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시간 - 40일을 그와 함께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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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작가는 일년에 한 번 쯤 나를 되돌아볼 시간으로 '예수'를 지목했다. 정치적 위험 인물로 낙인 찍힌 예수는 당시 로마의 지배를 당하고 있던 유대 지역에서 안팎으로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로마 식민지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라는 명령을 받은 유대 총독 헤롯은 예수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30년 넘게 통치자로 군림하며 그의 정적을 제거하기에 혈안되어 있었다. 헤롯은 급기야 예수의 탄생시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시 1~2년 된 남자 아이는 모조리 학살한다. 예수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조그만한 베들레헴 땅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예수는 고향을 떠나 방랑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예수가 복음을 전하기 전부터 여러가지 유혹이 끊임없이 그에게 다가왔다. 권력, 인기, 재물 등 인간이라면 한 번 쯤 빠질법한 것들로부터 예수는 단호히 거부하며 제 갈길을 걸어간다. 천국 복음을 전하는 일이 그의 사명이었으며 가는 곳곳마다 소외된 자들, 병약한 자들, 고통에 빠진 자들을 품고 긍휼히 여겼다. 성경의 4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는 그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회력에 따르면 예수의 부활 전 40일을 사순절로 지킨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기억하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간이 된다. 인간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를 기억하며 우리의 삶이 행여나 탐욕으로 가득차 있지 않는지, 성경의 진리를 놓치고 내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이 땅에 내가 태어난 이유가 오직 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며 가난한 이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이들,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품고 살아가야 될 것임을 다시 고백하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에 사순절 기간은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경건한 삶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어제 존경하는 분을 아내와 함께 찾아뵙고 왔다. 현직에 계셨을 때도 늘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위를 챙기며 살뜰하게 삶을 살아내고 계신다. 놀라운 사실은 그분이 거처하고 계시는 집 구석구석에 기도책상이 놓여져 있고,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다락방에서 그분은 늘 말씀을 읽고,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무릎으로 살아내고 계신다. 군불을 피워 따뜻한 구들장이 있는 구석방에도 여전히 기도책상과 성경은 한 세트가 되어 가지런히 놓여져 있고, 자신이 살아온 삶 모두가 그분의 은혜임을 고백하고 있다. 인사 차 들른 그분의 댁에서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으로 점심도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아픈 이들, 상처 난 분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들려 주시는 말씀보다 그분의 삶을 보며 도전받고 감동받으며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사순절,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기 전 우리는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할까?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챙기며 새벽마다 기도책상에 무릎을 꿇고 말씀에 의지하여 기도하는 그분의 삶대로 살아가는 것이 곧 사순절을 맞이한 나의 각오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 기도는 어제의 여운이 남아서 그런지 기도에 더욱 힘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본 된 삶을 살아가는 무명의 그리스도인이 있기에 아직 우리 사회는 어둡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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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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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며 사십니까?

 

언젠가부터 내 삶 속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아이들을 보면 재잘재잘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질문을 던지며 사는데 어른이 된 나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지 않고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왜 질문을 잃어버렸을까? 자신감 부족 때문일까? 귀찮아서 그럴까? 

 

직장안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있다. 신입과 기존에 있던 분들과 비교가 된다. 갑과 을에 위치한 분들도 비교가 된다. 신입분들은 당차게 돌직구를 던진다.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관성에 젖어 있던 기존분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질문의 본질을 떠나 진문을 던진 신입분들의 인격과 성품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버릇이 없다는 둥,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다는 둥,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했서 그렇다는 둥. 질문에 응답을 피하고 괘씸한 심기를 표출한다. 갑과 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권위를 타파하고 직장 안에서도 수평적인 직원 관계를 강조하는 시대라 갑보다는 을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질문을 많이 던진다. 복무 관계에 있어서, 맡겨진 역할에 관해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던진다. 갑에 있는 분들은 질문을 듣고 사실 관계를 따지거나 근거를 가지고 답변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불쾌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질문은 변화를 자극한다. 약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권리다. 직장 안에서 말이다. 

