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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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팀 안에 다른 사람(부모님, 친구들, 익명의 타인 등)을 넣지 않을 만한 사람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성인으로서 자신이 새로 구성할 가족과의 유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과거 양육자와 적절한 분리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32쪽)

 

나에게 딸이 있다. 만약 딸이 결혼할 배우자의 가치관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딸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지금 나는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허락해 주는 사람인가? 한 팀으로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며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쪽인지. 감사하게도 나는 결혼 하기 전 나름 결혼 후 가정을 어떻게 꾸릴 지 소그룹 안에서 책으로 공부하고 함께 토의한 경험이 있다. 그때 가장 원칙으로 삼았던 것 중에 하나가 결혼 후 꾸릴 가정 안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의사결정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 가정의 경제권은 무조건 아내에게로 일원화한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가 계시지만 결혼 후 가정에서 가장 많이 대화할 사람은 아내다 등등의 방향을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고의 중심에는 남성 우위의 가치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생활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 나타났다. '상대가 나의 가치관을 허락해 주는 사람이 아닌 나와 한 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앞으로 딸이 결혼할 배우자가 이런 사람이면 좋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내가 이런 모습이 되어야겠지만. 

 

"상대를 2D(평면)가 아닌 3D(입체)로 이해하는 일, 어떤 순간의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로 인식하지 않는 것, 상대방이 나와 잘 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거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중요합니다. 나에게 꽤 소중한 관계를 순간의 판단으로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45쪽)

 

여자들이 남성 직장 상사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중에 하나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배신감이다. 평소에는 존경스럽고 신뢰가 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일은 직장 안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남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직장 안에서 사람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거나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평가해서도 안된다. '상대방이 나와 잘 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거나 ' 일 수 있지 매번 모든 일에 나와 잘 맞을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직장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해 나갈 수 있겠다 싶다. 

 

"관계의 지속 요건은 '함께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94쪽)

 

직장 안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첫 인상이 오래간다. 나는 꽤 맞춰 가는 성향이다. 나의 공간을 잘 내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지치는 경우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내가 만나는 사람은 또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지속성이 자동적으로 뒤따른다.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결은 회복탄력성이다. 내 자신의 임계점을 알기에 적절한 관계 지점을 정해 놓는 것이다. 한국화의 미는 여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뭔가 꽉 찬 그림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여백이 있을 때 보는 사람도 한결 마음이 편한다. 직장 안에서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공간을 인정해야 한다.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내 스스로 건강함을 유지해기 위해 여분의 공간을 챙겨야 한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내 정신 건강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퍼주다 보면 고갈된다. 고갈 될 때까지 퍼주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함께 하되 나로 있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폭발해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감정 내성(affect tolerance)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감정 내성이 높을수록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내면에 잘 담아둘 수 있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극에도 유연할 수 있습니다" (102쪽)

 

사소한 일에 폭발해 버릴 경우에는 사전 징조가 있었을 것이고 참다 참다 못해 끝내 감정을 폭발해 버린 상태일 것이다. 자신의 감정 내성이 어느 정도인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 내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결혼 초기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다보니 어찌어찌 생활하다가 결국 감정이 폭발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약자인 아내에게서 많이 일어난다. 원인 제공은 물론 나였다. 육아와 가사, 시어머니와의 관계, 직장 일까지. 지금에서야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위험한 수준까지 다다른 적이 많았다. 감정 내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잘 생활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분출되면 그동안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린다.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격이다. 리더의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감정 내성을 탄탄히 지켜내는 것이 좋겠다. 

 

"거절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쫓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세요. 이것을 기억한다면 '거절=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거절에 대한 감수성을 바꾸면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어요" (126쪽)

 

대부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왠지 거절이 반대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번이고 계속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받아들이다보면 결국 힘들어지게 된다. 힘들어지는 관계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상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거절한다고 해서 결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거절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겠다. 거절은 반대가 아님을. 거절은 사람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 해당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표시다.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거절 받았다고 해서 자존심 상해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확실한 의사표현은 관계를 건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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