작가가 등장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결국 "내 주변 사람들은 안 이상하다던데? 그리고 니가 암만 열심히 읽고 얘기해줘 봐야 이건 내 글이니까 내 맘대로 할 거야."로 번역할 수 있는 문장들로 채워진 메일을 받았다. 그럼 뭐 하러 책을 내세요? 댁에서 프린트해서 주변 사람들이랑 재밌게 읽으시지. 기분 잡친다. 나는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편집자이지, 잔소리꾼도, 작가의 하청업자도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네꼬 씨는 게으른 회사원일지언정 친절하고 자상한 편집자. 원고의 좋은 점을 크게 보고 그걸 살리는 방향으로 고쳐가길 권하는 편집자. 맞춤법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표 안 나게 바로잡아 주고  다시 틀리지 않도록 무안하지 않게 가르쳐주려 노력하는 편집자.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책이 나오고 나면 혹시 누가 뭐라고 해도, 마지막까지 책 편을 들어주는 편집자. 그런데 이런 경우엔, 무참한 편집이 뭔지 보여주고 싶다. 그래, 원고는 뭐 수정 안 해도 된다. 내가 당신의 현실감 없는 맞춤법을 안다. 교정지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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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2-2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대체적으로 작가라면 `현실감 없는 맞춤법`과는 거리가 멀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고정관념인가? `현실감 없는 맞춤법` 이런거는 나한테나 어울리는건데...

에이..너무하다. 현실감 없는 맞춤법에 글도 못쓰면서 네꼬씨 속이나 벅벅 긁고 기분 잡치게 하다니..작가라고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작가여도 기본적인 예의는 갖출줄 알아야죠.


내가 작가였으면 좋겠다. 네꼬님같은 편집자 만나서 말 잘듣게. 화 풀어요, 응?

네꼬 2011-12-21 15:49   좋아요 0 | URL
맞춤법은 세속의 문제니까 틀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예의가 없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너무너무 피곤해졌어요. 속상해.

2011-12-21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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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12-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아 옹!! 학학 (화난 고양이)




네꼬 2011-12-22 09:54   좋아요 0 | URL
으아, 나 대신 레와님이 큰 소리 내주니까 짱 좋아요!

치니 2011-12-2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하고 다정한 네꼬씨가 이런 글을 쓸 정도라면! 우이씨. 심해도 너무 심했나 보다.
에쿵, 우리 네꼬님 화이팅!!!

네꼬 2011-12-22 09:56   좋아요 0 | URL
응 근데 이렇게 쓰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나아요. 이제 다시 일할 수 있겠어요. 그나저나 [기타 보이] 넘 멋져요. 꺅. 내가 막 뻐기고 싶어요. 나 아는 사람이 번역했다! 하면서요!

HAE 2011-12-2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저는 고작 논술첨삭 몇 번 해봤지만요.
막 애들 의도를 상상해서 `이렇게 어때, 저렇게 어때` 하는데도 진이
빠지더라구요.

고집쓰다가, 말꼬리 잡다가,
급기야 인신공격 비스므리한 것까지 하는 놈들 답안지에는
뻘건 사인펜으로 X자를 크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욱욱..-.-;

`교정지에서 만나자` 대목에서
황야의 무사( 칼대신 빨간펜을 찬-네꼬 님)를 상상했어요.
`교정지`를 갑으로 삼아 으쌰으쌰 하세요!


네꼬 2011-12-22 09:58   좋아요 0 | URL
우와 한걸음씩님! 저한테 엄청 위로해주신 거예요. "교정지"를 갑으로 삼아..라니! (저도 이따금 콱 구겨버리고 다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교정지를 만납니다. ㅠㅠ) 논술첨삭도 엄청 스트레스 많이 받죠. 전 언젠가 울 뻔하기도 했어요. ㅠㅠ

... 2011-12-2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글 잘쓰면 모조리 용서가 되는군요. 끄덕끄덕.
네꼬님은 속상하셨겠지만 이 페이퍼는 너무 재미있는데요? (아이고, 죄송) 종종 편집자일기 써주세요!

네꼬 2011-12-22 09:5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은 저를 암만 괴롭히셔도 제가 야들야들하게 굴 거예요. 왜냐하면 글을 잘 쓰시니까요. 편집자일기는 안될 말이에요. 제 입에서 뱀과 두꺼비가 나올 테니까요;;

2011-12-2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1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1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2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12-2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정말 무섭고 비장합니다 :)
그나저나 친절하고 자상한 편집일기, 이런 책 한 번 만들어보세요.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것과 좀 다른 컨셉으로요~!

