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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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동서고금을 통틀어 죽음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한 사람은 없다. 수 많은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이 정답일 수가 없다. 죽음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느낌, 고통과 슬픔처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과연 죽음이 모두 비관적이고 어두운 것일까? 저자는 문학 작품 속에서 발견한 등장 인물들의 죽음을 철학적으로 논한다. 문학 작품은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실제 인물을 토대로 쓴 이야기도 있다. 이 책에서는 제목만 보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봤을 14개의 문학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독자들에게 새롭게 많이 읽힌 <페스트>도 언급하고 있다. 흑사병이라고 하는 페스트 전염병이 오랑이라는 도시를 휩쓸 때 사람마다 취하는 태도가 달랐다. 특히 죽음이 임박해 왔을 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등장 인물마다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저자가 주목한 인물이 주인공 의사 '리외'가 아닌 시청 공무원 '그랑'이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모두가 두려움과 상실감으로 하던 일들을 팽개칠 때 '그랑'은 늘 하던대로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청의 업무를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수행한다. 거기다가 자원봉사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이 평화로운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정신인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비상시국에서도 해냈다. 죽음의 그늘 속에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이처럼 죽음은 사람들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게 한다

 

죽음 앞에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지금 죽어도 손해 볼 것 없는 사람이라면 죽어가는 과정 속에 느끼는 고통 외에는 그다지 아쉬움이 적을 수 있다. 반면 부와 명예,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죽음을 피해보고자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건강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이상해 질 수 있다. 자유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뿐일까? 명예도 권력도 주어지는 것이지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죽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누가 죽음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 가능할까? 물론 자살, 자발적 죽음 등은 예외로 치고.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을 아실 것이다. 짐승보다 못하게 죽어간 죽음의 수용소에서 기적과 같이 그는 살아남았다.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매일 생각했다' 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이 그를 죽음에서 살려낸 것이다. 육체적 고통, 정신적 혼란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사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깨달은 바를 발전시켜 그는 '의미치료'라는 로고테라피 의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생텍쥐베리의 죽음에 대해 저자는 위대한 죽음이라고 칭송한다. 왜 그럴까? 생텍쥐베리는 작가이면서 비행 조종사였다. 우편배달업무도 비행기로 했다.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을 했을 때 나흘 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구출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왕자'는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어진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은 마찬가지로 대서양을 비행 하던 중 엔진 고장으로 연락이 두절된다. 생텍쥐베리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던 것은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었다자신이 하는 일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위험을 무릎쓰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강행했다는 점이다. 

 

마직막으로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위해 자신을 열어 놓으라고 한다. 일명 '자발적 인질' 이 되라고 말한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 오던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타자의 인질로 볼 때 가능하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타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어야 인질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도 마지막까지 환자를 돌보며 아기를 낳겠다고 결심한 30대 젊은 의사의 실제 이야기는 가슴 뭉쿨하게 한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녀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태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모의 이야기는 죽음을 아름답게까지 한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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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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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가 꼭 필요합니다" (27쪽)

 

직장인이라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아마도 주말, 휴가 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학을 손꼽아 간절히 기다립니다. 번아웃이 되기 전에 간절한 쉼을 몸이 먼저 알아서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학기 중에 휘몰아치듯 살아갔기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입니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다양한 일들이 교실 속에서 일어나고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와 교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어려움도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학교 생활에서 수업 때문에, 업무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맘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죠. 육아와 가사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가족들 때문에 더 힘든 것처럼요. 학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화하면서 맘을 터 놓고 싶은데 막상 주위를 돌아보면 얘기 할 대상이 마땅히 없어보입니다. 서로가 바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동료 교사도 그렇지만 교장, 교감은 대화 파트너로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마도 교장, 교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교무실에 붙잡히면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듣게 되고 혹이라도 하나 붙이게 되니 가능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잘 아느냐고요? 저도 작년까지 교사였기 때문에 아직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교감이 되어보니 교실 안에도 함부로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구요. 제법 편한 곳이 있다면 교무실 제 책상 주위 일뿐입니다. 괜히 행정실이라도 빼끔 들어가보면 모두 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뻘쭘해 집니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걸어다닌다는 게 운동장 주변, 건물 주변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고독해 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 가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선생님이 조언해 줍니다.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는 어떤 문화일까요? 마음으로 공감하며 진정으로 위로해 주고 어려움 앞에 함께 고민하는 문화겠죠.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해봅니다.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위로해 주는 대상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학교 안에서 누가 누구를 과연 위로해 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가 바로 교감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로해 주는 교감, 어려운 일에 앞장 서는 교감. 말은 쉬운데 실천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어려운 일을 못 본 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한 듣고 마음을 같이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기존의 문화에 있는 사람들은 아는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4쪽)

