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잘 하기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데서 기쁨을 얻고, 실제로 '건강한' 사회를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에 비해 내가 이따금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유는 단순하다. 1)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먹기 위해서. 2) 각별히 좋아하는 재료를 듬뿍 넣어 (역시 양껏) 먹기 위해서. 끝.
예를 들어 (나는 이런 예 들기가 진짜로 너무 정말 굉장히 좋다) 샤브샤브는 식당에서 먹을 때마다 고기가 너무 적었고, 고기를 건져 먹을 때마다 일행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고기를 추가주문 하려면 누군가의 '칼국수도 먹어야 되는데 많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들어야 했다(참고로 내 머릿속의 샤브샤브에는 칼국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동네 정육점에서 샤브샤브 고기를 사다가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먹는 순간, 이제 다시는 식당에서 그 값에 샤브샤브를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전체 양과 부분 재료 양을 모두 만족시킨 경우다. 그밖에 음, 꽁치를 실컷 먹기 위해 김치찌개를 내 식대로 끓인다거나 양파 반 고기 반인 닭볶음(꿈의 요리죠)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다거나 하는 식. 이렇다 보니 척 보기에도 만들기가 어렵겠다거나 한두 번 시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별로 주저하지 않고 결론을 내린다. "이건 사서 먹자." 이 리스트에는 잡채 만두 동그랑땡 등이 있는데, 오늘 여기에 메뉴가 하나 추가 됐다. 바로 고로케다. '크로켓'으로 대체될 수 없는 바로 그 고로케.
껍질 벗긴 감자를 삶고 으깨고 양파와 멸치를 볶고(양파와 가루 멸치가 듬뿍 들어간 고로케를 만들자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어요) 온 부엌을 밀가루 천지를 만들면서 마음을 다하고 성의를 다하고 나중에는 거의 애원하는 심정으로 요리에 임했으나 결과는 대실패. 결과물에 대해 자세히 언술하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데 맛있는 고로케는 어디서 사 먹어야 되나? 양파와 멸치는 아니더라도, 어린시절 시장통 도나스 가게에서 아저씨가 튀겨 내주던 뜨겁고 느끼하고 고소한 고로케(천 원에 몇 개 이렇게 팔았지요)는 아니더라도 괜찮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낱개 비닐 포장된 '크로켓'은 먹을 수 없다. 어쩌면 오늘의 충격으로 고로케와 영영 작별할지도. 맛있는 고로케 가게를 알고 계신 시민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