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든 죽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라면 늙어 죽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또는 질병으로 생을 달리할 수 있다. 태어남과 성장함에는 관심이 많은 반면 죽음에 대해서는 모두 외면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은 점점 늘어난다. 단, 늘어난 수명이 과연 삶의 질을 유지하며 건강한 수명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단지 생명을 근근히 연장하는 수준의 의료적 행위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의 손에 맡긴 체 각종 약을 처방받고 환자의 몸을 쇠약케 하는 의료적 처방이라면 차라리 남은 삶 동안 죽음을 명예롭게 준비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는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당당히 맞이하며 삶의 본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죽음에 대하여 실제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고민해 오던 질문들이다.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1400년대 한 카톨릭 수도승이 쓴 <아르스 모리엔디: 죽어감의 예술>와 1800년대 퀘이커교의 인쇄본 <경건함을 위하여>에 이미 지금의 의료 중심의 치료보다 환장 중심의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대해 기술해 놓고 있다. 금의 의료 시스템은 돌봄(Care) 보다 치료(Cure)에 비중을 두고 있다. 패스트 의료로 불리우며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화시킨다는데에 문제점이 제기된다. 의료행위가 환자의 삶을 잠식시키며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최대한 성스럽게, 배려 속에서 임종을 맞이한 예전의 방법 대신 어떻게든 치료를 해보다가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환자를 몰아간다. 죽음의 질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죽음은 무찔러야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환자를 세밀하게 돌보며 서로 소통하는 것에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행위별 보상 시스템에서는 환자보다 수익에 집중하게 된다. 환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료할 만큼 여유로운 병원은 없다. 환자에게 과다 투약을 하는 이유도 다수의 의사들이 제각각 처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협진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하지 않는다. 오로지 환자 개인이 스스로 약을 복용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 

 

노화와 장애는 삶에 있어서 당연한 수순이며 수치러운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의료의 힘으로 얼마든지 노화를 늦출 수 있고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 싶다.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남은 기간 무엇이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문제점만 부각시키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병원 진료 예약에 쓰고 싶은 환자는 없을 것이다. 의학의 전통적인 5가지 의무는 질병 예방, 기능 회복, 생명 연장, 고통 제거,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는 일이다. 환자 스스로 가능한 만큼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의미 있고 기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며 수명은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찌 보면 완화 의료와 호스피스도 죽음을 임박한 환자에게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적 처방보다도 훨씬 유익할 수 있으며 삶의 본질을 끝까지 유지하는 일일 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완화 의료란, 주로 통증 완화와 일상 생활의 질을 향상하여 환자들이 개개인에 맞는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집중한다. 1543년부터 베니스의 의사 지오바니 다 비고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스피스는 생존 기간이 6개월 이내인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돌보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패스트 의학에 대비된 슬로우 의학이라고 볼 수 있다. 사례를 분석해 보면 오히려 완화 의료를 했을 경우 패스트 의학 처방보다 생존 기간이 더 길었으며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상처가 깊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환자는 결코 실험 대상자가 아니다. 생애 후반기는 젊었을 때의 몸이 아니다. 빈대를 잡다가 초가를 모두 태울 수 있다. 몸의 기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죽음을 애써 외면하기 보다 준비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몸이 쇠약해 지는 과정에서는 일상을 단순화하며 더 많이 한다고 더 좋은 것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만큼의 운동과 공동체 안에서 삶을 뒤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의료진과 가족들이 사전에 준비하며 환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죽음을 당연히 여기되 죽음의 질을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 보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부모님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서서히 죽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는 없다. 노화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해 가라는 예비 신호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법적으로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도 꼼꼼히 알아보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작성 가능한 문서), 중환자라면 연명의료계획서(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혀두는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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