네꼬 2011-12-22 10:11   좋아요 0 | URL
근데 의외로 별로 안 고치고 막 그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위에도 썼지만 편집일기라니 당치 않아요. (등 돌릴 작가들이 너무 많을 거예요.... 왤까요? ㅎㅎ) 이건 딴 얘긴데요, 어제는 너무 속이 상해서 수첩에 도표를 그려봤어요. 편집자를 가운데 두고, 내가 누구 누구랑 일을 하나 써보는 거죠. 글 작가, 그림 작가, 조판자, 디자이너, 영업부, 제작부, 경리부... 그리고 언제나 제가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왜 이 직업을 택했을까요. 잉 편집자 빼고 다 갑이야. ㅠㅠ (이걸 왜 굿바이님한테...?)

무스탕 2011-12-2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이 화가 나서 야~~~~~~~~~~아 옹!! 을 외치셨으니 전 진장 화난 고양이처럼
잇날을 내보이며 하~~~~~~~~~~악질을 날려드리죠.

네꼬 2011-12-22 10:12   좋아요 0 | URL
어머 깜짝이야. 무스탕님이 하악해주시니 마음 든든합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요. 하하.

2011-12-21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2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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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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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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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12-2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이 글을 쓰셔야겠어요. 맞춤법은 세속의 문제라는 말 너무 근사하네요.

네꼬 2011-12-22 10:16   좋아요 0 | URL
세속의 문제 맞춤법 때문에 저는 늘 머리에 쥐가 나요. ㅎㅎㅎ (진짜임)

Mephistopheles 2011-12-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귀여니가 신작을 내나요??

네꼬 2011-12-22 10: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후련해요, 괜찮아요. (?)

또치 2011-12-2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악~! 말만 들어도 발톱이 세워지네그냥!!!

네꼬 2011-12-22 10:17   좋아요 0 | URL
으앙. 언니 생각 많이 했어요. ㅠㅠ (내가 자세히 쓰면 언니 또 목 잡으심.)

2011-12-22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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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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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12-2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네꼬님, 저도 브론테님이랑 동갑. 편집자 네꼬님은 정말 멋져요. >.<

네꼬 2011-12-22 10:21   좋아요 0 | URL
으왕 저보고 멋지다고 하니까 저는 그냥 좋아할게요. (완전 뻔뻔하구나.) 저 화 풀렸어요, 이제. 헤헤.

moonnight 2011-12-2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하고 웃고 말았어요. 원고 앞에서는 진짜 쉬운 사람이 되어버리는 편집자 부분에서요. 죄송해요. ㅠ_ㅠ
그 작가라는 사람, 진짜 웃기네요. 맞춤법도 안 맞는 글을 좋은 책으로 만들어보려는 네꼬님 속을 그렇게 긁어놓다니 저도 막 화나요. 진짜, 태그의 비장함;을 작가도 느껴야할텐데 말이죠. 애구. 힘내세요. 토닥토닥;;

네꼬 2011-12-22 10:2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은 꼭 이상한 데서 웃더라. =_=

고마워요 문나잇님. 저 화 내고 나니까 기분 좋아졌어요. 사실 이 페이퍼 써 놓고 조금 쫄아서 계속 친구한테 막 물어봤거든요 나 이상해? 하고. 친구가 일단 더 화 나서 쓴 거니까 그냥 둬도 된다고 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이렇게 친구들이 막 같이 화내주니까 좋아요. 이제 괜찮아요. 해해. (쉬.. 쉽다.)

마늘빵 2011-12-2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빠요.나빠요.그런 저자 나빠요.나두 2탄 써야지.고양이를 못갈게 굴다닛.

네꼬 2011-12-22 10:27   좋아요 0 | URL
올치올치올치 아프님 잘 지내요? 가끔 트윗 보고 있어요!

네꼬 2011-12-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편 되게 많다!

moonnight 2011-12-22 11:53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그 작가는 네꼬님 앞에 바짝 엎드리기 전에는 밤에 잠 못 잘 거에요. (네꼬님 팬들이 빙의한) 분노에 찬 고양이들로 가득한 꿈을 밤마다 꿀 거니깐요. 나는 나는 네꼬님 편. 이렇게 사랑스러운 편집자라닛. 저도 네꼬님의 작가가 되고 싶어요. >.<

2012-01-04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