 

저자는 현직 기자다. 기자라는 직업은 질문을 던져야 먹고 사는 직업이다. 기자가 질문을 던지지 않고서는 기사를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적절한 질문, 좋은 질문, 핵심을 간파하는 질문을 고민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저자처럼 정치부에 몸담고 있는 기자는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민첩한 판단력도 소유해야 한다. 눈치도 있어야 하고 취재원과의 친분도 두텁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기자의 능력은 질문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질문의 유형도 여러 가지이지만 저자는 3가지로 압축한다. 관계적 질문, 존재적 질문, 목적적 질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 취재원과 관계를 맺기 위해 던지는 질문, 기자도 사람인지라 스스로의 삶과 존재에 관해 던지는 질문, 일과 직결된 목적적 질문은 삶 그 자체이다. 사유하지 않으면 질문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사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한다고 한다. 식사 후 혼자 걷는 동안 그날의 기사쓰기가 대부분 머릿속에 정리된다고 한다.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다. 3년 동안 출퇴근을 걸어서 했다. 맑은 공기를 쐬면서 걷는 동안 그날 해야 할 일과 중요했던 일인데 깜빡했던 일들을 정리했다.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도 걸으면서 해답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 사람은 질문을 하면 살아야한다. 질문을 하기 위해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질문하는 삶이 필요하다! 

 

질문도 훈련이라고 한다. 운동하면서 근육을 키워야 하듯이 질문도 계속해서 훈련되어야 상황에 맞는 질문이 던져지고 상대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수 많은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굳게 닫힌 입을 열게 하고 쏟아져 나온 말 속에서 무게있는 말들을 추려내기 위해서는 질문의 양보다 질이 중요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만나기 어려운 정치인을 만나기 위해 40일 동안 출근하는 시간대에 집 앞에서 기다리면서 수 없이 던진 질문들이 결국 얻어내고자 하는 정보를 취하게 된 사례도 소개하고 있듯이 양질의 질문 뒤에는 삶의 근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저자는 기자이면서 부업으로 작가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선포한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학사장교 출신으로 정훈병과에서 단련된 경험 때문일까? 아니면 기자를 준비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뚝심 때문일까? 내 생각에는 저자의 보이지 않는 독서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중요한 흐름은 질문하는 삶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삶과 생각이 담겨 있다. 단,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한 책들을 참고했고 그것을 글 속에 소개하고 있다. 기자라는 바쁜 와중에도 진득하게 독서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권리를 위한 투쟁, 아들러의 인간 이해, 성격의 탄생, 질문의 7가지 힘, 탁월한 사유의 시선, 프레임, 설득언어, 군주론(산수아), 격언집(부북스), 질문의 책 등 독자들도 한 번쯤 읽을 책을 고를 때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듯 한 책들임에 틀림이 없다.

 

질문 없이 살아도 사실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질문은 필수다! 지금부터 당장 시도해 보자. 질문하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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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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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죽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라면 늙어 죽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또는 질병으로 생을 달리할 수 있다. 태어남과 성장함에는 관심이 많은 반면 죽음에 대해서는 모두 외면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은 점점 늘어난다. 단, 늘어난 수명이 과연 삶의 질을 유지하며 건강한 수명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단지 생명을 근근히 연장하는 수준의 의료적 행위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의 손에 맡긴 체 각종 약을 처방받고 환자의 몸을 쇠약케 하는 의료적 처방이라면 차라리 남은 삶 동안 죽음을 명예롭게 준비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는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당당히 맞이하며 삶의 본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죽음에 대하여 실제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고민해 오던 질문들이다.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1400년대 한 카톨릭 수도승이 쓴 <아르스 모리엔디: 죽어감의 예술>와 1800년대 퀘이커교의 인쇄본 <경건함을 위하여>에 이미 지금의 의료 중심의 치료보다 환장 중심의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대해 기술해 놓고 있다. 금의 의료 시스템은 돌봄(Care) 보다 치료(Cure)에 비중을 두고 있다. 패스트 의료로 불리우며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화시킨다는데에 문제점이 제기된다. 의료행위가 환자의 삶을 잠식시키며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최대한 성스럽게, 배려 속에서 임종을 맞이한 예전의 방법 대신 어떻게든 치료를 해보다가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환자를 몰아간다. 죽음의 질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죽음은 무찔러야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환자를 세밀하게 돌보며 서로 소통하는 것에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행위별 보상 시스템에서는 환자보다 수익에 집중하게 된다. 환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료할 만큼 여유로운 병원은 없다. 환자에게 과다 투약을 하는 이유도 다수의 의사들이 제각각 처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협진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하지 않는다. 오로지 환자 개인이 스스로 약을 복용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 

