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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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가 꼭 필요합니다" (27쪽)

 

직장인이라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면 아마도 주말, 휴가 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학을 손꼽아 간절히 기다립니다. 번아웃이 되기 전에 간절한 쉼을 몸이 먼저 알아서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학기 중에 휘몰아치듯 살아갔기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입니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다양한 일들이 교실 속에서 일어나고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와 교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어려움도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학교 생활에서 수업 때문에, 업무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맘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죠. 육아와 가사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가족들 때문에 더 힘든 것처럼요. 학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화하면서 맘을 터 놓고 싶은데 막상 주위를 돌아보면 얘기 할 대상이 마땅히 없어보입니다. 서로가 바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동료 교사도 그렇지만 교장, 교감은 대화 파트너로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마도 교장, 교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교무실에 붙잡히면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듣게 되고 혹이라도 하나 붙이게 되니 가능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잘 아느냐고요? 저도 작년까지 교사였기 때문에 아직 감각(?)이 살아있습니다.

 

교감이 되어보니 교실 안에도 함부로 들어가기가 어렵더라구요. 제법 편한 곳이 있다면 교무실 제 책상 주위 일뿐입니다. 괜히 행정실이라도 빼끔 들어가보면 모두 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뻘쭘해 집니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작 걸어다닌다는 게 운동장 주변, 건물 주변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고독해 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직 내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 가 필요하다고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선생님이 조언해 줍니다. '서로 위로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문화'는 어떤 문화일까요? 마음으로 공감하며 진정으로 위로해 주고 어려움 앞에 함께 고민하는 문화겠죠.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해봅니다.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위로해 주는 대상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학교 안에서 누가 누구를 과연 위로해 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가 바로 교감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로해 주는 교감, 어려운 일에 앞장 서는 교감. 말은 쉬운데 실천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어려운 일을 못 본 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한 듣고 마음을 같이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기존의 문화에 있는 사람들은 아는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4쪽)

 

교감이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처방전입니다. 구조화란, 자세히 분석해서 누구라도 읽기만 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게 하는 과정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라며 전달하거나 이 정도라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넘겨 버린다면 새로 전입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들은 난감해 할 것입니다. 소위 '눈치'가 없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감의 수준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몰라요?', '아니, 관련 공문을 공람해 주었는데 못 보셨어요?', '학기 초 회의 때 얘기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지적질을 한다면 이게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전달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Z세대 교사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관계라고 합니다. 직장 문화라고 합니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것입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91쪽)

 

깊히 공감하는 내용이죠? 나는 대화를 했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면 그게 과연 대화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화는 두 개의 귀를 열어 잘 듣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닫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기 위해 눈에 초점을 맞추고 귀를 열어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감이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듣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 내 교감과의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단시간 안에 갑자기 대화의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합니다. 교감이라는 역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기때문입니다. 최대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합니다. 대화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감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대화할 시간이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바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교감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책임있는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기본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을 읽으며 교감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위로하는 교감, 친절한 교감, 경청하는 교감말입니다! 셋 중에 하나만 실천하려고 노력해도 지금보다도 더 만족스러운 교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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