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갔다가
아침에 나갔다가. - 2
아침에 나갔다가 -3
아침에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몇년째 이런 날 신세지고 있는 패딩코트(털이 다 빠졌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으로 고민한다.
내 직장은 내 차로는 20분, 대중교통으로는 한 시간 거리(20분간격 버스 한 대가 돌고 돌아).
이런 날은 거기에 곱하기 2쩜5.
관리소장님이 차는 안 된다고 하신다.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발이 푹푹 빠진다. 내가 무슨 토끼냐, 고양이지.
그래도 조용히 다시 들어갈 수가 없는 신세.
큰길에 나오니 버스는 아까부터 0분후 도착한다고만 한다(안 올 거란 얘기예요).
이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울면서 걸어가 결국 간신히 카풀.
출발 두 시간 만에 회사 근처로 들어오는 길에 군부대가 보인다(실제로요).
60만 국군장병 꼬꼬마들의 마음 속에도
거대한 빙하 협곡 하나씩 생겼겠구나.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
이상 전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