 

노화와 장애는 삶에 있어서 당연한 수순이며 수치러운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의료의 힘으로 얼마든지 노화를 늦출 수 있고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 싶다.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남은 기간 무엇이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문제점만 부각시키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병원 진료 예약에 쓰고 싶은 환자는 없을 것이다. 의학의 전통적인 5가지 의무는 질병 예방, 기능 회복, 생명 연장, 고통 제거,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는 일이다. 환자 스스로 가능한 만큼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의미 있고 기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며 수명은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찌 보면 완화 의료와 호스피스도 죽음을 임박한 환자에게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적 처방보다도 훨씬 유익할 수 있으며 삶의 본질을 끝까지 유지하는 일일 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완화 의료란, 주로 통증 완화와 일상 생활의 질을 향상하여 환자들이 개개인에 맞는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집중한다. 1543년부터 베니스의 의사 지오바니 다 비고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스피스는 생존 기간이 6개월 이내인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돌보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패스트 의학에 대비된 슬로우 의학이라고 볼 수 있다. 사례를 분석해 보면 오히려 완화 의료를 했을 경우 패스트 의학 처방보다 생존 기간이 더 길었으며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상처가 깊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환자는 결코 실험 대상자가 아니다. 생애 후반기는 젊었을 때의 몸이 아니다. 빈대를 잡다가 초가를 모두 태울 수 있다. 몸의 기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죽음을 애써 외면하기 보다 준비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몸이 쇠약해 지는 과정에서는 일상을 단순화하며 더 많이 한다고 더 좋은 것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만큼의 운동과 공동체 안에서 삶을 뒤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의료진과 가족들이 사전에 준비하며 환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죽음을 당연히 여기되 죽음의 질을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 보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부모님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서서히 죽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는 없다. 노화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해 가라는 예비 신호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법적으로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도 꼼꼼히 알아보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작성 가능한 문서), 중환자라면 연명의료계획서(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혀두는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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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철학 - 아이돌 연습생 미미와 철학자 24명의 팔딱팔딱 철학 생중계
박희만 지음, 김형철 감수 / 마인드빌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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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라도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철학하면 어렵다, 밥 굶기 안성맞춤이다, 따분하다 등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영역으로 생각되어 왔다. 시대를 통찰하는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들이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면 그것조차도 말이 안 되긴 하다. 철학을 간과할 수 없은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재 영입 사례를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치열한 생존 시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이들을 경쟁하듯 영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기업들이 생뚱맞게 철학자들을 영입할까? 의아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의 고 스티븐 잡스만 보더라도 자사의 제품에 디자인을 입히되 디자인을 관통하는 철학을 가장 중요시했던 점을 알 수 있다. 철학은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시대를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한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라도 결코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독일의 종교개혁가이자 철학자 마르틴 루터. 그가 교황청(레오 10세)의 면죄부 발행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부당함을 알리는 95개조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루터의 확고한 신학 사상이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는 교황의 면죄부 발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일반 서민들은 라틴어로 씌여진 면죄부를 읽을 수 조차 없었다. 그냥 사람들이 사니까, 불안하니까 사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할 것이 모두 면죄부를 쟁여 놓는 분위기였다고 본다. 실권자들이었던 대주교(마인츠)는 사채업자와 한통속이 되어 면죄부 판매에 열을 올렸고, 교황청은 성베드로 성당 건축비 마련을 위해 수입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기에 말도 안되는 면죄부가 성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 루터는 독일어로 면죄부에 대한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LIVE 철학>의 장점은 어려운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물들을 시대적 배경과 연관하여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했다는 점이다. 왜 철학자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지식을 단지 던져 주는 수준이 아니라 철학 사상에 기초한 내막을 이야기하듯 해 주고 있기에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고대 철학자 탈레스부터 시작하여 근대에 이르기까지 24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 한 권의 책을 바탕으로 철학의 우물을 파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플라톤은 철인정치로 유명하다. 철학자들이 왕이 되거나, 지배자가 지혜를 사랑하거나 정치권력과 철학이 하나로 합쳐진 정치를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의 내막에는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주정이었던 그리스에서 독살로 운명을 달리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에 의한 통치가 결코 완벽한 것이 될 수 없고 차라리 현명한 지도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이자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는 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달리 다수에 의한 통치가 안전한 정치제도라고 강조했다. 욕심이 많은 지도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수에 의한 통치 제도를 옹호했다. 시대마다 정치적 분위기가 달랐기에 각각의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흔적들도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진리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을 우상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시장의 우상은 잘못된 언어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시장의 광경을 빗댄 비유로 지성을 혼란케 하는 것 자체를 우상으로 취급했다. 토머스 홉스는 왕권신수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프랑스로 추방된 철학자다. 르네 데카르트는 병영 내무반에서 날파리의 움직임을 알아보려고 좌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훗날 수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도구가 되었다고 한다. 장 자크 루소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 국가가 필요함을 강조했으며 우리가 잘 아는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공 애덤 스미스는 당시 국가가 개입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경제적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론을 확립해갔다. 사실 그의 유명한 책은 국부론이기보다 <도덕 감정론>이라고 볼 수 있다.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우리 속에 내재하기에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칸트의 순수 이성에는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이 핵심을 이룬다. 결과와 무관하게 행동하는 것은 정언명령이며 어떤 결과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가언명령이라고 정의했다. 제러미 밴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용어는 산업혁명 초창기 공장에 동원되었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생각해낸 말이다. 곧 자본가들이 아이들을 공장에서 일을 시킬 때 얻는 행복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또래들과 지낼 때의 행복의 총량이 크다는 뜻이다.