 

교감이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처방전입니다. 구조화란, 자세히 분석해서 누구라도 읽기만 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게 하는 과정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라며 전달하거나 이 정도라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넘겨 버린다면 새로 전입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들은 난감해 할 것입니다. 소위 '눈치'가 없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감의 수준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몰라요?', '아니, 관련 공문을 공람해 주었는데 못 보셨어요?', '학기 초 회의 때 얘기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지적질을 한다면 이게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전달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Z세대 교사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관계라고 합니다. 직장 문화라고 합니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것입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91쪽)

 

깊히 공감하는 내용이죠? 나는 대화를 했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면 그게 과연 대화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화는 두 개의 귀를 열어 잘 듣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닫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기 위해 눈에 초점을 맞추고 귀를 열어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감이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 내 교감과의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단시간 안에 갑자기 대화의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합니다. 교감이라는 역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기때문입니다. 최대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합니다. 대화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감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대화할 시간이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바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교감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책임있는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기본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을 읽으며 교감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위로하는 교감, 친절한 교감, 경청하는 교감말입니다! 셋 중에 하나만 실천하려고 노력해도 지금보다도 더 만족스러운 교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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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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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팀 안에 다른 사람(부모님, 친구들, 익명의 타인 등)을 넣지 않을 만한 사람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성인으로서 자신이 새로 구성할 가족과의 유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과거 양육자와 적절한 분리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32쪽)

 

나에게 딸이 있다. 만약 딸이 결혼할 배우자의 가치관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딸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지금 나는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허락해 주는 사람인가? 한 팀으로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며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쪽인지. 감사하게도 나는 결혼 하기 전 나름 결혼 후 가정을 어떻게 꾸릴 지 소그룹 안에서 책으로 공부하고 함께 토의한 경험이 있다. 그때 가장 원칙으로 삼았던 것 중에 하나가 결혼 후 꾸릴 가정 안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의사결정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 가정의 경제권은 무조건 아내에게로 일원화한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가 계시지만 결혼 후 가정에서 가장 많이 대화할 사람은 아내다 등등의 방향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고의 중심에는 남성 우위의 가치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생활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 나타났다.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 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앞으로 딸이 결혼할 배우자가 이런 사람이면 좋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내가 이런 모습이 되어야겠지만. 

 

"상대를 2D(평면)가 아닌 3D(입체)로 이해하는 일, 어떤 순간의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로 인식하지 않는 것, 상대방이 나와 잘 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거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중요합니다. 나에게 꽤 소중한 관계를 순간의 판단으로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45쪽)

 

여자들이 남성 직장 상사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중에 하나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배신감이다. 평소에는 존경스럽고 신뢰가 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일은 직장 안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남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직장 안에서 사람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거나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평가해서도 안된다. '상대방이 나와 잘 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거나 ' 일 수 있지 매번 모든 일에 나와 잘 맞을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직장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해 나갈 수 있겠다 싶다. 

 

"관계의 지속 요건은 '함께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94쪽)

 

직장 안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첫 인상이 오래간다. 나는 꽤 맞춰 가는 성향이다. 나의 공간을 잘 내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지치는 경우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내가 만나는 사람은 또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지속성이 자동적으로 뒤따른다.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결은 회복탄력성이다. 내 자신의 임계점을 알기에 적절한 관계 지점을 정해 놓는 것이다. 한국화의 미는 여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뭔가 꽉 찬 그림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여백이 있을 때 보는 사람도 한결 마음이 편한다. 직장 안에서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공간을 인정해야 한다.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내 스스로 건강함을 유지해기 위해 여분의 공간을 챙겨야 한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내 정신 건강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퍼주다 보면 고갈된다. 고갈 될 때까지 퍼주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함께 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폭발해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감정 내성(affect tolerance)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감정 내성이 높을수록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내면에 잘 담아둘 수 있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극에도 유연할 수 있습니다" (102쪽)

