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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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평 남짓 햇볕이 들지 않는 북향집 작은 서재 안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우쭐할 수 있는데 여전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칩거하며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낸 위대한 문학성에 혀를 두르게 된다.

북향으로 난 단층집에서 희소한 햇볕으로 식물을 키워내기 위해 거울을 활용하고 식물의 생장 일기라고 할 수 있는 '정원일기'를 쓴다. 하루에도 시집 한 권, 소설 책 한 권을 읽으며 보내는 바쁜 작가의 삶 속에서도 빠짐없이 정원일기를 적어간다. 작품의 연속성상 안에서 그가 쓴 일기는 생각을 모으는 과정일 테이고 더 나아가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그만의 방법일 것 같다.

작품을 구상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그 또한 오랜 작업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산책을 한다. 산책하는 과정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다시 정돈한다. 그가 작품을 구상하는 방법에는 독특한 모습이 눈에 띈다. 작품 속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몸으로 느껴본다.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실제 인물이 된다. 작가는 나와 다른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시대의 결여된 부분을 다시 소환하는 작가의 소리 없는 외침이 위대해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 사람의 내면에 깃든 아픔과 상처를 도려내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하는 안목은 사람에게 오로지 집중할 때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본질 그 자체다. 쓸모없으면 잊히는 대상이 아니라 고유의 특성을 지닌 살아있는 생명체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작가의 작품에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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