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철학 - 아이돌 연습생 미미와 철학자 24명의 팔딱팔딱 철학 생중계
박희만 지음, 김형철 감수 / 마인드빌딩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라도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철학하면 어렵다, 밥 굶기 안성맞춤이다, 따분하다 등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영역으로 생각되어 왔다. 시대를 통찰하는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들이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면 그것조차도 말이 안 되긴 하다. 철학을 간과할 수 없은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재 영입 사례를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치열한 생존 시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이들을 경쟁하듯 영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기업들이 생뚱맞게 철학자들을 영입할까? 의아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의 고 스티븐 잡스만 보더라도 자사의 제품에 디자인을 입히되 디자인을 관통하는 철학을 가장 중요시했던 점을 알 수 있다. 철학은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시대를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한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라도 결코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독일의 종교개혁가이자 철학자 마르틴 루터. 그가 교황청(레오 10세)의 면죄부 발행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부당함을 알리는 95개조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루터의 확고한 신학 사상이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는 교황의 면죄부 발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일반 서민들은 라틴어로 씌여진 면죄부를 읽을 수 조차 없었다. 그냥 사람들이 사니까, 불안하니까 사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할 것이 모두 면죄부를 쟁여 놓는 분위기였다고 본다. 실권자들이었던 대주교(마인츠)는 사채업자와 한통속이 되어 면죄부 판매에 열을 올렸고, 교황청은 성베드로 성당 건축비 마련을 위해 수입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기에 말도 안되는 면죄부가 성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 루터는 독일어로 면죄부에 대한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LIVE 철학>의 장점은 어려운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물들을 시대적 배경과 연관하여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했다는 점이다. 왜 철학자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지식을 단지 던져 주는 수준이 아니라 철학 사상에 기초한 내막을 이야기하듯 해 주고 있기에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고대 철학자 탈레스부터 시작하여 근대에 이르기까지 24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 한 권의 책을 바탕으로 철학의 우물을 파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플라톤은 철인정치로 유명하다. 철학자들이 왕이 되거나, 지배자가 지혜를 사랑하거나 정치권력과 철학이 하나로 합쳐진 정치를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의 내막에는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주정이었던 그리스에서 독살로 운명을 달리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에 의한 통치가 결코 완벽한 것이 될 수 없고 차라리 현명한 지도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이자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는 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달리 다수에 의한 통치가 안전한 정치제도라고 강조했다. 욕심이 많은 지도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수에 의한 통치 제도를 옹호했다. 시대마다 정치적 분위기가 달랐기에 각각의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흔적들도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진리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을 우상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시장의 우상은 잘못된 언어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시장의 광경을 빗댄 비유로 지성을 혼란케 하는 것 자체를 우상으로 취급했다. 토머스 홉스는 왕권신수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프랑스로 추방된 철학자다. 르네 데카르트는 병영 내무반에서 날파리의 움직임을 알아보려고 좌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훗날 수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도구가 되었다고 한다. 장 자크 루소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 국가가 필요함을 강조했으며 우리가 잘 아는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공 애덤 스미스는 당시 국가가 개입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경제적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론을 확립해갔다. 사실 그의 유명한 책은 국부론이기보다 <도덕 감정론>이라고 볼 수 있다.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우리 속에 내재하기에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칸트의 순수 이성에는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이 핵심을 이룬다. 결과와 무관하게 행동하는 것은 정언명령이며 어떤 결과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가언명령이라고 정의했다. 제러미 밴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용어는 산업혁명 초창기 공장에 동원되었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생각해낸 말이다. 곧 자본가들이 아이들을 공장에서 일을 시킬 때 얻는 행복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또래들과 지낼 때의 행복의 총량이 크다는 뜻이다.

 

무심코 넘어갔던 철학자들의 대표되는 철학 사상들을 시대적 상황과 연관지어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권을 독파할 수 있었다. 독자들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철학서 한 권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들을 상기해 보면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