 

사소한 일에 폭발해 버릴 경우에는 사전 징조가 있었을 것이고 참다 참다 못해 끝내 감정을 폭발해 버린 상태일 것이다. 자신의 감정 내성이 어느 정도인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 내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결혼 초기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다보니 어찌어찌 생활하다가 결국 감정이 폭발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약자인 아내에게서 많이 일어난다. 원인 제공은 물론 나였다. 육아와 가사, 시어머니와의 관계, 직장 일까지. 지금에서야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위험한 수준까지 다다른 적이 많았다. 감정 내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잘 생활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분출되면 그동안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린다.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격이다. 리더의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감정 내성을 탄탄히 지켜내는 것이 좋겠다. 

 

"거절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쫓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세요. 이것을 기억한다면 '거절=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거절에 대한 감수성을 바꾸면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어요" (126쪽)

 

대부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왠지 거절이 반대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번이고 계속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받아들이다보면 결국 힘들어지게 된다. 힘들어지는 관계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상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거절한다고 해서 결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거절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겠다. 거절은 반대가 아님을. 거절은 사람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 해당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표시다.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거절 받았다고 해서 자존심 상해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확실한 의사표현은 관계를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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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시간 - 40일을 그와 함께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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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작가는 일년에 한 번 쯤 나를 되돌아볼 시간으로 '예수'를 지목했다. 정치적 위험 인물로 낙인 찍힌 예수는 당시 로마의 지배를 당하고 있던 유대 지역에서 안팎으로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로마 식민지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라는 명령을 받은 유대 총독 헤롯은 예수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30년 넘게 통치자로 군림하며 그의 정적을 제거하기에 혈안되어 있었다. 헤롯은 급기야 예수의 탄생시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시 1~2년 된 남자 아이는 모조리 학살한다. 예수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조그만한 베들레헴 땅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예수는 고향을 떠나 방랑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예수가 복음을 전하기 전부터 여러가지 유혹이 끊임없이 그에게 다가왔다. 권력, 인기, 재물 등 인간이라면 한 번 쯤 빠질법한 것들로부터 예수는 단호히 거부하며 제 갈길을 걸어간다. 천국 복음을 전하는 일이 그의 사명이었으며 가는 곳곳마다 소외된 자들, 병약한 자들, 고통에 빠진 자들을 품고 긍휼히 여겼다. 성경의 4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는 그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회력에 따르면 예수의 부활 전 40일을 사순절로 지킨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기억하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간이 된다. 인간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를 기억하며 우리의 삶이 행여나 탐욕으로 가득차 있지 않는지, 성경의 진리를 놓치고 내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이 땅에 내가 태어난 이유가 오직 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며 가난한 이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이들,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품고 살아가야 될 것임을 다시 고백하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에 사순절 기간은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경건한 삶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어제 존경하는 분을 아내와 함께 찾아뵙고 왔다. 현직에 계셨을 때도 늘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위를 챙기며 살뜰하게 삶을 살아내고 계신다. 놀라운 사실은 그분이 거처하고 계시는 집 구석구석에 기도책상이 놓여져 있고,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다락방에서 그분은 늘 말씀을 읽고,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무릎으로 살아내고 계신다. 군불을 피워 따뜻한 구들장이 있는 구석방에도 여전히 기도책상과 성경은 한 세트가 되어 가지런히 놓여져 있고, 자신이 살아온 삶 모두가 그분의 은혜임을 고백하고 있다. 인사 차 들른 그분의 댁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으로 점심도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아픈 이들, 상처 난 분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들려 주시는 말씀보다 그분의 삶을 보며 도전받고 감동받으며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사순절,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기 전 우리는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할까?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챙기며 새벽마다 기도책상에 무릎을 꿇고 말씀에 의지하여 기도하는 그분의 삶대로 살아가는 것이 곧 사순절을 맞이한 나의 각오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 기도는 어제의 여운이 남아서 그런지 기도에 더욱 힘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본 된 삶을 살아가는 무명의 그리스도인이 있기에 아직 우리 사회는 어둡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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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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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며 사십니까?

