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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국어사전 (2025년 최신판) - 초등 국어 교육의 시작, 3차 개정판 ㅣ 보리 어린이 사전 시리즈
토박이 사전 편찬실 엮음, 윤구병 감수 / 보리 / 2025년 3월
평점 :

오래전부터 곁에 두고 싶었던 책 중에 하나다. 80~9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는 사전에 대한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다. 두께도 두께지만 깨알처럼 적혀 있었던 사전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쓰고 또 쓰면서 암기했던 기억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고통의 순간이었지만 알고 보면 그때 익혔던 지식들이 모여 확장된 개념을 만들어갔고 좀 더 나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했다.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는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낼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없는 것이 진실이고 진리다. 따라서 초등학생을 비롯한 성인에 이르기까지 불변하는 사실은 지식의 바탕 위에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전을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다. 아니 대부분일 거다. 하지만 창작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말 어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수고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어디에선가 찾아내고 발견해 내야 하는데 사전만큼 정확한 안내서가 없다. 물론 손안에 든 핸드폰으로 얼마든지 어디에서든지 유용하게 검색 기능을 통해 사전적 지식을 뽑아낼 수 있지만 편리함 속에는 디테일한 유혹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본질을 벗어난 다른 것에 집착하고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있다. 본말이 전도된 모습으로 유용한 도구가 순간 방해 요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창작의 시간, 고도의 짜임새 있는 지식을 발견해야 하는 시간에는 초고도의 집중이 필요하고 샛길로 빠져나가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상 위에 두꺼운 사전을 곁에 두고 싶어 했다. 오래전부터.
이삿짐을 싸면서 두고두고 후회했던 것은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어 폐지함에 버렸던 여러 사전들이다. 손때가 묻어 있고 정겨움이 배어 있던 사전들이다. 영한사전, 국어사전, 옥편까지. 이제 이것들은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보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부피가 나가고 둔탁한 느낌이 들더라도 작업대 겸 다용도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 위에 떡 하니 사전 하나는 올려 두고 필요할 때에는 어휘 순서대로 찾아보며 낱말에 담긴 설명을 곱씹어 보고 음미하며 의미를 깊게 드려 마시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보리 출판사가 발간해 낸 1600여 쪽에 해당되는 『보리 국어사전』을 거머쥐게 되었다. 신간이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품에 끼고 들춰볼 수 있을 것 같다.
검색해 보면 다 아시겠지만 『보리 국어사전』의 특징은 곳곳에 손수 그린 세밀화가 약방의 감초처럼 있다. 초등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겠지만 사실 청소년, 청년, 심지어 성인에 이르기까지 어휘의 설명만으로는 연상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참 많다. 야생화라든지 우리 고유의 낱말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뭔가가 필요했다. 바로 그림인데 그림 중에서도 연필로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라 한 올 한 올 실오라기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살아 있는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한글 학회 분들은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놓으셨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말을 집대성하여 우리말 큰 사전을 만들고 후손들에게 널리 전하여 준 것이 오늘날 우리의 국어사전의 시작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가능한 사전이지만 사전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되살린다면 가정마다 국어사전 하나만큼은 보란 듯이 소장하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역주행하는 사전을 활용한 쓰임들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