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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박연숙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8월
평점 :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동서고금을 통틀어 죽음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한 사람은 없다. 수 많은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이 정답일 수가 없다. 죽음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느낌, 고통과 슬픔처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과연 죽음이 모두 비관적이고 어두운 것일까? 저자는 문학 작품 속에서 발견한 등장 인물들의 죽음을 철학적으로 논한다. 문학 작품은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실제 인물을 토대로 쓴 이야기도 있다. 이 책에서는 제목만 보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봤을 14개의 문학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독자들에게 새롭게 많이 읽힌 <페스트>도 언급하고 있다. 흑사병이라고 하는 페스트 전염병이 오랑이라는 도시를 휩쓸 때 사람마다 취하는 태도가 달랐다. 특히 죽음이 임박해 왔을 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등장 인물마다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저자가 주목한 인물이 주인공 의사 '리외'가 아닌 시청 공무원 '그랑'이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모두가 두려움과 상실감으로 하던 일들을 팽개칠 때 '그랑'은 늘 하던대로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청의 업무를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수행한다. 거기다가 자원봉사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이 평화로운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정신인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비상시국에서도 해냈다. 죽음의 그늘 속에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이처럼 죽음은 사람들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게 한다.
죽음 앞에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지금 죽어도 손해 볼 것 없는 사람이라면 죽어가는 과정 속에 느끼는 고통 외에는 그다지 아쉬움이 적을 수 있다. 반면 부와 명예,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죽음을 피해보고자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건강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이상해 질 수 있다. 자유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뿐일까? 명예도 권력도 주어지는 것이지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죽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누가 죽음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 가능할까? 물론 자살, 자발적 죽음 등은 예외로 치고.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을 아실 것이다. 짐승보다 못하게 죽어간 죽음의 수용소에서 기적과 같이 그는 살아남았다.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매일 생각했다' 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이 그를 죽음에서 살려낸 것이다. 육체적 고통, 정신적 혼란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사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깨달은 바를 발전시켜 그는 '의미치료'라는 로고테라피 의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생텍쥐베리의 죽음에 대해 저자는 위대한 죽음이라고 칭송한다. 왜 그럴까? 생텍쥐베리는 작가이면서 비행 조종사였다. 우편배달업무도 비행기로 했다.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을 했을 때 나흘 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구출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왕자'는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어진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은 마찬가지로 대서양을 비행 하던 중 엔진 고장으로 연락이 두절된다. 생텍쥐베리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던 것은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위험을 무릎쓰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강행했다는 점이다.
마직막으로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위해 자신을 열어 놓으라고 한다. 일명 '자발적 인질' 이 되라고 말한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 오던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타자의 인질로 볼 때 가능하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타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어야 인질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도 마지막까지 환자를 돌보며 아기를 낳겠다고 결심한 30대 젊은 의사의 실제 이야기는 가슴 뭉쿨하게 한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녀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태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모의 이야기는 죽음을 아름답게까지 한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