 

언젠가부터 내 삶 속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아이들을 보면 재잘재잘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질문을 던지며 사는데 어른이 된 나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지 않고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왜 질문을 잃어버렸을까? 자신감 부족 때문일까? 귀찮아서 그럴까? 

 

직장안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있다. 신입과 기존에 있던 분들과 비교가 된다. 갑과 을에 위치한 분들도 비교가 된다. 신입분들은 당차게 돌직구를 던진다.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관성에 젖어 있던 기존분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질문의 본질을 떠나 진문을 던진 신입분들의 인격과 성품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버릇이 없다는 둥,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다는 둥,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했서 그렇다는 둥. 질문에 응답을 피하고 괘씸한 심기를 표출한다. 갑과 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권위를 타파하고 직장 안에서도 수평적인 직원 관계를 강조하는 시대라 갑보다는 을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질문을 많이 던진다. 복무 관계에 있어서, 맡겨진 역할에 관해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던진다. 갑에 있는 분들은 질문을 듣고 사실 관계를 따지거나 근거를 가지고 답변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불쾌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질문은 변화를 자극한다. 약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권리다. 직장 안에서 말이다. 

 

저자는 현직 기자다. 기자라는 직업은 질문을 던져야 먹고 사는 직업이다. 기자가 질문을 던지지 않고서는 기사를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적절한 질문, 좋은 질문, 핵심을 간파하는 질문을 고민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저자처럼 정치부에 몸담고 있는 기자는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민첩한 판단력도 소유해야 한다. 눈치도 있어야 하고 취재원과의 친분도 두텁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기자의 능력은 질문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질문의 유형도 여러 가지이지만 저자는 3가지로 압축한다. 관계적 질문, 존재적 질문, 목적적 질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 취재원과 관계를 맺기 위해 던지는 질문, 기자도 사람인지라 스스로의 삶과 존재에 관해 던지는 질문, 일과 직결된 목적적 질문은 삶 그 자체이다. 사유하지 않으면 질문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사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한다고 한다. 식사 후 혼자 걷는 동안 그날의 기사쓰기가 대부분 머릿속에 정리된다고 한다.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다. 3년 동안 출퇴근을 걸어서 했다. 맑은 공기를 쐬면서 걷는 동안 그날 해야 할 일과 중요했던 일인데 깜빡했던 일들을 정리했다.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도 걸으면서 해답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 사람은 질문을 하면 살아야한다. 질문을 하기 위해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질문하는 삶이 필요하다! 

 

질문도 훈련이라고 한다. 운동하면서 근육을 키워야 하듯이 질문도 계속해서 훈련되어야 상황에 맞는 질문이 던져지고 상대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수 많은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굳게 닫힌 입을 열게 하고 쏟아져 나온 말 속에서 무게있는 말들을 추려내기 위해서는 질문의 양보다 질이 중요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만나기 어려운 정치인을 만나기 위해 40일 동안 출근하는 시간대에 집 앞에서 기다리면서 수 없이 던진 질문들이 결국 얻어내고자 하는 정보를 취하게 된 사례도 소개하고 있듯이 양질의 질문 뒤에는 삶의 근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저자는 기자이면서 부업으로 작가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선포한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학사장교 출신으로 정훈병과에서 단련된 경험 때문일까? 아니면 기자를 준비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뚝심 때문일까? 내 생각에는 저자의 보이지 않는 독서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중요한 흐름은 질문하는 삶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삶과 생각이 담겨 있다. 단,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한 책들을 참고했고 그것을 글 속에 소개하고 있다. 기자라는 바쁜 와중에도 진득하게 독서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권리를 위한 투쟁, 아들러의 인간 이해, 성격의 탄생, 질문의 7가지 힘, 탁월한 사유의 시선, 프레임, 설득언어, 군주론(산수아), 격언집(부북스), 질문의 책 등 독자들도 한 번쯤 읽을 책을 고를 때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듯 한 책들임에 틀림이 없다.

 

질문 없이 살아도 사실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질문은 필수다! 지금부터 당장 시도해 보자. 질문하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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