 

무심코 넘어갔던 철학자들의 대표되는 철학 사상들을 시대적 상황과 연관지어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권을 독파할 수 있었다. 독자들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철학서 한 권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들을 상기해 보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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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다
서수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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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어린왕자>를 저자의 시선으로 다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어린왕자>를 번역본이 아닌 원본으로 읽어왔다. 저자에게 있어 <어린왕자>는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도구이자, 사색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셀 수 없이 <어린왕자>를 원본으로 읽어왔을 것이며 그것의 흔적이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다>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되새김질을 하였고 저자 본인이 직접 사색한 바를 그림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저자는 <어린왕자>를 '내면아이'를 들여다 보고 있다. <어린왕자>의 주인공 조종사는 셍텍쥐베리의 페르소나이자 저자가 다시 들여다본 '내면아이'다. 저자는 17쪽 각주에서 '내면아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 글에서  내면아이는 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 말하는 성인 아이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어린 왕자에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유년의 다시 나타남, 잃어버린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원동력, 사랑 그리고 뒷부분에서 다룰 원형의 이미지입니다" 

 

다시말하면, 심리학 또는 상담학에서 말하는 내면아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잃어버린 유년 시절, 꿈을 말한다. 사실 심리학(상담학)에서는 내면아이가 부정적으로 쓰인다. 나이는 성인인데 말과 행동은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할 때 내면아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존재이다. 반면 저자는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다>에서는 우리가 다시 되찾아야 할 순수함, 때묻지 아니한 인간의 고유 본질을 말한다.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글 속 주인공 어린왕자처럼 우리가 찾아야 할 시선이 무엇일까? 시선은 생각하는 본질의 가치이기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삶의 본질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라고. 조종사가 어린왕자를 사막에서 만나 친구로 변해갔듯이 우리도 다른 여타 이유를 불문하고 만나는 이들을 친구로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어른인가? 어른은 꽃 향기를 맡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별을 결코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고, 사람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 사람, 계산밖에 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중요한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이의 시선을 잃어버린 어른은 칭찬받기를 원하고, 남보다 더 아름다운 옷을 입기를 원하며, 돈을 쫓아 남보다 더 똑똑하며 숨을 쉬는 그 순간마다 상대방보다 더 앞서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어린왕자가 다른 행성에서 만난 이들 모두 이런 사람들이다. 

 

관계가 우선이고, 사람이 우선이며, 생명이 그 무엇보다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린왕자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저자의 깊이 있는 철학 세계다. 저자는 어린 왕자의 시선을 따라 곳곳에 철학자들을 소환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더불어 소개하며 책의 깊이를 더해 준다. 독자들도 개인의 시선을 따라 <어린왕자>를 다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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