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사자 와니니 ㅣ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평점 :

정글의 법칙은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질서 있다. 초원의 법칙이라고 통한다.
'대가를 치르면 더 이상 죄를 묻지 않는다'
깨끗하다. 사람보다 더 인간적이다. 내침을 당할 때 주저함 없이 승복한다. 서로의 특성에 따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와니니와 같은 사자들에게도 엄격한 규율이 있다. 암사자와 수사자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함께 거두어 산다. 다만 지나친 욕심으로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특이한 존재가 나타날 경우 그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
약한 존재는 어느 집단에서든 늘 있기 마련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약한 존재를 어떻게 대할까? 집단의 안정을 위해 가차 없이 쫓김을 당한다. 냉혹하게 보인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 주저함 없이 우두머리는 선택한다. 우두머리의 고뇌이기도 하다. 와니니와 말라이카, 잠보와 아산테도 집단에서 쫓김을 당한 케이스다. 그들 스스로 생존하지 않으면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약한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참 척박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겉으로는 약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들 나름대로 돋보이는 장점이 있다. 예민한 청각과 후각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한다.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집단에는 저마다의 개인적 특성이 있다. 약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점을 보고 강점이 살아나도록 토닥거려 준다면 충분히 집단 안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동물의 세계가 아니기에 가능하다.
최재천 교수는 『통섭의 식탁』에서 사람 본연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은 우리의 협동은 물론 이 지구 생태계에 함께 사는 모든 생명과의 공생을 우리 삶의 최대 목표로 삼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84)
암사자도 사냥감을 두고 일정 부분 배를 채운 다음에는 다른 동물들이 먹을 수 있도록 과감히 양보한다. 생태계의 먹이 피라미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한다. 동물들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쇠똥구리가 없다면 생태계가 정화되지 않는 것처럼 정글에서는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칙을 깨뜨리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부터 혼란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