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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평점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인생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나태주 시인이 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시로 전달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라는 말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터인데 누구에든지 위안과 푸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간곡한 부탁과 애잔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제1부 그래도 괜찮아, 제2부 너무 애쓰지 마라, 제3부 지금도 좋아, 제4부 천천히 가자의 목차를 보면 알다시피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실패도 해가 지기 전까지만 기억하고 해가 뜨면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터니 깨끗하게 잊어먹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시인은 1945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여든을 넘긴 노시인이다. 그의 시가 이야기로 들려온다. 나이가 들면 먹고 싶은 것도 식욕이 떨어지니 먹고 싶을 때 실컷 맛있게 먹으로라는 이야기가 뼛속 깊게 새겨진다. 치과를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하는 말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깃들어있다. '잇몸이 내려앉고 있네요', '치간 칫솔 사용하셔야 됩니다'라고 갈 때마다 말씀하신다. 치위생 선생님도 거울을 보여주며 치간 칫솔을 사용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오랫동안 써야 하기에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가자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았던 말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직장 생활 속에서 천천히 가자는 말은 용납될 수 없는 말이었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채찍을 가열하게 휘두르며 무서운 속도로 완벽하게 맡겨진 일을 해 냈던 이삼십 대 청춘. 그때는 그게 가능했던 나이였지만 50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는 이제야 천천히 가자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제는 나이를 떠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 환경에 따라 천천히 기다려주는 것이 리더의 품위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한다고 해서 지붕이 무너질 것도 아닌데 괜히 서둘러서 인심 잃는 어리석은 모습으로 살아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지금도 좋아,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나에게 맞는 현실 감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뒤를 돌아보며 함께 지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할 여유를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래도 괜찮아, 너무 애쓰지 마라, 지금도 좋아, 천천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