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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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단 한 번의 삶만 살아간다. 공평한 듯하지만 불공평하기도 하다. 누구는 금수저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기에 이생의 삶이 만족스러운 듯 보인다. 누구는 흙 수저도 아닌 수저 없이 태어나 천신만고 끝에 겨우 자리를 잡고 살아가니 그들은 또 다른 삶이 있기를 바란다. 단 한 번의 삶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신작 『단 한 번의 삶』을 통해 작가가 그동안 단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흥미롭게 읽어보게 된다. 나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살아간 부분에서는 잠시 눈 길을 문장에 멈춘다. 긴 호흡으로 내 삶을 뒤돌아본다. 태어난 가정환경은 말 그대로 태어났기에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다. 부모도 그렇다. 좋든 싫든 태어나면서 맞닥뜨려지는 환경에서는 순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차차 머리가 굵어지고 내 가치관이 슬며시 들어서는 시기에는 비판적 시각과 함께 정상적이라고 불리는 경로를 이탈하고픈 충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술을 마셔 보는 것은 기본이며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불손한 행동도 용기 내어 해 본다. 실패도 맛보지만 젊음 앞에서는 지나가는 하나의 경험일 뿐이다. 그래서 젊음이 좋다. 작가의 말마따나 나이 들며 젊었을 때 누렸던 모든 것이 그저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절실히 느낀다. 잇몸이 내려앉고 음식물 씹을 때도 신경을 쓰며 먹고 더구나 한 번 쌓인 피로는 오랜 시간을 지나야 회복되니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가는 시기에는 건강조차도 애써 노력해 얻는 부산물임을 깨닫는다.

정해진 경로를 쫓아 성공과 부를 거머쥐면 좋겠지만 단 한 번의 삶 속에서는 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듯싶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에도 내가 의지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암만 노력해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 있다.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면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곧 겸손의 모습이라는 것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알게 된다. 젊었을 때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이런 면에서 참 좋다.

『단 한 번의 삶』이 인생의 회고록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더 늦은 나이에 기록했더라면 나았을 을 걸하는 아쉬움을 작가가 이야기하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닫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읽을 수 있으니 작가에게는 손해가 되겠지만 평범한 우리네에게는 금과옥조의 명언처럼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교조적이거나 명시적으로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잔잔한 파도 물결처럼 가슴 깊숙이 묵직한 감동이 스며든다.

단 한 번의 삶을 이렇게 살았다고 자랑하듯이 쓴 글이 아니라서 평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단 한 번의 삶을 회고할 때다. 유창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내 삶마다 의미를 담기 위해 생각의 칼날을 예리하게 할 필요는 있을 듯싶다. 읽고 쓰는 삶이 예리한 시선을 갖게 해 준다. 생각하며 살게 해 준다. 단 한 번의 삶을 살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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